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현장 분위기 속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포츠조선의 '출장토크'. 이번 주인공은 '대세'라는 말로도 부족한 최고의 개그우먼 박나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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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를 단숨에 대세행 열차에 태운 건 MBC '라디오스타'다. 지난 해 2월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박나래는 테이블 가장 끝자리에 앉아 있을 만큼 주목받는 게스트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큰 기대를 거는 시청자도 없었다. 하지만 녹화가 시작되고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박나래의 하드캐리가 대폭발한 것. 함께 출연했던 다른 게스트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게 만들 만큼 온갖 에피소드와 입담을 대방출하며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에게 돌렸고, 단박에 온갖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악했다. 또한,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 마다 박나래 관련 게시글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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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라디오스타' 이후 제 개그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 자체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가 술 취해서 실수한 이야기, 야한 이야기 하면 다들 '아이고, 박나래 저거 언제 정신 차릴래'라며 혀를 찼어요. 김준호 선배도 저보고 개그맨으로 안 풀리면 5년 뒤에는 그냥 술집 차려준다고 술집이나 운영하라고 했었어요. 하하하. 그런데 지금은 이런 제 개그가 통할 때가 된거죠. 준호 선배도 이제는 저한테 '나래야. 너 그렇게 막 살길 잘했지. 바르게 살았어봐라 이렇게 안됐다. 변하지 말고 지금처럼 막 살아라'라고 했다니까요."
"김구라 선배님께는 언제나 너무 감사해요. '라디오스타' 사랑과 전쟁 특집 녹화 끝나고 김구라 선배님이 진짜 용돈도 주셨어요. 구라 선배님이 끝나고 다같이 회식이라도 하라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회식비를 50 만원이나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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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스타' 제작진이 4명의 MC 중 김구라 선배님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거에요. 사실 그게 쉽지 않은 역할이잖아요. 구라 선배님이야 말로 '라디오스타'의 상징이자 혀 같은 존잰데. 그래서 선배님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문자를 드렸어요. 농담이나 독설을 보내주실 줄 알았는데, '제작진이 그렇게 이야기 하지만 너는 너다. 너대로 하는 게 정답이다'라고 말해주셨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세가 된 박나래. 하지만 여전히 세고 자극적인 박나래의 토크 스타일을 좋아하진 않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박나래는 그런 시선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편하다고 말이다.
"'왜 여자가 저렇게까지 이야기하지?'라며 제 개그 스타일을 안 좋아하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전 그냥 캐릭터라고 생각하거든요. '섹드립'과 '야드립'에 강한 개그맨이 있듯이 여자도 19금 개그를 할 수 있거든요. 조신하고 얌전한 여자가 있으면 저 처럼 막 사는 애들도 필요한 거 아니겠어요? 한 번 밖에 못하는 인생인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죠. 뭘 절 비난하시고 싶은 분들은 하셔도 되는데, 저는 제 인생이 너무 행복해요."
그렇기 때문에 도를 넘는 악플에도 크게 상처 받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악플을 보고 즐기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박나래. 이 사람, 진짜 보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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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요즘 너무 힘들었는데 박나래 씨 개그 보고 힘이 되는 것 같아요'라는 글을 보면 정말 힘이 돼요. 주변 분들이 '요새 우리 부모님이 너 너무 좋아하셔'라는 이야기를 간혹 하는데,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예전에는 지인의 부모님이 '나래 걔는 뭐 먹고 살려고 그러니'라는 이야기만 하셨대요. 크하하"
'라디오스타'로 박나래를 띄운 프로그램이지만, 박나래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단연 tvN '코미디 빅리그'다. 각종 버라이어티와 토크쇼에서 활약하고 있는 와중에도 박나래는 여전히 '코미디 빅리그'의 터주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대세로 떠오른 후 박나래의 '코미디 빅리그' 하차를 예상하는 이들도 많았다. 분량에 비해 쏟아 부어야 하는 연습시간과 노력이 엄청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바쁜 스케줄에 쫓기는 개그맨들에게는 부담스러운 프로그램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나래는 '코미디 빅리그'를 떠나지 않았다. 아니, 떠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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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코빅'은 놓지 않으려구요. 개그맨들끼리 하는 이야긴데, 개그맨은 두 종류가 있어요. 공개 코미디를 하는 개그맨과 안 하는 개그맨. 사실 제가 요새 스케줄도 많고 해서 감독님이 다음 시즌에서 코너를 하나만 하자고 했는데, 제가 욕심을 부려서 두 개를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코미디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계속 많이 하고 싶어요."
박나래 뿐 아니라 모든 개그맨들이 '코미디 빅리그'에 쏟아붓는 정성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 개그맨이야 말로 기획부터 연기까지 섭렵해야 하는 종합예술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배우나 가수에 비해 개그맨들의 가치를 낮게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게 사실. 박나래는 이런 시선이 안타깝다고 속상하다고 말한다.
"다 똑같은 연예인인데 그런 시선 속상하죠.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 활동하는 개그맨들이 더 열심히 해서 후배들은 '꽃길'을 걷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새 개그맨들끼리 뭉쳐서 더욱 '으X으X'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다른 친구들이 더 잘나가면 질투하고 그런 게 있었거든요. 애드립도 잘 안받아주고 그랬었어요. 그런데 요새는 네가 잘 되야 내가 잘되고 결국에 프로그램이 잘된다는 생각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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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나 여자나 똑같은 연예인인데, 여자 연예인들에게만 '여'배우, 여자'예능인'을 강조하더라고요. 그 말 자체에서부터 여자 연예인에게는 '여자'다운 모습을 바란다는 뜻이 들어있어요. 저는 그 틀을 깼으면 좋겠어요. 제가 농담으로 '여자들도 방송에서 위통을 벗을 수 있는 시대가 와야 돼!'라고 말하곤 해요. 남자와 여자가 똑같으니 방송에서도 똑같은 개그로 웃길 수 있어야 된다는 뜻이에요. 남자는 야한 개그가 되고, 여자는 안 된다? 왜 그래야 하죠? 왜 여자 개그우먼이 노출 있는 의상을 입으면 '못 볼 꼴 봤다'고 말을 하는건지 이해가 안돼요.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죠. 열심히 일하는 개그우먼들 욕하지 마세요. 저도 욕 잘해요. 하하하"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허상욱 기자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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