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스타일] 공효진·이종석·서현진, 대중의 마음 훔친 올해의 '안방극장' 패셔니스타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6-11-08 14:18



[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공효진, 서현진 그리고 이종석.

패셔니스타에는 여러 부류가 있지만 그중 단연 으뜸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대중이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안방극장 패셔니스타다. 당대 사회 상황들과 대중들의 심리상태를 가장 잘 반영한 캐릭터와 그에 걸맞은 패션으로 더욱 넓고 가까이, 즉각적인 반응을 통해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99년 배우 김희선의 '곱창밴드'와 이승연의 '립스틱', 최근엔 전지현의 '천송이 코트'까지 TV 드라마 속 패셔니스타들은 대중의 마음을 콕 읽어낸 스타일을 보여주며 큰 인기를 얻고, 그대로 현실 속 트렌드를 주도하며 때론 업계를 뒤흔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사랑받는 기준 또한 매번 달라지는 드라마 속 패셔니스타, 과연 다사다난했던 2016년 올해는 어떤 이들이 영광을 차지했을까.


▲'또 오해영' 서현진: 바쁘지만 외로운, 30대 '보통 여자'의 옷차림

세상에는 주목받는 '인기녀'들보다는 그 10%에 속하지 못한 '보통녀'들이 더욱 많다. 스트레스 가득한 일상과 사회 생활 로 힘겨운 삶에 이리저리 치이는 덕에 예쁘게 차려 입은 얌전한 신데렐라가 되는 일은 힘들기만 하다. 이런 상황 속 드라마 '또 오해영'은 30대의 대한민국 평범녀들이 충분히 겪을 만한 현실 공감 스토리로 여성들의 마음에 단단히 파고들었다. 금수저에 예쁘기까지 한 오해영에 밀려 '그냥 오해영'으로 불려야 했던 흙해영 서현진의 설움은 보통 여성들이 겪는 애환과 닮아있고 그것은 패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스커트보단 활동성을 겸비한 와이드 팬츠, 튀지 않는 색감과 넉넉한 사이즈의 블라우스들, 간결한 액세서리, 그리고 뛰어다니기 좋은 미들 굽의 구두까지. 왜인지 내 옷장에도 있을 법한 이 아이템들은 쉽게 따라 입을 수 있다는 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소리 없이 강하게 향유됐다. 헤어스타일 또한 그간 전형적인 드라마 속 커리어우먼들의 숏컷과 청순가련 긴 생머리가 아니었다. 적당히 낸 층 머리와 발랄한 밝은 브라운 컬러 그리고 살짝 내린 앞머리의 헤어스타일 등은 평범하고 실용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예쁜 모습을 최대한 꺼내보려는 보통 여성들의 노력을 그대로 그려내 공감을 얻었다.

방영 직후 서현진의 아이템들은 실제 판매 효과로도 이어졌으며 서현진 헤어 스타일을 문의하는 글이 쇄도했다. 패션 홍보대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또 오해영'속 서현진이 착용한 가방, 팬츠 등 아이템의 경우 각 회가 방영된 해당 주말 사이 물량이 완판되고 추가 문의가 이어질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였다. 적당한 가격대와 높은 활용도로 서현진이 보여준 패션에 관심이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질투의 화신' 공효진: '나'에게 맞춰진 가치

어김없이 올해도 공효진이다. 한때는 해외 명품 브랜드로 치장한 패셔니스타들이 선망의 대상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공효진은 그들 사이, 평범하고 값비싸지 않은 브랜드들을 믹스매치해 자기의 색깔을 만들어내며 새롭게 트렌드가 됐다. 불황 탓 타인의 시선에 집중하던 현대인들이 나를 위한 소비와 지출에 관심을 더욱 보이게 된 2016년에, 공효진의 그러한 점은 더욱 매력적으로 빛났다.


SBS '질투의 화신' 속 공효진이 열연하는 표나리는 자신의 것을 숨기고 포기하는 전형적인 '순종 캔디'가 아닌 솔직하게 두 남자가 다 좋으니 함께 살자고 제 감정을 소리치는 캐릭터다. 그래서 패션 또한 예쁘장하고 단정해야만 하는 여성 캐릭터들 사이에서 조금 다른, 과감하고 독창적인 자기 색을 낸다. 또 그 색은 10만 원 대의 티셔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연출됐다. 단순히 비싸고 유명한 아이템으로 남에게 과시하려 하기보단 자신의 가치에 맞는 상품으로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최근 젊은이들의 소비 감성에 공효진의 패션이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방송 이후 SNS, 패션 커뮤니티들은 물론 실제 여자들의 대화에서도 "어제 공효진이 입은 게 어디꺼야"라는 쉼 없이 말이 오가고 셀럽스픽 등 모바일 패션 매거진 등에서도 그의 패션 정보는 연일 뜨거운 반응을 얻는 데서 알 수 있다.


그의 스타일링을 담당한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한 인터뷰를 통해 "공효진은 출중한 뭔가가 있다. 타고난 감각과 남다른 기럭지, 독특한 아이템도 편안하게 소화해내는 능력이 있어서 평범한 것들도 사람들의 '워너비 아이템'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공효진의 아이템들은 방송 이후 전년 동기간 대비 오프라인 매출 120%, 온라인 매출 400% 이상의 신장률을 보인다. 실제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에 '공효진 패션' '표나리 가방' 등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성들의 워너비스타 공효진의 진가를 제대로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W' 이종석: 현실에 지친 이들이 꿈꾸는 '만찢남' 판타지

경기가 침체할수록 패션이 더욱 소박해진다고? 절대 아니다. 패션은 그럴 때 더욱 중요성을 가지고 또 화려한 형태로 변한다. 오히려 현실감 없는 패션의 판타지적 면모가 현실의 힘든 부분을 어느 정도 해소시키고 마음을 즐겁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실제 1988년 IMF 당시에도 가장 화려한 쇼를 열었던 강진영 디자이너는 "내 쇼가 잔뜩 움츠러든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힘든 때일수록 쇼를 보고 잠시나마 힘든 현실을 잊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밝혔듯 말이다.


이 맥락은 MBC 'W' 속 이종석의 패션에서 그대로 발견됐다. 그가 맡은 강철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만화같이 잘 생겨서가 아니라 정말 만화 속에서 현실로 튀어나온 캐릭터다. 이종석 스타일리스트에 따르면 그런 '만찢남'을 그대로 화면에 드러내 보여주기 위해 대부분의 의상은 고민 끝 사전 맞춤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이종석은 절대 핏의 의상들을 훤칠한 키, 조각 같은 얼굴로 올곧게 소화해냈다. 블루, 레드 등의 과감한 컬러를 전면에 세운 수트와 티끌 없이 말끔한 셔츠룩, 촌스럽게 여겨지던 청청패션까지 완벽하고 럭셔리하게 그려냈다.

현실에 없을 법한 이종석의 완벽한 패션은 마치 '화보'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웹툰과 현실을 오간다는 'W'의 설정과도 묘하게 맞물려지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드라마 본연의 기능에 힘을 보탰다. 무료한 현실에 지친 여성들의 마음은설렘으로 물들였으며 남성들에겐 그들 마음 속에 숨겨놓은 패션 판타지를 실현시켰다. 이는 대중들이 안목이 높아지고 감각들이 더욱 정교화되는 시대에, 패션에는 단순히 '옷을 입는다'는 것 이상의 사회적 기능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MBC, SBS,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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