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이 해결해야 할 과제? 대기업도 '쉬쉬' 하는 짝퉁 관행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5-08-03 08:40


카피 제품들로 점령된 시장. 사진제공=엠퍼블릭

한류와 함께 급성장 중인 K-패션 발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복제품이다.

지난해 국내 위조상품 단속 실적은 880억원으로, 총 111만4192점이 적발됐다. 하지만 감시망을 피해가는 복제품 제작 및 유통은 이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추산한 2013년 기준 한국 위조상품 시장 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은 영세한 1인 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디자이너들. 푸시버튼과 문수권, 스티브J&요니P, 로우 클래식, KYE 등 국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의 경우 컬렉션에서 공개한 옷의 복제 상품이 바로 동대문에 깔리거나 패턴이나 프린트를 그대로 베껴 내놓는 일이 흔하다. 국내 디자이너들은 일명 '짝퉁', '카피' 제품 이야기만 나오면 인상을 찌푸린다.

20대 여성들 사이 입소문이 제법 난 브랜드의 디자이너 A씨는 "컬렉션에서 옷을 선보이면 그 옷이 시장에 나올 시기에는 이미 비슷한 카피 제품이 짝 깔려있다"며 "아무래도 젊은 층에 인기가 있다보니 우리 브랜드 디자인을 많이 카피하는 것 같다. 급기야 매장에 와서 옷을 사간 다음 카피를 한 뒤 일주일 만에 환불하는 비양심적인 업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A씨는 "동대문에서 카피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대기업 브랜드에서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카피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점점 더 직업적인 회의감이 짙어진다"고 토로했다.

젊은 층에 인기가 두터운 또 다른 브랜드의 디자이너 B씨 역시 "컬렉션에서 디자인을 선보인 뒤, 옷이 출시가 되는데 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는데, 그 사이 이미 카피 제품들이 시장에 깔려있는 상황에 분개할 수 밖에 없다"며 "동대문에는 도덕성에 대한 기대치가 없어 실망감도 크지 않은데 은근슬쩍 대기업에서 카피하는 것을 보면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카피 제품들로 꽉 찬 시장. 사진제공=엠퍼블릭
이들 국내 디자이너들은 기업형 브랜드와는 차별화 된 독특한 감성와 아이데티티가 강점인 만큼, 디자인 도용은 브랜드에 직격탄이 된다. 대부분 1인 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복제 상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렇듯, 일부 영세 업자는 물론 굴지의 대기업까지 카피를 관행처럼 생각해 온 것은 결국 오늘날 국내 패션계 전반에 '복제 불감증'으로 이르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패셔 업체들은 디자인 도용과 위조 상품 유통에 법적 대응을 강화하는 추세다. 올해 1월 프랑스 프리미엄 키즈 브랜드 봉쁘앙은 국내 소매업자의 제품 위조 및 상품 디자인 도용과 관련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업자는 봉쁘랑 로고 특징인 체리 마크를 활용해 제품을 제작하고 디자인을 카피해 판매했다. 봉쁘앙 측은 "최근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와 블로그를 통해 카피 제품을 판매하면서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홍보까지 하는 지경"이라며 추가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지난해 말 국내 속옷 업체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고, 롱샴 역시 국내 유통업체가 자사 가방의 디자인 권리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승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간 소송 당사자가 얻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적고 긴 법정 다툼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염려로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입장이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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