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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5년만에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 적발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5-10-19 17:29


창원지검이 제공한 승부조작 사건 개요도

e스포츠에서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이 5년만에 또 다시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스타크래프트2' 경기에서 돈을 걸고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박외식 프라임팀 감독, 같은 팀 소속 프로게이머 최병헌, 브로커 역할을 한 전직 프로게이머 성준모 등 전현직 프로게이머 및 브로커, 전주(錢主) 12명을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이 가운데 박 감독과 최병헌, 성준모 등 9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은 불구속 기소, 1명은 지명수배했다. 12명 가운데 9명이 브로커나 조직폭력배 조직원인 전주, 혹은 도박사이트 베팅회원 모집책 등으로 알려졌다. 승부에 직접 가담한 현직 감독과 게이머는 3명이다.

검찰은 프로리그와 개인리그(GSL) 등 올해 1~6월 사이에 열린 '스타2' 5경기가 승부조작 된 것으로 파악했다. 박 감독은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뒤 두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하거나 브로커에게 선수들을 소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 감독은 5700만원 상당의 인터넷 도박을 한 혐의도 추가됐다. 두 선수는 돈을 받고 여러 경기에서 고의로 패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가운데 최병현은 지난해 해외팀 소속으로 개인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지난해 12월 프라임팀에 합류한 후 올 시즌 프로리그에서 27경기에 나서 20패를 당하며 개인 최다패를 당하는 등 믿을 수 없는 경기력으로 끊임없이 승부조작 개입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기당 500만~2000만원이 오갔으며, 단순 패배뿐 아니라 오버(승패 불문 15분 이상 경기 진행), 언더(승패 불문 15분 이내 경기 진행) 등 다양한 형태로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e스포츠협회는 19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박 감독과 최병현에 대해 영구제명, 영구자격정지 징계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미 신고 포상금을 원하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두 명의 불법도박 가담 제보를 받고 이 사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사실 확인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검찰의 구속, 수사 사실을 확인하고 그동안 법률 자문을 받으며 사태 파악과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또 협회는 지난 2013년부터 프로리그에 활동하는 모든 프로선수와 감독, 코치들에게 부정방지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리그 참가 후 불법베팅 등 가담 시에는 이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를 감수한다는 서약을 받아왔다. 더불어 2014년부터 신고포상금 및 자진 신고 포상금 제도를 시행하고, 경찰청 사이버 안전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인터넷정책자율기구, 한국e스포츠협회 4자간 MOU 체결을 통해 클린 e스포츠 환경을 조성해왔다.

하지만 박 감독이 운영하던 '스타2' 프라임팀은 기업 스폰서가 없는 개인 운영팀으로, 일정한 소득원이 없어 브로커로부터 끊임없이 유혹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노린 브로커들은 박 감독에게 팀 후원을 빌미로 접근했으며, 승부조작이 성공한 이후에는 선수들을 직접 접촉하기도 했다.

'스타2'는 개인간의 대결이기 때문에, 승부조작에 대한 의심은 계속 제기돼 왔다. 브로커들은 지인들을 통해 소개받거나 혹은 대담하게 선수들의 SNS를 통해 승부조작 가담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제의받은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를 거절한 후 협회에 신고하거나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어쨌든 지난 2010년 유명 프로게이머들의 승부조작 여파로 큰 위기를 겪었던 e스포츠는 당분간 내홍이 불가피해졌다. 협회는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이와 관련된 또 다른 관계자가 있다면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영구제명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 사안에 따라 업무방해 및 손해배상 소송도 별도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구제명 된 전직 게이머들이 개인 방송 사이트를 활용, 지속적으로 수입을 올리는 것과 관련해선 게임사와 사이트 운영사와 협의해 이를 원천 방지하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협회 조만수 사무총장은 "지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e스포츠의 근간을 위협하는 불법도박, 불법베팅과 관련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또 다시 관련사건 발생 소식을 알려드리게 되어 심히 유감스럽고 항상 e스포츠를 사랑하며 함께해주시는 팬 여러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련의 제보들을 통해 추후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며, 수사기관으로부터 연계성이 확인된다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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