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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뢰'가 '킹스맨:시크릿에이전트'(이하 킹스맨)에 한없이 밀렸던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그나마 살려주고 있다. '살인의뢰'는 지난 16일까지 50만 관객을 넘어서며 '킹스맨'과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놓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고 있다. 오랜만에 나온 한국형 범죄스릴러인데다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 등 배우들의 호연이 '살인의뢰'의 인기를 지탱하는 힘이다.
김상경은 11년 전 '살인의 추억' 그리고 지난 2013년 '몽타주'에 이어 이번까지 세번째 형사 캐릭터를 맡았다. "이번 영화도 '몽타주'와 같은 제작사인데 또 형사 역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어요. '몽타주'까지 하고나서 형사 전문배우라는 말을 들었거든요.(웃음) 그래도 시나리오나 한 번 보라고 해서 봤는데 태수 캐릭터는 형사라는 직업이 부각되는 인물은 아니더라고요. 사법제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한 점이 좋았어요. 태수가 3년 전후로 완전히 다른 인물로 입체적으로 바뀌는 것도 좋았고요."
이미 형사 역할을 해본 터라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잘 알고 있다. "'살인의 추억'을 촬영할 때 봉준호 감독이 정말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보여줬어요. 모자이크도 없는 피해자 시신 사진도 다 봤어요. 한 피해 여중생 사진은 아직도 얼굴이 기억나요. 저도 그 정도인데 피해자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런 느낌을 조금이나마 연기 속에 담아내려고 노력했죠."
김상경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김성균을 한껏 치켜세운다. "사실 (김)성균이는 '이웃사람'이나 '범죄와의 전쟁'보다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그런데 연기는 의외의 반전이 있죠. 자신과 반대의 모습도 잘 표현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연쇄살인마 역을 맡은 박성웅과는 일부러 거리를 둔 채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으려고 했다. 왜 그랬을까. "제가 촬영장에 처음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막내까지 스태프 이름을 외우는 일이거든요. 이름을 부르는 것이 제 오래된 촬영 루틴이에요. 그런데 상대 편에 있는 배우들은 그렇지 않아요. 친해서 막 같이 장난치다가 카메라가 돌 때 느닷 없이 정색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어야 연기에 몰입할 때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최근 종영한 KBS2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를 통해서는 '국민 귀요미'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이번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는 '살인의뢰'와 촬영 기간이 살짝 겹치기도 했는데 캐릭터가 완전히 정 반대라 연기하기는 더 편했어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태수 캐릭터로 받은 스트레스를 조금 힐링한 것 같기도 해요." 그에게 힐링이 된 이 드라마는 40%를 넘는 고공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말극은 효도 차원에서 꼭 한 번 하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어요. 영화만 많이 하다보니 어머니 친구분들이 잘 모르시더라고요. 크게 한번 효도했죠. 20년 전에 연락 끊긴 분에께도 연락 오고, 사돈에 팔촌까지 죄다 연락이 왔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사십줄에 '국민귀요미'라는 소리까지 듣게 됐고요.(웃음)"
'살인의 추억'이나 '살인의뢰'로 액션 맛을 살짝 본 김상경은 본격 액션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단다. "'테이큰' 같은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사실 공수부대 출신이거든요.(웃음) 물론 식스팩이 있는 배우들도 있지만 생활 연기를 하는 저같은 사람이 액션을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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