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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태후②] 황당설정·마구잡이PPL…태후는 웰메이드였나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6-04-15 08:46


KBS2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

[스포츠조선 배선영기자]'파리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가든', '상속자들' 등의 히트 드라마로 한국 최고의 인기 작가로 꼽히는 김은숙 작가의 필모그래피에서 KBS2 '태양의 후예'는 최악의 작품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의 후예'는 14일 방송된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날 방송에서 유시진 대위(송중기)는 다시 한 번 죽음에서 살아 돌아와 연인, 강모연(송혜교)과 티격거렸다. 서대영(진구)과 윤명주(김지원)역시도 윤명주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해피엔딩을 맞았다. 시청자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해피엔딩이지만, 이 드라마의 끝맛은 영 개운치 않다.

송혜교 송중기 등 톱스타 캐스팅, 두자릿수 시청률도 기록하기 힘든 요즘 9회 방송 이후 30%의 시청률을 넘고, '별에서 온 그대'를 능가하는 화제의 한류 드라마 탄생이라는 반짝이는 기록을 자랑하는 '태양의 후예'는 그러나 모든 거품이 꺼진 뒤, 막장 드라마로 재평가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극적 대사 외에 개연성, 리얼리티, 완성도 등 웰메이드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총에 맞고 심정지 상태에도 죽지 않아 불사신이라는 오명을 얻은 주인공 유시진이나 아무런 고뇌 없이 대출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꽃바구니를 사들고 자신을 성추행 하려는 이사장을 찾아가는 강모연을 보고 있으면 오글거리는 대사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우는 것 외에 캐릭터 묘사에 대한 작가의 최소한의 노력이 없어 보여 아쉽다. 전체 극을 관통하는 주제 역시 전무하거니와 뜬금없는 사건사고들이 불쑥불쑥 끼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 전개 방식을 보고 있으면 작가가 아무런 사유 없이 대본을 쓴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이처럼 개연성을 잃고 방황하는 스토리는 한반도를 들썩인 유행어 제조기일 정도의 입담을 자랑하는 유시진 캐릭터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


KBS2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


요즘처럼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리얼리티에 환호하는 시대, 군인, 의사 등 주인공의 직업에 대한 최소한의 고찰 역시 없어 숱한 지적을 받았으며, 홍삼, 중탕기, 자동차, 초코과자 PPL로 뒤덮힌 지난 13회와 14회는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진 제작비 충당이 어려워진 요즘, 드라마에서 PPL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지만 이야기 안에서 겉돌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것 역시 작가의 능력이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 13~14회는 등장인물들이 난데없이 자동차를 구입하러 간다거나 인민군이 부상을 당한 와중에도 초코과자를 뜯어 먹는 등의 불필요한 장면들이 전파를 타 시청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태양의 후예'는 제작비 130억, 100% 사전제작 드라마인만큼 만듦새에 대한 기대치가 컸으나, 개연성을 배반한 전개와 후반부 2회분에 몰아준 PPL은 사전제작의 미덕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대목이었다. 그렇다고 영상미가 훌륭한 것도 아니었다.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지진, 총격 등 스케일이 거대한 사건을 다룬 이 드라마는 이전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하는 작품도 아니다. 지진신의 CG도 조악했고, 특히 16회 엔딩의 별똥별 신 역시도 크게 공들인 티가 나지 않은 CG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무엇보다 '태양의 후예' 아니, 김은숙 작가에 배신감이 드는 것은 매회 엔딩이다. 주인공 유시진의 죽음이나 생존을 암시하는 장치들을 매회 엔딩에 심어놓고 시청률을 올리려 한 것은 시청자들을 조롱하는 작가의 행태 이상 이하도 아니다. 시청률 제조에만 급급한 마당에 PPL이나 개연성,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조롱이 그의 귀에 과연 들릴지도 의문이다.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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