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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쓰루더도어'의 정상윤-오소연, "모든 작품이 통과해야 할 관문이죠."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5-04-24 09:48


◇뮤지컬 '쓰루 더 도어'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정상윤(오른쪽)과 오소연. 2012년 '파리의 연인'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두 배우는 이번에 소통의 위기를 겪는 부부로 변신했다. 사진제공=GAN 프로덕션

"연기하다 돌발적인 애드리브가 나와도 걱정이 안되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요."

뮤지컬 배우 정상윤-오소연이 젊은 부부로 변신해 코믹 앙상블을 선사하고 있다.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쓰루 더 도어(Through the door)'가 그 무대. 영국의 젊은 작가 주디 프리드와 작곡가 로렌스 마크 와이트가 만들어 2008, 2009년 런던 쇼케이스, 2011년 뉴욕 리딩을 거친 뒤 국내 제작팀이 협력해 서울에서 세계 초연 무대를 연, 독특한 내력의 작품이다.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 '쓰릴 미',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정상윤은 성공을 향해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일 중독 남편 레니, '넥스트 투 노멀' '헤어 스프레이' 등을 거치면서 국내 뮤지컬의 간판 여배우로 성장한 오소연은 신작 소설을 쓰느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작가 아내 샬롯을 각각 맡았다.

"2012년에 창작 뮤지컬 '파리의 연인'에서 호흡을 맞춘 뒤 3년 만에 다시 만났어요. 소연이는 긍정의 에너지가 샘솟는 좋은 배우죠."(정상윤)

"'파리의 연인'이 제게는 첫 대극장 작품이었는데 상윤 오빠가 잘 이끌어줘서 잘 끝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에도 아주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오소연)


◇뮤지컬 '쓰루 더 도어'의 한 장면.
두 배우는 '파리의 연인'에서는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지만 이번에는 부부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뭔가 다른 점이 있을까.

"레니와 샬롯은 5, 6년차 부부들이 겪는 일상적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각자의 일에 매몰되면서 서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죠."(정상윤)

"제가 아직 미혼이라 그런지 샬롯과 레니는 오래된 연인 같은 느낌이 들어요. 유부남인 상윤 오빠의 조언을 많이 들었죠.(웃음)"(오소연)


실제로 정상윤은 연습 과정에서 부부생활의 경험을 살려(?)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바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표현을 덜하게 되는 미묘함을 처녀총각 후배들에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예컨대 '남편이 화를 낼 때는 이런 기분이다'란 식으로 텍스트 이해를 도와준 것.

부부 사이가 시큰둥해진 어느날 샬롯은 다용도실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이끌려 문을 열었더니 놀랍게도 자신이 쓰는 역사 소설 속 세계가 펼쳐져 있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욕망, 아울러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판타지의 세계다. 거기서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인 카일 왕자를 만나 로맨스에 빠진다. 이후 레니도 이 다용도실에 합류하면서 요절복통 코미디가 객석을 뒤집어 놓는다.

"최근에 '쓰릴미'나 '살리에르'처럼 무겁고 심각한 작품만 했어요. 그러다 이 작품에서 막춤도 추고 코믹연기를 하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쫙 풀리는 기분이에요."(정상윤)

"초연이라 샬롯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저의 성격을 많이 녹여냈어요. 그러다보니 샬롯이 저 같아서 편합니다."(오소연)


◇뮤지컬 '쓰루 더 도어'의 한 장면. 판타지의 세계에서 만난 레니와 샬롯.
'쓰루 더 도어'에서 문(door)은 여러가지를 상징한다. 처음엔 현실도피의 수단이었지만 차차 인생에서 우리가 거쳐가는 수많은 관문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샬롯과 레니는 판타지의 세상에서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오면서 다시 그 문을 통과한다.

어느덧 데뷔 10년을 넘긴 두 배우에게는 또 어떤 문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 배우는 "매 작품이 새로운 관문이죠. '쓰루 더 도어' 역시 마찬가지구요"라며 활짝 웃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다. '쓰루 더 도어'는 6월 7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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