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미풍아', 고구마 막장 드라마 또 탄생하나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12-26 10:02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주말극 '불어라 미풍아'가 쾌속 막장 전개로 시청자의 공분을 사고 있다.

'불어라 미풍아'는 왈가닥 탈북녀 김미풍(임지연)과 서울 촌놈 인권변호사 이장고(손호준)가 천억 원대 유산 상속 등을 둘러싼 갈등을 극복해가며 진정한 사랑과 소중한 가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는 초반까지만 해도 김미풍의 탈북기와 가족의 죽음, 이장고와의 훈훈한 인연 등을 그려나가며 따뜻한 가족극의 형태를 보였다. 그러나 점점 극이 진행될수록 김사경 작가 특유의 막장 스타일 전개가 시작되며 시청자를 분노하게 하고 있다.



막장 전개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건 역시 악녀 3인방이다. 박신애(임수향)가 선봉장을 맡은 가운데 황금실(금보라), 마청자(이휘향)의 콜라보레이션이 더해졌다.

박신애는 어머니가 아사한 뒤 김미풍의 어머니 주영애(이일화)를 찾아갔다. 그러나 탈북 과정에서 김미풍 가족을 배신한채 돈 가방을 들고 도주했다. 그리고 우연히 편의점에서 만난 조희동(한주완)이 부잣집 남자라는 걸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 결혼까지 성공한다. 하지만 시어머니 마청자에게 탈북자 신분이라는 걸 들키자 또다시 주영애를 찾아갔고 자신이 김승희, 즉 김미풍인척 하기 위해 몽둥이로 주영애의 머리를 가격해 쓰러뜨린 뒤 반지를 빼앗아 간다. 그러고도 모자라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김미풍 모녀의 존재를 불편해 한다. 결국 박신애는 주영애에게 불륜 누명을 씌워 냉면집에서 쫓아내고 김미풍에게는 도둑누명을 씌워 회사에서 쫓아냈다. 또 마청자를 통해 황금실을 부추겼다. 그리고 혼외자인 딸 강유진을 친딸로 입양할 생각을 하며 행복해 했다.

이에 협조하는 건 마청자다. 마청자는 1000억 원 재산가인 당숙 김덕천(변희봉)의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그가 진짜 손녀를 찾는 걸 방해한다. 돈에 눈이 멀어 박신애가 가짜 손녀 노릇을 하는 것도, 진짜 손녀가 김미풍이라는 것도 모른척 한채 박신애의 계략을 돕는다. 황금실은 그런 마청자의 부채질에 넘어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사사건건 김미풍을 구박하며 독한 시집살이를 시켰고, 결국 사돈 주영애에게 막말까지 하며 아들과 며느리 사이를 갈라놨다.


출생의 비밀과 뒤바뀐 출신 성분, 표독스럽고 속물 근성에 찌든 시댁의 시집살이 등 막장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포맷이 '불어라 미풍아'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

여기에 탈북 과정에서 북한군의 쏜 총에 맞고 사망한 김대훈(한갑수)이 살아 돌아왔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이해하기 어려운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무리 김사경 작가가 '미우나 고우나', '천만번 사랑해', '오자룡이 간다', '장미빛 연인들' 등 막장 드라마를 전문적으로 집필했던 장본인이라고는 하지만 더이상 이런 전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아예 막장 드라마로 노선을 잡았다면 최소한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힘을 합쳐 악녀 트리오에게 반격을 가하는 모습이라도 나와야 할텐데, '불어라 미풍아'는 그렇지 않다.


25일 방송분이 대표적인 예다. 김미풍은 단 한번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박신애의 계략에 걸려들어 고된 시집살이를 당했다. 이장고는 그런 김미풍을 지켜보겠다며 홀로 고군분투했다. 회사에서는 김미풍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진범을 찾아 나섰고, 분가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김미풍은 "여기서 끝내고 싶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결혼부터 이혼까지 너무나 속전속결로 전개되고 있는데 유일하게 주인공들의 반격만 늦춰지는 답답한 전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이제까지 김사경 작가의 작품에서 기억상실증 소재는 등장한 적 없기 때문에 김덕천이 총격 충격으로 기억을 잃고 본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전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정도가 위안이 되고 있는 수준이다.

과연 막장 본색을 드러낸 '불어라 미풍아'가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SBS '우리 갑순이' 등과 같은 경쟁작과의 대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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