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소리는 거짓말을 못해요. 사람 얼굴처럼 표정이 있어요. 진실을 담아야 청취자들과 참된 소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수에 올인하지는 않았지만 후회는 없다. 대신 1992년 대학가요제 출신들이 만든 '노래 사랑회'의 멤버로 활약했고, KBS '열린 음악회', 2009년 예술의전당 콘서트, 2013년과 2014년 열린 '대학가요제 포에버' 등 굵직한 무대에서 자신의 몫을 다해왔다. 집안일과 노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나 할까.
이런 그녀에게 지난해 우연히 EBS 라디오에서 DJ 제의가 왔다. 무언가 몸안에서 심하게 꿈틀댔다.
프로그램을 맡은 뒤 조정희는 열정적으로 움직였다. 일단 화요일의 '그 사람 그 노래'와 금요일의 '금요 라이브', 두 코너를 만들었다.
'그 사람 그노래'는 각 분야의 명사를 초대해 그 분들의 추억의 노래를 듣는 시간이다. 국립암센터 전 원장 유근영 박사,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교수, 나경원 의원 등이 출연했다. '금요 라이브'는 한 주를 열심히 살아온 우리 모두를 위한 즐거운 선물이다. 클래식, 뮤지컬, 크로스오버, 국악 등 분야에 상관없이 최고의 뮤지션들이 나와 멋진 공연과 함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안숙선 명창, 소프라노 박정원, 김민 바로크 합주단 감독, 뮤지컬스타 남경주 등 일류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빛냈다. 두 코너 모두 청취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놀라운 것은 모든 게스트 섭외를 거의 혼자서 한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인 친목으로 해결하는 게 90% 이상이다. 놀라운 섭외력이다. 아울러 출연 전에 게스트를 반드시 만나 어떤 곡을 선택할 지,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를 미리 체크한다. 철저한 준비에서 좋은 방송이 나온다는 믿음에서다. 이뿐 아니다. 노래 한 곡을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서 자신의 인맥망을 풀가동한다. 예컨대 김수철의 '별리'를 방송하기에 앞서 직접 전화를 한 적이 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배라 노래에 얽힌 사연, 배경 등을 직접 육성으로 들은 뒤 청취자들에게 들려줬다. 반응이 얼마나 좋았는지 굳이 말 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 검색해서 나오는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차별성이 없잖아요." 아날로그의 힘이다.
방송 준비하다보면 일주일이 금새 가버린다는 '열혈 DJ' 조정희. 하지만 이런 그녀의 프로 근성이 있어 청취자들은 행복하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