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리뷰] '더 킹' B급 풍자 탈을 쓴 A급 '리얼 다큐 쇼'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1-17 17:4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신랄하고 통쾌한 풍자극을 기획하고 연출했지만 거짓말처럼, 웃프게도, 충격적인 리얼 다큐가 됐다. 범죄 액션 영화 '더 킹'(한재림 감독, 우주필름 제작)의 이야기다.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한 삼류인생 박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더 킹'.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떠오른 '더 킹'이 지난 12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등장할 계획이었지만 오랫동안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한 '판도라'(16, 박정우 감독)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숨 고르기에 돌입한 '더 킹'은 크리스마스 때보다 더 막장 현실이 펼쳐진 지금, 씁쓸하게도 더 안성맞춤 모양새를 갖추고 화려하게 등판하게 됐다. 영화 속 대사에도 언급되듯 알맞게 익혀 먹는 김치처럼 때를 맞춘 듯 알맞게 익은 신랄한 정치 풍자극이 등장했다.


먼저 '더 킹'은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격동의 시절을 겪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포장, 반짝반짝한 모습으로 관객을 맞는다. 비록 포장지를 벗겨내면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르는 부정부패가 민낯을 드러내지만 일단은 훈훈한 배우들과 촘촘한 스토리로 첫인상 호감도를 높인다. 검사 대 조폭, 금수저 대 흙수저로 대립 구도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양극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아수라판을 이루는 점도 흥미롭다.

반면 한재림 감독의 의도대로 데칼코마니 형식의 스토리가 초반 관객의 몰입도를 잡아끌지만 이게 엔딩까지 이어지니 조금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또한 특유의 긴 러닝타임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초반 불필요하고 불친절한 전사와 후반 '라라랜드'(17, 다미엔 차젤레 감독)를 떠올리게 하는 '리와인드 장면'은 휴대전화 시계를 확인하게 만든다. 134분, 2시간 14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현 충무로 트랜드와 맞지 않은 선택. 한재림 감독은 스토리텔러로서 뛰어난 능력을 입증했지만 쫄깃한 연출력을 기대한 관객으로서는 전작에 이어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듯한 신박한 스토리이지만 매끄럽지 못한 연출력이 2% 부족했던 '더 킹'. 이를 보완하는 건 역시 눈과 귀를 황홀하게 만드는 훈훈한 '훈남 주인공'의 열연이다.

무소불위 권력 쟁취를 꿈꾸는 검사 박태수 역을 맡은 조인성. 삼류 인생 아버지 밑에서 불량 고등학생으로 자란 박태수는 검사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진정한 권력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되는 인물이다. 우여곡절 끝에 사시패스에 성공하나 일반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는 검사 생활에 실망하는 박태수는 우연히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게 되고 그의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하는 드라마틱한 캐릭터다. '쌍화점'(08, 유하 감독)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조인성은 전보다 더 노련하고 섹시해진, 농밀한 연기력으로 '더 킹'의 박태수를 이끈다.

1970년대 박태수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2000년대 검사까지 대한민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폭넓은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조인성. 불량 고등학생부터 대한민국 권력을 설계하고 기획하며 세상 위에 군림하는 인물이 되기까지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조인성이 아니면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물아일체를 보여준다. 9년간 애타게 기다린 관객의 갈증을 단번에, 시원하게 풀어줄 조인성이다. 여기에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조인성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더 킹'. 조인성의, 조인성에 의한, 조인성을 위한 '더 킹'임을 확연히 보여준다.



조인성도 조인성이지만 비열한 권력자의 끝을 보여준 정우성의 변화 역시 신선하다. 대한민국의 권력을 설계하고 계획하는 검사장 한강식을 연기한 정우성은 외향적으로는 완벽한 권력의 옷을 입은 근엄의 상징으로 보이지만 내면엔 한치의 묵직함도 없는, 깃털처럼 가벼운 허세로 무장한 우스꽝스러운 '악의 축'을 선보인다. 현실에 분노를 느낀 관객이 마음껏 조롱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정우성이다. 특히 들개에 물어뜯기며 잔인하게 죽어가는 상대를 보며 입꼬리를 꿈틀대는 장면은 '정우성의 인생 연기'라고 평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압권이다.

이밖에 권력 앞에서 순종적인 한강식의 오른팔 검사 양동철 역의 배성우,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서 움직이는 들개파 2인자 최두일 역의 류준열, 박태수의 아내 임상희 역의 김아중, 쓰레기 검사 타도에 나선 검사 감찰반 안희연 역의 김소진도 적재적소 역할을 해낸다. 특히 확실하게 웃음 코드를 담당하는 배성우는 엔딩에서 실소를 터트리게 하는 한방을 선사한다. 다만 이들 외에도 김의성, 박정민, 정은채, 고아성, 조우진 등이 충무로 명배우들이 총출동, 특별출연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낼 줄 알았지만 의외로 존재감이 1도 살지 않아 아쉽다. 고급 재료를 잔뜩 가져다 놨지만 고작 조금 풍성해진 떡라면을 내놓은 모양새다.


이렇듯 배꼽 잡게 웃기다가도 돌연 서글퍼지는 134분. B급 풍자를 꿈꿨지만 A급 리얼 다큐가 된 '더 킹'. 1월 극장가를 뜨겁고 화끈하게 달굴 수 있을지 영화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더 킹'은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김의성, 김아중이 가세했고 '관상' '우아한 세계' '연애의 목적'의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8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더 킹' 스틸 및 포스터

'핵꿀잼' 펀펌+'핵미녀' 디바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