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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화정' 시작은 화려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5-09-30 09:41


MBC '화정' <사진='화정' 방송화면>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화려한 시작과 비교되는 조용한 퇴장이었다.

지난 29일 MBC 월화극 '화정'이 50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종회에서는 정명공주(이연희)를 필두로 한 정치세력들이 강주선(조성하), 김자점(조민기), 소용 조 씨(김민서) 등의 위정자들을 척결하고 조선 땅에 희망의 싹을 틔우며, 권력이라는 것이 결국 민초들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시사했다.

정명은 자신이 곁에 있어달라는 효종(이민호)의 만류에도 불구, 조정을 떠나 화기도감으로 돌아갔다. 저영은 "권력이란 언젠가 뜻을 잃고 변하기 마련. 이 세상에 백성을 위한 힘은 없다. 처음부터 권력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고 뜻을 밝혔다. "그 곁이 아닌 그 맞은편에 자리하겠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이와 함께 정명이 효종에게 전한 두 글자가 바로 '화정'이었다. 화려한 정치, 빛나는 정치라는 뜻을 담은 이 말은 '화정' 50부작을 달려오면서 꿋꿋이 그려온 내용이기도 하다. 화려한 정치란 왕이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기 위한 정치를 이를수도, 백성들을 위한 선정을 이를 수도 있다. 정명은 왕의 초심이 흔들릴 때 지켜보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라는 의지를 담았다.

이처럼 '화정'은 권력의 최고 자리에 앉은 임금의 갈등을 대변하는 듯 하다. '화정'은 광해붜 인조, 효종까지 왕조 3대에 걸친 긴 이야기를 이끌어 오면서 왕의 고뇌를 주요한 소재로 그려냈다. 용상이라는 버거운 자리에서 수없이 갈등하는 인간적인 왕의 모습에 집중한 것은 기존 사극과 차별화 되는 매력이었다.

'화정'은 전반부에서 보위에 오르기 위해, 또 그 왕좌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광해(차승원)의 인간적 고뇌를 비중있게 그려내 공감을 얻었다. 중반부에 이르러 광해는 권력보다 사람을 택하는 모습이 시선을 집중시키며 시청률 상승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어 후반부에서는 인조의 악행과 반전이 전개의 큰 축이 됐다. 백성들의 신망이 두터운 정명을 향한 미움과 질투, 일신의 영달과 백성을 위한 정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 등이 비중있게 그려지며 긴장감을 높였다. 최후를 앞두고 드러나 그의 진심이 반전을 선사하기도 했다.


차승원은 곧은 성정의 광해가 냉혹한 군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부터 왕좌의 무게에 괴로워하는 모습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김재원 또한 야심가 능양군이 인조가 되어 죽음을 맞기까지, 14년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생애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것은 물론, 삶의 희노애락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해내며 호평을 얻었다.

반면 이들과 맞서며 끝까지 의지를 관철시킨 여인 정명의 캐릭터는 다소 아쉬웠다. 광해와 인조가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는 왕의 모습을 통해 기존 사극과 또 다른 매력을 어필했다면, 정명의 올곧기만 한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으로 비쳐졌다. 열연이 돋보이긴 했으나, 흔들리는 군주 앞에서 오로지 일관된 뜻을 품고가는 강한 여인상을 표현하기에는 이연희의 카리스마가 아쉬웠다.

사극의 가장 큰 시청 포인트는 선과 악이 분명한 대립구조에 있다. 선과 악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명분을 품은 세력간의 갈등과 싸움이 대부분 사극에서 시청률을 견인하는 포인트가 된다. '화정'은 극 초반 광해와 선조의 대립으로 시작해 긴장감 넘치는 시작을 보여줬으나, 중후반부로 갈수록 이 같은 인물간의 갈등 구조가 다소 힘을 잃으면서 긴장을 놓쳐 버렸다.

결국 '화정'은 7.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 자릿수로 조용히 대단원의 끝을 마무리 했다. 시작은 화려했으나, 그 뒷모습은 아쉬운 '화정'의 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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