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사다난 했던 2014년이 저물고 2015년이 눈 앞에 다가왔다. 2014년 영화계.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많은 일이 있었다. 화려했지만 이면에는 분명 어두운 부분도 있었다. 2014 영화계의 명암을 하나하나 짚어 보는 일. 새해 영화계를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다.
'한공주'는 다양성 영화로는 큰 성공 수치인 22만 관객을 모았지만 단순 수치보다 훨씬 더 큰 의미와 성과를 얻었다. 이수진 감독은 평단으로 부터 "신인 답지 않은 연출력"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공주'의 주연을 맡은 천우희는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이변을 일으키며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여배우로 우뚝섰다. 그는 현재 충무로에서 캐스팅하고 싶은 여배우 1순위에 꼽힐 만큼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이외에도 '족구왕' '잉투기' 등의 작품과 출연 배우들이 큰 관심을 모았다. 연말에는 노부부의 가슴 찡한 사랑과 사별을 다룬 감동 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360만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하며 '아트버스터' 원년의 정점을 찍었다. 다양성 영화의 흥행 신기록을 세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꾸준한 입소문 속에 개봉관을 늘리며 현재까지도 500개 넘는 상영관을 통해 꾸준히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
하지만 1000만 관객 영화 행렬 이면에는 '독점'이라는 그늘이 있다. 관객수 자체의 파이가 커지기 보다는 몇몇 영화들이 블랙홀처럼 관객을 빨아들이며 독주를 했다는 의미다. '역린' '군도:민란의 시대' '우는 남자' '해무' 등 기대작들이 줄줄이 흥행에 쓴맛을 보며 '대박'이 난 몇몇 영화들에 관객이 몰렸다.
승승장구하던 한국영화 흥행세가 미세하나마 주춤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국영화는 올해까지 3년 연속 1억명을 넘었다. 의미있는 일이다. 2012년 1억 1400만을 기록했던 한국영화 관객수는 2013년 1억 2700만 관객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올해 수치는 이에 살짝 못 미칠 전망. 지난 29일까지 1억 600만여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지난 해 60%에 육박했던 한국영화의 점유율도 올해는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겨울왕국'과 '인터스텔라'의 흥행에 힘입어 외국영화는 사상 처음으로 1억 관객을 돌파했고 점유율도 한국영화를 앞섰다.
내년에도 자본과 규모로 무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 큰 화제를 모으며 서울 촬영을 감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비롯, '미션임파서블5' '테이큰3' '배트맨 V 슈퍼맨:돈 오브 저스티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쥬라기 월드' '쥬피터 어센딩' '터미네이터:제니시스' 등 블록버스터들의 대공습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한국 영화 라인업도 만만치 않다. 최민식의 '대호', 설경구의 '서부전선', 송강호의 '사도', 황정민의 '베테랑' '히말라야', 류승룡의 '도리화가', 김윤석의 '극비수사' '쎄시봉', 이병헌 전도연의 '협녀: 칼의 기억', 이정재 전지현의 '암살', 손예진 김주혁의 '행복이 가득한 집' 등 기대작들이 할리우드 대작들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운이 감도는 극장가. 한국영화 vs 외화 간 진검승부가 막을 올린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