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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방송평] '미스터 백', 동화를 실사로 만드는 '하균 神'의 마법을 만나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11-07 07:35


사진제공=MBC

이래서 '하균 神'이라 불리는 모양이다. 어떤 옷을 입혀놓든 완벽하게 그 인물이 돼 버리는 '연기의 신'. 마치 스크루지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신하균은 70대 노인 캐릭터마저 신들린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배우의 연기력 하나만으로도 MBC 새 수목극 '미스터 백'은 충분히 볼 만했고, 앞으로 또 보고 싶게 만들었다.

'미스터 백'의 캐릭터는 대부분 어디선가 한번쯤 봤을 법한 것들이다. 돈과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지만 인정이 없고 사람을 믿지 못하는 최고봉(신하균)은 스크루지나 자린고비, 혹은 혹부리 영감의 실사판이다. 최고봉의 아들 최대한(이준)은 안하무인에다 툭 하면 사고를 치는 망나니 재벌 2세. 여기에 '알고 보면'이라는 단서와 함께 '가슴에 상처를 숨기고 있다'는 '전형적인' 설명이 붙는다. 이 두 남자와 얽히고 설키는 여자는 '반드시' 평범하기 이를 데 없어야 한다. 바로 은하수(장나라)가 그런 여자다. 마치 '수학 공식' 같다.

그런데 신하균은 이 뻔한 공식을 지루하지 않게 풀어냈다. 겉모습이나 몸짓은 물론이고 목소리마저 변조했다. 두 말 할 필요없이 '고약한 영감탱이' 그 자체였다. 지팡이를 휘두르며 성질을 부리고, 고희연에선 "사람을 믿지 않는 것이 최고봉의 마이웨이"라고 설파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실버타운의 자원봉사자인 은하수의 친절에 설레어하는 등 매 장면마다 원맨쇼를 펼쳤다. 주연배우이자 '신 이터(Scean Eater)'로서 드라마를 집어삼켰다.

사실 내용은 동화 같다. 제작진 스스로 "여러 동화의 설정을 많이 차용했기 때문에 익숙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그대로다. 유성이 떨어지던 어느 날, 70대 노인이 도로 한복판 싱크홀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고 유성 조각을 심장약으로 착각해 삼킨 뒤에 30대 청년으로 돌아간다는 내용만 보면 허무맹랑하기도 하다. 영화 '수상한 그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최고봉이 흰옷을 입은 저승사자들에게 둘러싸여 저승으로 끌려가는 악몽을 꾸는 장면은 동화 '크리스마스 캐롤'의 한 장면 같았다.

이런 내용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풀었다면 잡탕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코미디가 강조되는 장면일수록 연출과 연기는 오히려 진지해졌다. 특히 신하균은 드라마의 무게중심을 잡으면서 과하지 않은 코미디를 양념처럼 버무려 '연기의 맛'을 더했다. 최고봉이 커다란 테이블에서 홀로 식사를 하거나 실버타운 노인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장면 등을 통해 그의 고독과 외로움을 보여준 연출자의 감각도 탁월했다. 덕분에 최고봉의 현재가 아닌 지나온 70년 세월까지 궁금하게 만들 정도로 캐릭터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70대 노인 최고봉이 30대 청년 최신형이 된 뒤에도 70대 할아버지로 보일 것 같다.

신하균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인물들의 캐릭터 플레이도 맛깔스러웠다. 88만원 세대를 대변하는 장나라는 안정감 있는 연기로 극을 뒷받침했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와 드라마 '갑동이'에서 강렬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던 이준의 새로운 변신도 기대요소다.

첫 방송 시청률은 그야말로 '잭팟'이었다. 시청률 가뭄에 말라가던 수목 안방극장에 단비를 뿌렸다. 전국 시청률 14.2%, 수도권 시청률은 무려 16.1%였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중계로 동시간대 KBS2 '아이언맨'이 결방한 효과도 없진 않았지만, 어쨌든 기대 이상의 성적. 다음날인 6일 밤 방송된 2회 역시 전국 13.9%, 수도권 시청률 16.5%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과연 '미스터 백'이 수목극 잔혹사를 끊어낼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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