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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천하] '무한도전'은 어떻게 국민 예능이 되었나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5-09-10 10:04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이휘재를 비롯해 신흥 예능 대세들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하늘 아래 수많은 예능이 존재함에, 그 생김이 제각각이어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그런 가운데 예능인들도 인정하며, 더러는 한 수 배워가는 '예능 중의 예능'이 있으니, 올해로 10년째 무림을 지키고 있는 '무한도전'이다. 한국 버라이어티 예능은 '무한도전'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으니, 예능계 몸담은 자라면 어찌 살펴보지 않을 수 있으랴. '무한도전'이 기존의 무예에서 탈피해 새로운 무예와 기술을 선보이니, '무한도전'을 줄여 '무도'(무예 및 무술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부르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국민 예능'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무한도전'이지만, 시작부터 예능계를 장악한 것은 아니었다. '무한도전'은 끝없는 도전을 뜻하는 이름처럼 어설펐던 무림 새내기에서 고수로 거듭나기까지 숱한 도전들이 있었다. 특히 '무한도전'은 이전의 무림 계보를 뒤집는 새로운 전법들을 선보였기에, 많은 시행착오와 변화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우선 그 변천사를 살펴보자. '무한도전'은 을유년(2005) 문화방송에서 등장한 '무모한 도전'이 그 시초다. '야심만만', '상상플러스', '놀러와', '스펀지' 등의 전통 스튜디오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던 시기, '무모한 도전'은 전혀 새로운 무술로 고수들의 틈바구니에 주먹을 내밀었다. 지금에야 한국형 리얼 버라이어티의 탄생 혹은 전설의 시작 쯤으로 여겨지겠으나, 당시만 해도 '무모한 도전'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무모한 도전'은 시청자가 올린 특이한 대결에 도전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유재석과 고정 멤버 박명수, 김성수, 정형돈, 노홍철, 표영호, 이켠 등이 황소와 줄다리기 대결결, 지하철과 달리기 대결, 굴삭기와 흙파기 대결, 목용탕 물 퍼내기 대결 등 기상천외한 대결을 펼쳤다. 이후 '무리한 도전'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거꾸로 말해요', '방석 라이더' 등 게임 형식을 도입했다. 게임 진행을 위해 내레이션이 필요했으니, 전설의 '마봉춘'(나경은)이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그리하여 병술년(2006년)에는 매주 특집으로 꾸며지는 독특한 형식을 갖추게 됐으며,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정준하, 정형돈, 하하의 6인 체제로 거듭나게 됐다. 드디어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정체성과 그에 걸맞는 내공을 쌓은 '무한도전'은 하산하여 단독 프로그램으로 독립하기에 이르렀다. '무한도전'이 누리는 인기의 바탕에는 이 같이 무모하고 무리한 시기가 있었다. 갈색 운동복을 입고 무공을 연마하던 이들이 이제 무림을 평정함에, 시청자들도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


10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무한도전'식 '무도'가 점차 형태를 갖춰 나갔다. 여기에는 네 가지 구성요소가 있는데, 첫 째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하는 멤버들이다. MC와 패널이 아닌 멤버로서 개념을 구축했다. '1인자' 유재석을 비롯해 '쩜오' 박명수, '식신' 정준하, '4대천왕' 정형돈, '상꼬맹이' 하하 등 멤버들은 '무한도전'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고, '무한도전'이 아닌 곳에서도 그 이미지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무한도전'과 함께 성장해 왔고 최근 새로이 합류한 '막내' 광희는 또 어떤 캐릭터와 유행어를 선보일지 기대를 모으는 인물이다. 연출자가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마치 고정 멤버처럼 인식되고 있는 점도 이례적이다.

두 번째는 프로그램 예상할 수 없는 '리얼함'이다. 무엇보다 기획과 준비는 철저하되, 과정 자체는 짜여진 갱 없이 리얼하게 담아내는 것이 상당한 파격이었다. '무한도전'만의 리얼함이 드러난 대표적인 예가 '좀비특집'이었다. 기획과 준비 과정으로 봐서는 3주는 방송이 가능한 아이템이었지만, 진짜 리얼로 놔두면 28분짜리도 안된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파격을 보여줬습니다. ENG 카메라만 15대를 투입됐지만,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제작진은 경위서를 쓰기도 했다. 형식이 없는 형식을 취하니, 상대가 감히 예상할 수 없는 전력이도다.


세 번째는 스스로에 한계를 두지 않고 '무엇이든' 도전하는 '무도 정신'이다.'무한도전'은 다른 예능과 달리 어느 한 포맷으로만 고정돼 있지 않고, 게임, 연애, 상황극, 도전, 가요제 등 각 에피소드마다 제각기 다른 포맷을 방영했다. '여드름 브레이크',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등 배신과 추리, 반전이 있는 드라마틱한 특집부터 '나비효과', '비빔밥 광고', '선택 2014' 등 공익적인 내용까지.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예능이 '무한도전' 외에 또 있을까. 1년을 두고 벼농사를 짓기에 도전하는가하면, 외국에서 한식 알리기에 앞장서기도 했다. 10주년을 맞아 계획한 5대 특집에서 우주여행까지 예고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변화무쌍함이 '무한도전'의 가장 큰 무기다.

네 번째는 '시청자'다. '무한도전' 가요제는 2년마다 찾아오는 축제로 자리매김 했으며, 예능 프로그램에서 발표한 음원이 각종 음원차트를 장악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달력 프로젝트는 '무한도전'의 브랜드적 가치를 입증한 특집으로, 멤버들이 특별한 직접 배달에 나서는가하면 달력에 들어갈 사진을 공모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멤버들이 택시기사가 되거나, 수익을 기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최근에는 '배달의 무도'를 통해 예능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뭉클함과 따뜻한 감동까지 전하니 괜히 '국민예능'이라 하는 것이 아님을 입증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이 시작된 배경은 사실 '왜'라는 작은 물음표다. 김태호 PD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무한도전의 시작은 예능을 하는 우리가 주인이 되보자라는 것이다. 게스트에 따라서 정해지는 스케줄에 맞춰가는게 싫었다. 예능에서 섭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데 우리는 섭외 시간에 쓸 시간을 아이템고민을 하자는 것에서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당연했던 흐름에 의문을 제기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무한하다. "매주 새로운 환경에 멤버들이 처했을 때 어떻게 해나가느냐를 보는 것이 무한도전이다. 그래서 소재는 정말무궁무궁진하다.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 나가는 것은 연출자와 연기자들의 몫이다"라는 김태호 PD의 말처럼 다음주에는 이들이 또 어떤 도전을 하게 될 지 예측할 수 없다. 한계를 두지 않으면 아직 해야할 도전이 수도 없이 남아있다. 많은 예능들이 참신한 시작에서 식상한 끝을 맞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무한도전'은 스스로 만든 '무한동력'을 장착하고 끊임없이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있음이다.

ran613@sportschosun.com, 일러스트=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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