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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집안에 경사가 났는데,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하지만 제작진 입장에서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다. 프로그램의 나침반이 고장났기 때문이다. '커플 탄생'은 우선 프로그램 공식 기획의도에도 명시된 '싱글 중년들의 여행' 이라는 설명과도 모순되는데다, 그것이 가지고 올 변화의 양상은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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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만의 매력은 출연자들이 모두 '중년인 싱글'이라는 점에서 베어나온다. 저마다 가진 사연이 다르고, 사랑관도 다르지만 '비교적' 늦은 나이에도 싱글이라는 유대감 속에 멤버들은 한배를 탄 듯 돈독했고, 시청자들은 그곳에서 공감과 배움의 요소를 발견했다. 또한 억지로 짝을 맺어주는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멤버간 묘한 핑크빛 기류를 탐지하는 재미도 시청 포인트에 속했다. 하지만 김국진과 강수지가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두 사람은 물론 타 멤버들의 프로그램 내 위치도 애매해졌다. 모두가 싱글인 상태에서 익숙했던 케미와 잘 빚어낸 재미 공식들도 어색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위험에 처한 것. '불타는 청춘'은 과연 커플 탄생에 대한 축하에 이어 질투나 부러움의 코드 정도로 프로그램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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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재미 요소는 반감됐다
김국진-강수지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긴장감'은 이제 '안정감'이 됐다. 몰입 효과는 어 느쪽이 더 클까.
열애 사실이 알려지기 전, 두 사람이 보인 사랑의 줄다리기는 '불타는 청춘'의 묘미였다. 귀엽고 당차게 마음을 표현하던 강수지와 수줍게 마음을 못 열던 김국진의 모습은 애청자들을 애타게 했고, 그것이 방송을 위한 컨셉트인지, 실제 감정인지를 저울질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공식 커플도 아닌 두 사람의 팬클럽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이제 실제 커플이 됐고, 6일 방송에서는 첫 데이트 모습까지 그려지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중요한 카드 하나를 써버린 셈이 됐다. 그 효과가 1년 이상 지속돼 오던 '커플 성사 전' 재미를 상회할 수 있을까. 또한 제작진이 '불타는 청춘'이라는 포맷 안에서 두 사람만의 러브스토리에 언제까지 분량을 할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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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염원처럼 김국진-강수지 커플이 결혼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 자체로 가슴을 따듯하게 해주겠지만 그 청첩장은 '불타는 청춘' 졸업장과 맞바꿔야 한다. 실제로 지난 5월에는 김혜선이 일반인 사업가와 결혼에 골인하며 졸업장을 받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문제는 김국진-강수지의 졸업이 '불타는 청춘' 전체의 졸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강수지 역시 핵심 멤버이지만 무엇보다 김국진의 졸업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가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리더인데다,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멤버들의 감을 끌어올리는 지휘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제작진은 오랜 기간 함께 일한 동료 두 사람이 사랑의 결실을 맺길 바라면서도, 그 결과로 프로그램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염두해야만 한다.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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