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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넷마블, 그리고 닌텐도-DeNA 연합

최호경 기자

기사입력 2015-03-18 16:35



전 세계 게임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게임 시장이 온라인과 콘솔 그리고 휴대용으로 나뉘었다면, 몇 년 전부터는 시장의 거대한 흐름이 모바일 시장으로 쏠리며 집중되고 있습니다.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과거 거대 기업들의 연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이맘때쯤 국내에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빅딜이 진행되었는데(2월 17일), 3월이 되어 일본의 닌텐도와 DeNA가 또 하나의 빅딜을 성사시켰습니다(3월 17일). 소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꽉 막혀있기로 알려진 닌텐도가 정말 갑작스럽게 스마트폰게임 시장으로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비디오게임 이슈와 관련된 취재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는데, 워낙 큰 이슈이다 보니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일본의 기자간담회 생중계를 집중해서 경청했습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E3도 그렇고 해외의 컨퍼런스나 간담회를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좋지만 '자연스럽게 일이 늘어나는구나'라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흑흑).


닌텐도와 DeNA의 계약은 이미 많은 기사로 소개된 것처럼, 닌텐도가 모바일게임의 개발을 DeNA가 서비스를 담당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닌텐도는 여전히 가정용게임기 시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스마트폰게임 진출로 인해 프리미엄 서비스(가정용 게임)가 더욱 강력해지는 결과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이 너그럽게 봐서 닌텐도가 고집을 꺾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간담회와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닌텐도는 정말 닌텐도다운 방식으로 DeNA와 협력한다고 발표했고, 앞으로 나올 결과물도 닌텐도스러운 게임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 현재의 분위기만 보면 가정용 게임기의 비중을 절대 낮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닌텐도는 신형 게임기 'NX'의 존재를 최초로 밝혔고, 클럽 닌텐도 서비스 대신 새로운 플랫폼 구축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양입니다. 아마 개발 중인 차세대 게임기와 연동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닌텐도와 DeNA의 기자간담회를 보면서 연상된 것은 지난달의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제휴식이었습니다. 엔씨소프트와 닌텐도 모두 좋은 IP(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모바일 시장에 대응이 늦는다고 평가받고 있었던 기업들이었습니다. 반면 넷마블과 DeNA는 스마트폰 초기부터 모바일게임에 대응해 큰 성공을 이룬 기업들이었죠.

다소 차이가 있다면 넷마블은 여전히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DeNA는 과거에 비해 최근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 있다는 정도의 차이일까요. 여전히 양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순위 Top 50에 선정되는 모바일 선도 기업들입니다.


그렇다보니 시장의 주목은 엔씨소프트와 닌텐도와 같은 보수적 입장의 기업들에 맞춰지기 나름입니다. 스토리도 많고 변화에 대해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죠. 이와 함께 좋은 IP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얼마나 강력한 역할을 하는지도 증명하고 있습니다. 동등한 입장의 계약이지만 주도권이 엔씨소프트와 닌텐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니까요.

그렇다고 엔씨소프트와 닌텐도가 자존심을 버린 것은 아닙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변화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온라인과 모바일의 경계를 없애는 클라우드 시스템의 개발을 지난해 발표했고, 닌텐도는 새로운 플랫폼의 개발로 스마트폰 유저들을 가정용 게임기의 접근성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과거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 아이온 등으로 쌓아온 엔씨소프트의 이미지에 맞는 게임들을 스마트폰으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고, "닌텐도는 오랜 기간 어린이들도 믿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인식되어 왔는데, 시장이 바뀐다고 해서 이러한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과금 모델이나 게임은 만들지 않은 것이다"라고 명백하게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시대와 흐름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트렌드에 맞춰 기업 문화나 브랜드를 변화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닌텐도는 뽑기나 단순 이식은 결과적으로 자사의 IP와 브랜드를 손상시킨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어떤 형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닌텐도와 DeNA는 다른 일본 회사가 했던 스테이지 구매나 뽑기가 아닌 신모델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넷마블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형태로 큰 틀을 잡아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뽑기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많은 게임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고, 넷마블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서비스와 BM은 넷마블의 형태가 기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외에도 두 계약에서 핵심적으로 등장한 내용은 플랫폼 관련 이야기입니다. 닌텐도는 이번 DeNA와의 계약에서 신규 플랫폼 개발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을 수 있습니다. 유저 데이터(DB)는 닌텐도가 소유하고 목적에 맞춰 공동으로 관리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랜 기간 관리해오던 클럽 닌텐도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대체한다고 할 정도로 과감한 선택입니다. 그 만큼 비중이 높고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역시 신규 플랫폼에 대한 갈망은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김택진 대표는 현재 많은 게임사들이 구글과 애플의 소작농이라고 비유했으며, 넷마블은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 등과 제휴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죠. 꾸준히 넷마블 자체 플랫폼에 대한 소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넷마블이 아니면 다른 기업은 쉽게 시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합니다. 결국 넷마블은 수년간의 서비스를 통해 자체 브랜딩을 강화하면서 내구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에서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엔씨소프트와 닌텐도가 2015년 1분기에 큰 선택을 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양사 모두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존심 강한 두 회사들이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언제나 게임 시장에서 트렌드의 중심에 있던 기업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이제 과거의 대기업들도 변화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모바일이라는 강력한 변화의 물결에 밀려날 수밖에 없는 모습입니다.

과연 내년, 내후년에는 지금의 기업들이 어떤 형태로 움직이고 있을까요?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많은 사람들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시장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말이죠.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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