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류와 함께 급성장 중인 K-패션 발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복제품이다.
20대 여성들 사이 입소문이 제법 난 브랜드의 디자이너 A씨는 "컬렉션에서 옷을 선보이면 그 옷이 시장에 나올 시기에는 이미 비슷한 카피 제품이 짝 깔려있다"며 "아무래도 젊은 층에 인기가 있다보니 우리 브랜드 디자인을 많이 카피하는 것 같다. 급기야 매장에 와서 옷을 사간 다음 카피를 한 뒤 일주일 만에 환불하는 비양심적인 업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A씨는 "동대문에서 카피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대기업 브랜드에서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카피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점점 더 직업적인 회의감이 짙어진다"고 토로했다.
젊은 층에 인기가 두터운 또 다른 브랜드의 디자이너 B씨 역시 "컬렉션에서 디자인을 선보인 뒤, 옷이 출시가 되는데 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는데, 그 사이 이미 카피 제품들이 시장에 깔려있는 상황에 분개할 수 밖에 없다"며 "동대문에는 도덕성에 대한 기대치가 없어 실망감도 크지 않은데 은근슬쩍 대기업에서 카피하는 것을 보면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이렇듯, 일부 영세 업자는 물론 굴지의 대기업까지 카피를 관행처럼 생각해 온 것은 결국 오늘날 국내 패션계 전반에 '복제 불감증'으로 이르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패셔 업체들은 디자인 도용과 위조 상품 유통에 법적 대응을 강화하는 추세다. 올해 1월 프랑스 프리미엄 키즈 브랜드 봉쁘앙은 국내 소매업자의 제품 위조 및 상품 디자인 도용과 관련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업자는 봉쁘랑 로고 특징인 체리 마크를 활용해 제품을 제작하고 디자인을 카피해 판매했다. 봉쁘앙 측은 "최근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와 블로그를 통해 카피 제품을 판매하면서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홍보까지 하는 지경"이라며 추가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지난해 말 국내 속옷 업체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고, 롱샴 역시 국내 유통업체가 자사 가방의 디자인 권리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승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간 소송 당사자가 얻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적고 긴 법정 다툼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염려로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입장이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