※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 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열두 번째 주인공은 세계를 여행하며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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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은 작년 보헴(Beau Hemm)이라는 글로벌 컨텐츠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보헴에 대해 "불어로 아름다운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보(Beau)와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어요. 마치 보헤미아 같은 느낌도 나죠?"라며 웃어보였다. 한 자리에 정착하지 않고 트렌드의 물결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는 신(新)보헤미아 김희원. 그가 지금껏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이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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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졌다. 내가 홍보하는 제품이 매거진에 나오고 스타가 입고 또 새로운 시즌의 컬렉션을 누구보다 먼저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그런데 마음속으로는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계속해서 꿈틀거리더라. 직접 스타일링해서 화보 작업을 할 수 있는 일에 욕심이 생긴 거다. 그렇게 보그 매거진과 인연이 닿아 컨트리뷰팅 에디터로 시작해 프리랜서 에디터, 스타일리스트까지 10년간 국내에서 활동했다.
-10년간 경력을 쌓았다면 이후 업계에서 일하기가 더 수월했을 텐데, 처음으로 돌아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뉴욕으로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한국에서의 일이 너무 재밌고 또 쉬웠다. 에디터 출신 스타일리스트라 프리랜서로 일할 때도 좀 더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고, 당시 알고 지냈던 업계 인맥도 상당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생명력이 짧고 보수도 적으며 안 보이는 부분은 3D 직업이라 불릴 만큼 힘들기 때문. 시간이 지나도 비즈니스 쪽보다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원했고, 해외 컬렉션을 다니다 보니 그곳 시스템은 우리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어시스턴트를 5-10년간 하고 큰 짐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한국에 비해 페이도 높고 모두가 수평관계로 소통을 하며 작업을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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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업에 궁금증을 가질 사람이 많을 듯 하다.
뉴욕에서는 소속도 경력도 없이, 단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커넥션을 만들고 현지 시스템을 배워야했다. 나는 에디터고 PR 출신이지 않나 그리고 스타일링도 가능한 사람이다. 이 모든걸 활용했다. 어떤 이들은 내가 블로거인 줄 알지만 전혀 아니다. 단지 패션위크 때면 뉴욕 타임지 패션과 같은 곳에 내 스타일이 해외 스트리트 패션으로 많이 소개가 됐는데, 그러다 보니 브랜드에서 PR 요청이 자연스레 들어왔고 유명 컬렉션 쇼의 인비테이션도 받을 수 있었다. 돈을 버는 것과 상관없이 그렇게 네트워크를 쌓아 올린 것이다.
사람에 대한 범위가 넓어지니 기회 역시 많아졌다. 브랜드 컨설팅 부터 엠버서드 역할, 스타일링, 에디팅까지 맡고 있지만 맥락은 하나다. PR을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제안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것. 더 나아가 내가 가진 정보를 토대로 한국의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뉴욕을 진출할때 도움을 주고, 또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의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해주는 에이전트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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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스타일 디렉터나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바를 전달하고 조정하는 프로덕션을 한다. 지젤 번천과 란제리 광고 촬영을 할 때는 워낙 프로페셔널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스타일이라 처음에 어떻게 프로덕트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특히 지젤 번천과 같은 톱 모델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스태프가 있어서 새로운 사람과의 작업을 꺼리기도 하는데, 그에게 좀 더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전담 스타일리스트를 섭외하고 소통을 통해 직접 스타일링 했다. 함께 작업을 해보니 단순히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물어보고 수정을 거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란다 커 같은 경우에는 매니지먼트만 해도 굉장히 큰 회사였는데, 본인 자체가 싹싹하고 친근해서 작업하기가 좋았다. 자신감도 있고 오픈 마인드로 작업에 임하는데 피팅실에서도 거리낌 없이 다 벗더라. 클라이언부터 스태프까지 다 챙겨주고 당시 아들에게 모유 수유를 할 때였는데 촬영장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친근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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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네가 무슨 셀럽이니'라는 눈총을 많이 받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자기 스타일도 못내는 사람이 어떻게 남의 스타일을 만들겠나. 스스로 아이콘이 되고 뮤즈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에서는 심플하게 내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 거다. 유명세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모티브나 영감은 어디서 얻나 물으니) 여행이다. 만나는 사람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 지역 특유의 스타일이 보이는데, 거기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같은 경우 컬러가 다채롭고 블링블링하다면, 파리는 럭셔리하면서도 실용적인 시크한 뉘앙스가 있다. 노천카페에 앉아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또 여행을 가면 핫플레이스는 꼭 간다. 클럽 같은 곳에 가면 여기저기 핫한 피플이 다 모이는데 그곳에서도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참 흥미롭다.
-SNS에서 클럽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봤다.
국내에서는 유흥문화로 비치기도 하는데, 해외에서는 클럽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낸다. 패션 피플들이 다 그렇게 정보를 교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더라. 뉴욕 클럽 같은 경우에는 네트워크가 없으면 알 수 없는 프라이빗한 파티가 많은데, 옷을 잘 입고 당당한 애티튜드만 있으니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인상. 표정이나 제스처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파티뿐 아니라 어디서든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면 유창한 영어가 아니더라도 즐겁게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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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패션위크에 맞춰 해외의 친구들을 몇 명 초청해 파티를 기획한 적이 있다. DDP라는 멋진 공간에서 여러 브랜드의 쇼와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고, 한국에도 많은 패션 피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엘르 이탈리아와 영상 작업도 함께 이루어졌는데 당시 배우 하지원도 오고 모델들도 많이 왔다. 과시가 아니라 한국의 패션 문화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안보이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보헴(Beau Hemm)과 함께 글로벌 콘텐츠를 활용한 PR을 좀 더 활발히 하려고 한다. 한국의 신진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을 주고 싶고. 또 뉴욕에서 지내봤으니 유럽도 욕심이 난다(웃음). 1920년대 헤밍웨이가 여행을 통해 각국의 아티스트와 교류를 하듯, 세계를 여행하며 여러 문화를 느끼고 더욱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기획하고 싶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희원이 생각하는 트렌드 선도자는 누구?
나의 뮤즈, 지오바나 바타글리아(Giovanna Battaglia)다. 모델 출신으로 이탈리아 로모 보그 편집장이자 일본 보그의 컨트리뷰팅 에디터도 겸하고 있는 분이다. 지오바나 바타글리아처럼 모델을 시작으로 업계에서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의 파워나 자신감, 특유의 색깔이 존재한다는 것이 정말 멋있다.
dondante14@sportschosun.com 사진=이새 기자 06sej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