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이청아 "류준열은 재간둥이, 이수혁은 듬직했죠"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6-07-25 01:18 | 최종수정 2016-07-26 08:05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의 배우 이청아가 20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청아는 '운빨로맨스' 에서 세련되고 우아한 알파걸이자 밝은 에너지를 소유한 한설희로 열연했다.
소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배우 이청아는 어느덧 데뷔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의 얼굴은 우리의 기억 속 소녀처럼 여전히 말갛고 맑고 청아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단단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그것은 차근차근 한 계단씩 밝으며 변신을 시도해 온 노력들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공개 연애로 누군가의 여자친구로 더욱 부각 될 때도 있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사랑도 일도 솔직하고 묵묵하게 해온 그의 서른은 아름다웠다.

이청아는 최근 종영한 MBC 수목극 '운빨 로맨스'를 통해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했다. 그간 배우 이청아를 떠올리면 나타나는 풋풋하고 소녀다운 이미지를 벗고 똑부러지는 차도녀 한설희를 연기했다. 종영한 후 많은 아쉬움을 지닌 듯한 그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운빨 로맨스'를 끝마친 소감과 함께 동료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놨다.

이청아는 실수로 안타깝게 놓친 첫사랑인 류준열을 되찾으려는 당당한 여자를 연기했다. 설희는 그 과정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돌진하는 당당함과 실패해도 쿨하게 인정하는 면을 지닌 성숙한 캐릭터다. 실제 인터뷰를 하는 이청아에게는 설희와 같은 당당함이 묻어났다. 겸손하지만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에 전보다 더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하 일문일답)


-'운빨 로맨스' 설희를 열연했다. 종영 소감을 말해달라.

"끝나고 인터뷰 시작하면서 이제 조금 끝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종방연도 막방날 바로 해버리는 바람에 사실 회포를 열심히 풀기 보단 그날까지 촬영하다 와서 다들 좀 피곤한 상태였거든요. 인터뷰 하면서 비로소 촬영 에피소드나 배우들에 대해 얘기하니 이제 좀 끝났나 싶어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너무 즐거웠죠. 수호랑 밀당하느라 초반 막말 쏘아대고 이럴 때 이외엔 저는 심각한 부분이 많이 없었어요. 심지어 그때마저도 '이렇게 갈까' '이렇게 해볼까' 끊임없이 즐겁게 얘기했죠. 감독님과 배우들이 소통을 많이 하고 마치 스터디그룹 같기도 한 현장이었어요. 사실 저보단 수호, 보늬가 정말 많이 고생했는데 그에 비해 저는 체력적으로 버티기가 쉬웠어요. 남들 밤샐 때 저는 오후에 출근하면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우리 다들 정말 장하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이번에 진짜 다들 태도가 좋은 배우들을 만나서 기뻤어요."

-설희는 분명 여느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악역은 아니다. 분명 자기 논리가 있는 캐릭터지만 어느 정도 긴장을 부여해야하는 역할이기도 했다. 두 지점을 균형을 맞추기가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그냥 제가 끼면 수호와 보늬 사이에 불안한 기류가 흐르는 게 그냥 보였죠. 그 이상한 기류라는게 제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수호가 한 역할이 커요. 보늬랑 있을 땐 아이같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있다면 제 앞에서의 수호는 단단하고 차가웠어요. 그런 온도차를 보면서 차근차근 안될거라는 감정을 느껴나갔죠. 저는 수호의 감정을 흔들어야 하는 인물이고 그게 과하면 나쁜 사람이 되고 약하면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는데, 그 미묘함을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준 덕에 잘 지킨 것 같아요."

-결말에 대해 만족하나. 특히 설희의 결말에 대해?

"제가 구축했던 설희라는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요. 설이는 의외로 질척거리지 못하는 애였어요. 선택도 포기도 빠르고 남들의 규칙을 깨면서까지 이기심 부리는 애가 아니었죠. 제 스스로 설정하기에설희가 스포츠 에이전트라 페어플레이 정신이 있는 것 같은데, 치사하게 반칙을 해서라도 승점을 따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수호랑도 연인이 되고 싶었지만 그 게임이 끝났고 '그래? 그럼 내 선수 챙기듯이 네 게임 도와줄게' 이렇게 그를 보냈던 것 같아요. 또 보늬가 아니라 딴 애였으면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 그녀가 감싸주지 못했던 제수호를 보늬가 치료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 때문에 그렇게 닫혀있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그 닫혀있던 걸 보늬가 푸는 걸 봤기에 쿨하게 포기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실제로도 그렇게 쿨한 연애를 하나. 돌진하는 스타일?

