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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음식을 볼 때 떠오르는 맛? 당연히 '맵다'다. 하지만 때론 예기치 못한 순간 매운 맛을 경험할 때가 있다. 빨간 색깔은 아니지만 혀에 닿는 순간 느껴지는 화끈한 작렬감. 청양고추로 우려낸듯 깊고, 큰 파장을 동반하며 혀끝으로 파고드는 자극은 예상하지 못한 매운 맛이라 더욱 강렬하다.
공포 영화하면 떠오르는 장면? 잔인한 폭력과 소리와 피가 낭자한 화면이다. 하지만 빨간 화면 없이도 매운 공포 영화가 있다. 무서운 장면이 없이도 무서운 영화. 진정한 스릴러물이다.
잊을 수 없는 그 때 그 공포. 다시 찾아온다. 컨저링'의 1년 전 이야기를 다룬 '애나벨'. 선물 받은 인형에 얽힌 기이한 현상과 마주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 영화다. 영화 '컨저링'에 등장해 궁금증을 모았던 '컨저링 인형' 애나벨을 주인공으로 '컨저링' 사건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보여준다. '애나벨' 역시 '컨저링'과 마찬가지로 잔인한 장면 없이 무섭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R등급 판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어땠을까. 다음달 2일 밤 12시 개봉을 확정한 '애나벨'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공포영화의 흥행은 10대가 이끈다'고 할만큼 공포영화에 대한 청소년 관객층의 충성도를 감안하면 흥행에 호재다. 실제 '애나벨'은 개봉 전부터 공포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조용히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예고편 조회수가 100만 건을 돌파했고, '애나벨' 인형까지 참석한 이색 시사회 이벤트에는 밤 12시라는 시간적 한계에도 불구, 무려 5000여 명이 응모해 '애나벨'에 대한 기대감의 정도를 짐작케 했다. 공개된 애나벨 인형은 메가박스 코엑스 특별 전시회에 전시돼 앞으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릴레이 공포 웹툰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애나벨'은 '컨저링', '인시디어스' 등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천재 감독 제임스 완이 제작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 '인시디어스', '컨저링' 촬영을 담당했던 존 R. 레오네티가 메가폰을 잡고, 애나벨 월리스를 비롯해 워드 호튼, 알프레 우다드, 에릭 라딘, 토니 아멘돌라 등이 출연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