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일우 "나 자신을 믿으니 여유가 생기더라"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11-07 07:35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정일우는 성실한 배우다. 잠깐 스쳐가는 눈빛이나 대사의 말줄임표 하나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려 애쓴다. 그걸 누군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못하든, 그는 그렇게 성실하게 연기를 해왔다. 정일우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특유의 안정감과 편안함은 아마도 그런 한결같음에서 오는 것일 테다. 그리고 내년이면 그는 데뷔 10년을 맞이한다.

최근 종영한 MBC '야경꾼 일지'는 정일우에게 하나의 터닝포인트 같은 작품이었다. 첫 촬영부터 종영까지 4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시간 동안 그는 무언가 달라졌다. 한층 깊어졌고 무게감이 생겼다. 성장이 아닌 성숙의 느낌. 10년을 앞둔 그에겐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이번 작품에선 '남자다워졌다' '연기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상대역 고성희 씨도 그런 얘길 했어요. 꽃미남이나 하이틴 스타처럼 트렌드한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이젠 남자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무엇 때문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연기를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어렵고요. 캐릭터 분석이나 대본 연구는 늘 해왔던 거라서…. 그런데 발성이나 발음이 좋아진 것 같긴 해요." 그러면서 "이런 얘기 해도 되려나?" 살짝 눈치를 보는 듯하더니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올 봄에 드라마 '황금무지개'를 끝내고 담배를 끊었어요. 벌써 8개월 정도 됐죠. 예전보다 호흡이 훨씬 좋아졌어요. 체력에도 큰 도움이 되고요."

그리고 또 하나의 커다란 계기가 있다. MBC '무한도전' 출연이다. 손예진과 함께 '무한도전 응원단'에 참여해 월드컵이 열린 브라질에서 응원전을 펼치고 돌아왔다. "현지에서 머무는 동안 예진누나와 형들이랑 많은 얘기를 했어요. 자신감을 가지라는 조언을 들었죠. 그게 도움이 됐어요. 이젠 제 자신을 믿게 된 것 같아요. 확실히 여유도 생겼어요."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야경꾼 일지'는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욕심을 낸 작품이다. 귀신 잡는 야경꾼이란 소재도 독특했지만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 만큼 열의도 남달랐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 연출자 이주환 감독은 오히려 '열심히 하지 말고 대충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가끔 늦잠 자고 촬영장에 늦게 와도 된다'고도 했다. 지금 정일우에게 필요한 건 '대충대충'인 것 같다면서 말이다. '대충대충'이란 곧 '여유'를 뜻하는 것일 게다. "감독님께서 촬영장에서 디렉션을 안 주셨어요. 연기한지 이제 10년 됐으니까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면서 처음부터 디렉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죠. 그렇게 믿어주시니까 책임감이 생기고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야경꾼 일지'는 방영 내내 월화극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귀신이 등장하는 허무맹랑한 전개와 허술한 CG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일우는 정윤호, 고성희, 서예지 등 후배 연기자들을 이끌면서 이야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잘 잡았다. "용인 세트장 앞에 잡아놓은 숙소에서 잠은커녕 씻을 수 있는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고된 스케줄이었어요.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많지만, 후회는 전혀 없어요. 상황 안에서 열정과 최선을 다했거든요."

눈에 보이지 않는 귀물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온라인 게임을 연상하기도 하고, 현재 감정에 따라 대본에 주어진 대사를 조금씩 바꾸기도 했다. 정일우가 또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바로 이런 '유연함'일 것이다. 그래서 연기의 폭을 넓히겠다는 그의 다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동안 밝음과 어두움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어요. 다음엔 아예 어둡거나 아예 밝은 캐릭터, 둘 중 하나에 도전하려고 해요.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를 연기할 굥의 재미는 알았으니까, 이젠 일관된 흐름을 가져갈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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