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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을 볼 땐, 당신도 셜록 홈즈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4-06 11:36



MBC '일밤-복면가왕'의 역습에 제대로 당했다.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미스터리 추리게임이었다. 목소리와 창법, 제스처와 체형을 단서로, 노래하는 복면 속 주인공을 맞춰야 하는 고도의 추리게임. 기억 저편 너머에 저장된 경험과 온갖 상상력을 다 동원해야 하는 추리의 재미에 시청자들이 흠뻑 빠져들었다.

복면을 쓴 8명의 연예인이 펼치는 상상 초월 무대와 복면 속 주인공이 선사하는 반전 재미는 이미 설연휴 파일럿에서도 검증됐다. 그런데 5일 첫 번째 정규 방송에선 추리의 과정이 한층 강화돼 훨씬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그 비결은 무대 위 스타들의 정체를 이중, 삼중으로 감춰둔 제작진의 노림수에 있었다. 당연히 복면만 벗기면 정체가 드러날 줄 알았다. 그런데 복면을 벗긴 뒤에도 또 하나의 반전이 펼쳐졌다. 1라운드에서 탈락해 얼굴을 공개한 강균성은 복면 뿐만 아니라 가발까지 동원해 단발머리를 감쪽같이 숨겼다. 목소리는 로커처럼 허스키하게 위장했다. 세 겹을 벗겨야 비로소 드러나는 강균성의 정체. 소속 그룹 노을의 멤버가 판정단에 앉아 있었더라도 맞추지 못했을 것 같은 절묘한 위장술이다.

단순하게 겉으로 드러난 특징들만 조합해서는 복면 가수의 정체를 맞출 수 없다. 강균성에게 제대로 당한 판정단은 다음 무대부터 복면 가수들의 특징들이 일부러 꾸며낸 건 아닌지, 어떤 속임수가 있는 건 아닌지까지 생각하며 추리를 펼쳤다. 그런데 이 또한 제작진의 심리교란술이었던 걸까. 두번째 무대의 배우 김지우와 세번째 무대의 개그맨 정철규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깜짝 섭외로 판정단의 오감 동원 추리에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인터넷, 지인, 작가, PD의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다"는 제작진의 자신감 넘치는 섭외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 만약 무대에서 내려온 김지우가 판정단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네번째 복면 가수 박광현의 정체도 끝내 못 맞췄을지 모른다.

추리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귀를 쫑긋 세우고 노래를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무대에 대한 몰입도와 집중력도 높아졌다. 추리가 공연을 제대로 즐기는 새로운 접근법이 된 셈이다. 수준급 세션의 라이브 연주는 '나는 가수다'가 부럽지 않았다.

복면 가수들의 화려한 실력에 감탄하며 감상에 빠져드는 자신을 경계해야 하는 긴장감은 쏠쏠한 맛을 더했다. 시청자들까지 추리에 적극 가담하게 만든 '참여형'이란 점도 칭찬할 만하다. '복면가왕'을 보는 시간만큼은 시청자들도 셜록 홈즈에 저절로 빙의하게 된다.

다만 아쉬운 건 1시간 20분 동안 1라운드 듀엣미션 4개 무대밖에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중간에 토크가 가미됐지만 아무래도 전개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추리의 박진감을 더해주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장치들을 보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8명의 복면 가수 4명이 중 2라운드 솔로 경연에 진출했다. 2라운드와 마지막 결승은 오는 12일 방송에서 이어진다. 이번엔 어떤 놀라운 반전이 숨겨져 있을지 미치도록 궁금해진다. 일주일이 더디게 갈 것 같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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