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2막①] 대체불가한 이름, 공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12-30 14:40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공유의 전성시대다.

tvN 금토극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가 2막을 맞는다. 16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이 8회까지 방송되는 동안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공유가 도깨비라 다행'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공유가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들어 쓸쓸하고 찬란한 도깨비의 로맨스를 잘 그려내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도깨비'의 도깨비 김신(공유)은 '판타지 대가' 김은숙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허구성이 짙은 캐릭터다. '파리의 연인',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등 김은숙 작가의 작품 속 남자주인공들이 모두 모델 뺨치는 비주얼과 재벌 급 재력과 능력을 가진 설정이었다면 도깨비 김신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불로불사 기상조작 염동력 공간이동 연금술 시공간 정지 예지력 소환 능력 등 한때 유행했던 판타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초능력을 한몸에 지니고 있다는 설정이다. 이 때문에 검기로 차를 두 동강 낸다거나 저승사자와 식기를 공중부양 시켜 싸움을 벌인다거나 하는 조금은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캐릭터 성격 자체만 놓고 보면 김신 캐릭터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김은숙 작가의 역대 남자주인공들과 크게 다르진 않다. 도도한 상남자인 척 하지만 사실은 겁도 많고 소심하다. 남들이 보기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독하고 못된 말을 쏟아내지만 그것은 내면의 상처를 감추기 위한 위장일 뿐이다. 상위 0.1%의 세계에 살다 보니 의외로 세상 물정에는 어둡다. 이러한 행동과 본성의 갭에서 나오는 어리숙한 반전 행동들이 웃음 포인트가 된다.

김신이 지은탁과 연락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하는 에피소드가 가장 적절한 예다.


이처럼 김신은 도깨비라는 판타지를 제외한다면 이제까지 숱하게 봐왔던 김은숙의 프린스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김신에 열광하는 이유는 공유의 내공 때문일 것이다.

공유는 이 드라마 한편에서 코믹부터 멜로까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연기 스펙트럼을 뽐낸다.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지은탁을 바라보고 사랑에 눈뜨는 신에서는 '첫사랑이었다'는 내레이션 한 마디와 진한 눈빛 연기 만으로도 복잡미묘한 설렘의 순간을 잡아낸다. 저승사자와 속을 터놓고 깊은 대화를 할 때는 우수에 가득찬 눈빛으로 사랑을 위해 생을 마감해야하는 딜레마를 표현한다. 그런가하면 저승사자와 티격태격하는 신이나 효과가 특별히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울증 약 등을 복용하는 모습, 전지전능한 능력을 지니고도 인형뽑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 등은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 포인트다.

깊은 눈빛 연기와 미세한 표정 변화에 기반을 둔 공유의 디테일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김은숙 작가의 도깨피 판타지 역시 신드롬이 아닌 판타지에 그쳤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앞으로 남은 8회 동안은 김신의 디테일한 감정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질 전망이다. 지은탁을 정말 사랑하게 되어 오랫동안 그와 행복하길 염원했지만, 지은탁을 살리려면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김신의 딜레마가 더욱 깊어지기 때문이다. 생사 로맨스의 끝은 어디일지, 쓸쓸하고 찬란한 도깨비 신드롬은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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