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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닮았다. 동시기 쌍끌이 천만 관객이란 역사를 기록한 '암살'과 '베테랑'.
흥행하기 힘든 틀 안에서 메가 히트를 이끌어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최동훈 감독은 '암살'을 통해 '일제 강점기 시대를 다룬 영화는 망한다'는 징크스를 비웃듯 깨버렸다. 역사적 고증이란 틀에서 자유롭지 않아 새로움을 주기 힘든 상황. 하지만 최동훈 감독은 특유의 강렬한 캐릭터 플레이와 플롯으로 재미, 의미, 개연성을 모두 확보했다. 류승완 감독 역시 대단한 내공을 보여줬다. 나쁜 놈 잡는 형사이야기. 사실 숱하게 반복된 식상해 보이는 소재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이 신선함 없어보이는 재료를 철두철미한 취재 속에 가장 맛있는 최상급 요리로 탈바꿈 시켰다. 액션과 반전, 코믹의 소스를 적절한 비율로 녹여내며 천상의 요리를 완성했다.
올해 초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며 성장 잠재력까지 의심받던 한국영화 위기감에 멋진 반전을 선사하며 외화 대작과의 경쟁 구도 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한국영화의 저력을 재확인 시켜준 것도 두 영화의 공로이자 빠뜨릴 수 없는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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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한 돈의 차이. 두 영화의 가장 극명한 대비 중 하나다. '암살'의 순제작비는 180억원 정도. '베테랑'은 절반도 안되는 60억원 안팎이다. 이유가 있다. 세트비 차이다. 일제 강점기란 시대적 상황을 리얼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한 '암살'은 철저하게 고증된 세트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비의 상당 비중을 투자해야 했다. 상대적으로 '베테랑'은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베테랑'의 '생갭다 적은 제작비'에는 숨은 의미가 있다. '베테랑' 역시 액션물이라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의 선택과 집중이 비용을 줄였다. 액션 영화를 찍어본 경험이 많은 류승완 감독은 쓸데 없는 과도한 액션은 자제했다. 황정민과 유아인의 명동 격투신처럼 흐름상 꼭 필요한 부분에는 아낌 없는 투자를 했지만, 의미 없는 액션은 생략했다. 이러한 류 감독의 선택과 집중은 비용 절감은 물론 군더더기 없이 완성도 높은 매끈한 작품 탄생에도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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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우 vs 남자배우
'암살'이나 '베테랑' 모두 한 영화에서 보기 힘든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작품마다 톱스타 올스타전을 펼치는 최동훈 감독 답게 '암살'에는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이경영, 조승우, 김해숙 등 최고의 주조연이 힘을 모았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베테랑' 역시 황정민, 유아인, 오달수, 유해진 등 영화계 최고 연기파 배우들로 완성도를 높였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눈이 호강할 지경이지만 두 영화는 중심 배우에 차이가 있다. '암살'은 여배우 전지현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오달수 이경영 등 최고의 남자배우들이 전지현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 여배우 중심의 영화. 의미가 있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여배우의 역할은 한정적이었다. 물론, 여자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도 있었지만 최근 이 정도 메가 히트를 기록한 영화는 없었다. 최고 남자배우들의 서포트가 있어 가능했지만 여자배우를 앞세워도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암살'이 던졌다.
반면, '베테랑'은 철저한 남자배우들의 향연이었다. 장윤주가 깜짝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아니었다. 최근 지겨울 정도로 반복돼 온 남자 중심의 영화가 이처럼 참신한 느낌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 유아인, 오달수, 유해진 등이 필친 '미친' 연기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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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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