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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복면가왕'의 역습에 제대로 당했다.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미스터리 추리게임이었다. 목소리와 창법, 제스처와 체형을 단서로, 노래하는 복면 속 주인공을 맞춰야 하는 고도의 추리게임. 기억 저편 너머에 저장된 경험과 온갖 상상력을 다 동원해야 하는 추리의 재미에 시청자들이 흠뻑 빠져들었다.
단순하게 겉으로 드러난 특징들만 조합해서는 복면 가수의 정체를 맞출 수 없다. 강균성에게 제대로 당한 판정단은 다음 무대부터 복면 가수들의 특징들이 일부러 꾸며낸 건 아닌지, 어떤 속임수가 있는 건 아닌지까지 생각하며 추리를 펼쳤다. 그런데 이 또한 제작진의 심리교란술이었던 걸까. 두번째 무대의 배우 김지우와 세번째 무대의 개그맨 정철규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깜짝 섭외로 판정단의 오감 동원 추리에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인터넷, 지인, 작가, PD의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다"는 제작진의 자신감 넘치는 섭외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 만약 무대에서 내려온 김지우가 판정단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네번째 복면 가수 박광현의 정체도 끝내 못 맞췄을지 모른다.
추리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귀를 쫑긋 세우고 노래를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무대에 대한 몰입도와 집중력도 높아졌다. 추리가 공연을 제대로 즐기는 새로운 접근법이 된 셈이다. 수준급 세션의 라이브 연주는 '나는 가수다'가 부럽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건 1시간 20분 동안 1라운드 듀엣미션 4개 무대밖에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중간에 토크가 가미됐지만 아무래도 전개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추리의 박진감을 더해주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장치들을 보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8명의 복면 가수 4명이 중 2라운드 솔로 경연에 진출했다. 2라운드와 마지막 결승은 오는 12일 방송에서 이어진다. 이번엔 어떤 놀라운 반전이 숨겨져 있을지 미치도록 궁금해진다. 일주일이 더디게 갈 것 같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