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주년 '슈돌' PD "인기 예전만 못하지만 아이들 보며 초심"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6-11-07 16:55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아기였던 사랑이가 제법 숙녀티가 난다.

2013년 11월 정규 방송을 시작한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 3주년을 맞았다. 전 국민을 '사랑앓이'에 빠뜨렸던 아기 사랑이가 의젓한 언니,누나가 되는 시간이다.

지난 6일 방송된 3주년 특집 '2만 시간의 법칙'에서는 '슈돌' 가족들이 총출동한 가을 운동회가 그려졌다. 특히 원년멤머 사랑이까지 가세,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귀엽기만 했던 사랑이는 어느덧 숙녀가 됐고, 훌쩍 커서 동생들을 돌보는 아이들의 모습 또한 시간의 흐름을 실감케 했다. 처음 쌍둥이들과 남겨져 우왕좌왕하던 이휘재는 이제 다른 아이들까지 능숙하게 돌보는 베테랑 아빠가 됐다.

'슈돌'은 MBC '일밤-아빠!어디가?'가 육아 예능의 붐을 일으키면서 한 발 늦게 시청자와 만났고, 때문에 방송 초기에는 소재를 따라했다는 비판과 비교를 피하지 못했다. 이후 SBS '오 마이 베이비'의 등장으로 육아 예능 전성기가 열리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 졌다. '슈돌'은 그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고, 다른 예능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난 가운데에서도 홀로 남아 육아예능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슈돌'의 장수 비결을 무엇일까? 연출자 강봉규PD로부터 3주년을 맞이한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 제작진이 생각하는 장수 비결을 들어봤다.

-벌써 3년, '슈돌'을 제작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기억에 남는 순간이 정말 많지만, 특히 파일럿 방송 시작 할 때가 기억이 난다. 아직 종이 2장짜리 기획안을 들고, 섭외하고 촬영을 하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가던 것. 특히 사랑이네, 이서언-서준 쌍둥이네, 장준우-장준서 형제네를 처음 만나 촬영하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초창기 슈퍼맨과 아이를 섭외할 때 특별히 기준으로 삼은게 있는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연예인이나 셀러브리티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섭외 범위가 넓지 않다보니 기준이 딱히 있었던건 아니지만, 가능한 다양한 연령대 아이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슈돌'하면 예능에서 쉽게 만나지 못했던 연예인들과 그들의 가족을 보는 재미가 컸다. 섭외력이 남다른 것 같다.

우리 프로그램이 아무래도 본인 뿐 아니라 가족들이 전부 방송에 노출되다보니 출연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섭외를 하는 과정에서 들어보니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더라. '슈돌'이 3주에 한 번, 2박3일간 촬영을 하는데 어쩌면 그 시간만큼은 강제적으로라도 시간을 보내게 되니까, 다른건 몰라도 아빠들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가까워 질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더라. 저희도 섭외할 때 아빠와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또 건강하게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제작진이 진심을 전하려 애쓴다.

-쌍둥이는 물론, 삼둥이, 오남매, 공동육아까지 이전 육아 예능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가족 형태를 보여줬다.

아빠 육아를 다루는데 있어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게 사실인 거 같다.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더 새로운 모습 찾고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쌍둥이, 삼둥이, 오남매는 흔히 볼 수 없는 가족 형태인 것 같아서 섭외하려고 노력을 했었다. 오남매까지 나온만큼 연예인 가족 중에서 더 색다른 가족 형태를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하하. 앞으로도 또 다른 육아의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

-육아 예능 제작진만이 느끼는 고충도 있을 것 같다.

프로그램 특성상 아이들과 약간의 거리를 둬야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낯을 가리니까 스태프들과 거리 두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이제는 너무 친해져서 쉽지 않아졌다. 텐트도 사용하고 있지만 이제는 소용이 없는 것 같다.(웃음)

과거와 현재, 공통적으로 가장 어려운 건 아이들이 제작진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 촬영 매 순간이 돌발상황의 연속이다. 근데 그게 또 흐뭇한 상황들을 만들기도 한다. 3주년 특집 편집하다가 생각이 났는데 예전에 민국이가 찜질방에서 식혜를 쏟은 뒤 어쩔 줄 몰라하며 엉엉 울고 말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어찌보면 그런 것들도 다 돌발상황이다. 그게 우리 프로그램의 약점이면서 동시에 강점인 것 같다.

-'슈돌'은 어찌보면 육아 예능 후발주자인데,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솔직히 현재 프로그램의 인기나 화제성이 예전만큼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좋은 시절이 있으면 힘든 시절도 있는데 굴하지 않고 꾸준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장수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아이들의 힘' 아닐까. 육아라는게 반복적이고 흡사해서 보는 입장에서 지루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모습이 매번 새롭고 신기하고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그런 아이들의 성장을 보는 재미를 느낀 시청자들이 떠나지 않고 계속 지켜봐 주시는게 아닐까.

-3주년을 기념해 특별 컴백한 사랑이와 삼둥이의 모습이 기대된다.

사랑이네와 삼둥이네에 3주년을 기념해 나와 줄 수 있는지 연락드렸는데 흔쾌히 허락해 줘 감사했다. 사랑이는 8개월, 삼둥이 9개월만에 '슈돌'과 다시 만났는데 그 사이에 엄청 자라서 깜짝 놀랐다. 사랑이는 워낙 어른스러웠지만 더욱 숙녀같아졌고, 삼둥이들도 많이 의젓해졌더라. 다음 방송에서 아이들의 근황을 만나 보실 수 있을 거 같다. 특히 송일국은 본인이 개인적으로 촬영한 아이들의 모습을 제작진에도 공유해 줘서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다.

-앞으로 '슈돌'이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담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아이들과 관련된 부분들은 뭐든지 담고 싶은데, 특히 안전과 관련된 것들을 다루고 싶다. 앞서 실종이나 지진체험, 승강기 안전 등에 관련해 촬영한 적 이있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안전사고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경각심을 줄 수 있도록 이런 안전문제를 다루는 것도 우리가 해야할 몫이 아닌가 싶다. 프로그램 특성상 자주는 못 다루더라도 관련한 이슈가 있거나 필요하다 싶은 내용이 있으면 방송에 녹이고 싶다.

-'슈돌' 3주년 소감과 지금까지 지켜봐 준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특집 준비하면서 '벌써 3년이나 됐구나' 싶더라. 사랑이 쌍둥이와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아이들 큰 것을 보면 세월이 무상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출연자·시청자와 함께 열심히 하다보니 3년까지 왔다는 작은 안도감이 있었던 거 같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것은 모두 시청자 덕분이다. 해맑은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은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그리고 사랑으로 응원해 주시면 더욱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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