"어떤 부분에선 쿨하다고 할 수 있죠. '뱀파이어 탐정' 당시 제일 고민했던 감정이 이미 마음 떠난 남자에게 질투와 욕망으로 눈이 멀어서 제 옆에 두려고 들끓는 그런 부분이에요. 저는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어떻게 안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떠나가기 전에는 노력할 수 있지만 이미 사람 마음에 내려가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잖아요. 내가 내린 셔터는 잘 뒤집고 싶지도 않고. 마음이 뒤집어지기 전까진 굉장히 노력하다가 이게 도저히 안된다 싶으면 과감히 덮는 편이라 번복도 잘 안해요. 그리고 서로 피곤하지 않기 위해서 좀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 그런 부분이 아마 설희에게 좀 묻은 것 같아요."


-상대 배우 류준열의 매력 포인트는 뭘까?

"저는 뭔가를 만들 수 있는 얼굴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류준열 그 친구는 정말 얼굴이 많아요. 어떨 땐 되게 심각하다가도 어떨 땐 싸늘하고. 준열이가 설희를 대할 때 얼굴 보늬를 대할 때 얼굴이 하나씩 다 다라서 정말 다른 사람 같을 때가 있어. 그게 그 친구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또 본인 스스로가 워낙 연구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요. 그렇게 연기하다가도 카메라까 꺼지면 다시 너무 장난끼 많고 천진난만하게 현장을 누벼 스태프들의 사랑을 받죠(웃음)"

-가장 많은 시간 함께 했던 건 이수혁이다. 이수혁은?

"전에 한번 수혁이랑은 '고교처세왕'에서 카메오 특별 출연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는 굉장히 차가웠던 역할로 기억해요. 근데 이번에 만나고 나서 이렇게 귀여운 매력이 있는지 몰랐죠. 수혁이는 극중에서는 말 되게 안듣고 뺀질뺀질해 보이지만 실제 이수혁이라는 사람은 배려도 많고 침 착해요. 같이 연기하면서 고마웠던 적이 많아요. '누나 어떻게 하고 싶어요?' 묻고 그럼 '난 괜찮아' 이런 식으로 맞춰주는 편이라 동생같지 않고 듬직했어요."

-실제 이청아라면 제수호나 개리. 어떤 남자 스타일이 더 끌리나.

"제가 봤을때 개리는 약간 여자가 좀 있을 타입이다(웃음) 제수호는 여자도 없고 일에 돌진하는 성격이다. 근데 둘 다 극중 성격을 보면 한 여자만 보는 타입이다. 솔직히 어렵다. 은근 둘이 성격이 다르지 않다. 장난끼나 자기 여자한테 맘 편하게 해주려고 거짓말하는 것도 비슷하다. 왠만하면 선택하겠는데 이래서 한쪽이 좋다고 하기엔 둘에게 다 있는 성격이다."

-로맨스라하면 빼놓으 수 없는 장면, 아직까지 '늑대의 유혹'의 우산 씬이 매년 패러디된다. 어떤가?

"감사한 마음 뿐이죠. 대중들에게 이청아라는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작품이었으니까요. 지금까지도 '늑대의 유혹'이 계속 언급되는 걸 보면 대단해요. 당시엔 정한경이라는 역할이 여리고 순할 뿐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와서 보면 반면 굉장히 강한 이미지였구나 싶어요. 어떤 캐릭터로건 한 배우를 그렇게 기억해준다는 건 좋은 일이지 않나요. 정말 감사드리죠."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정말 매 작품이 힘들었어요. 왜 나는 10년이나 연기를 했는데 왜 한번도 쉽지가 않을까. 근데 점차 그걸 내 성격으로 받아들였죠. '맨날 매 작품 이렇게 처음 같을 건데, 힘들건데 그래도 할래?' 이렇게 질문을 던져요."

-반면 배우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거나 기쁨을 느끼는 순간?

"스스로 잘했다고 느낄때. 그게 진짜 자기만족이더라고요. 남이 잘했다 해도 제 맘에 안들면 그 칭찬은 걷돌고 계속 의심 하게 되죠. 근데 얼마 전 드라마 '닥터스'에서 '원래 잘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되짚어봐요. 그래야 실수 안하니까'라는 인상깊은 구절을 들은 적이 있는데 괜히 눈물이 핑 돌면서 '그래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간 잘 할거야'하는 용기를 얻었어요. 언젠가 잘하게 되면 그때는 좀 편안해질까 싶었는데 오히려 여전히 안편해진다는걸 깨닫고 나서야 편해졌죠. 그냥 나는 계속 의심할 사람이니까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청아 인생에서 '운빨'은 뭔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 제 인생에서 배우라는 걸 시작하게 된 게 제 인생에서 제일 큰 운인 것 같아요. 그간 성격도 모나고 갇혀있는 성격이었다면 연기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면서 변했어요. 또 제가 연기하면서도 싫은 캐릭터들도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고 이해하게 되고 또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허상욱 기자 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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