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배선영기자]'파리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가든', '상속자들' 등의 히트 드라마로 한국 최고의 인기 작가로 꼽히는 김은숙 작가의 필모그래피에서 KBS2 '태양의 후예'는 최악의 작품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총에 맞고 심정지 상태에도 죽지 않아 불사신이라는 오명을 얻은 주인공 유시진이나 아무런 고뇌 없이 대출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꽃바구니를 사들고 자신을 성추행 하려는 이사장을 찾아가는 강모연을 보고 있으면 오글거리는 대사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우는 것 외에 캐릭터 묘사에 대한 작가의 최소한의 노력이 없어 보여 아쉽다. 전체 극을 관통하는 주제 역시 전무하거니와 뜬금없는 사건사고들이 불쑥불쑥 끼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 전개 방식을 보고 있으면 작가가 아무런 사유 없이 대본을 쓴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이처럼 개연성을 잃고 방황하는 스토리는 한반도를 들썩인 유행어 제조기일 정도의 입담을 자랑하는 유시진 캐릭터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
|
'태양의 후예'는 제작비 130억, 100% 사전제작 드라마인만큼 만듦새에 대한 기대치가 컸으나, 개연성을 배반한 전개와 후반부 2회분에 몰아준 PPL은 사전제작의 미덕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대목이었다. 그렇다고 영상미가 훌륭한 것도 아니었다.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지진, 총격 등 스케일이 거대한 사건을 다룬 이 드라마는 이전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하는 작품도 아니다. 지진신의 CG도 조악했고, 특히 16회 엔딩의 별똥별 신 역시도 크게 공들인 티가 나지 않은 CG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무엇보다 '태양의 후예' 아니, 김은숙 작가에 배신감이 드는 것은 매회 엔딩이다. 주인공 유시진의 죽음이나 생존을 암시하는 장치들을 매회 엔딩에 심어놓고 시청률을 올리려 한 것은 시청자들을 조롱하는 작가의 행태 이상 이하도 아니다. 시청률 제조에만 급급한 마당에 PPL이나 개연성,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조롱이 그의 귀에 과연 들릴지도 의문이다.
sypo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