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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정지훈이 4년 만에 키다리 아저씨로 컴백했다.
17일 첫 방송된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이하 '내그녀')'에서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영상과 동화같은 만남으로 시작됐다. 급작스런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 방황하는 천재 작곡가 현욱(정지훈)은 사채업자에 쫓겨 이름까지 바꾸고 호텔에 취업한 명랑소녀 세나(정수정)을 만난다. 세나는 우연하게 현욱이 키우는 개 달봉이와 만나고, 달봉이를 통해 우연과 악연을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현욱을 12년 간 짝사랑한 매니지먼트 이사 해윤(차예련)과 세나가 우연히 비밀을 목격하게 된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 시우(엘)도 등장한다. 강렬한 한 방 보다는 가을밤 달달한 로맨스에 젖어들게 하는 매력은 갖춘 판타지 멜로다. 다만, 여주인공 정수정이 아직 연기가로서 몸이 덜 풀린 느낌이다.
천재작곡가 현욱은 사랑하는 애인을 자신의 실수로 잃고 방황한다. 현욱은 죽은 애인의 동생 세나가 어려움에 처한 사실을 알고, 이를 돕기위해 키다리 아저씨를 자청한다. 세나는 가족도 없고, 배운 것도 없지만, 음악에는 남다른 재능과 열정을 갖춘 작곡가 지망생이다. 현욱은 이런 세나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우는 과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한다. 여기에 라이벌 작곡가,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 가요계의 큰 손 등이 등장하며, 갈등과 위기, 화해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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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첫방송 시청률은 전국 8.2%(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전작 '괜찮아, 사랑이야'의 마지막회가 기록한 12.9%에 비해 4.7% 포인트 하락한 수치지만, 비관적이지 않다.동시간대 방송됐던 MBC '내 생애 봄날' 3회는 9.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1위를 자치했다. 이어 KBS2TV '아이언맨' 3회는 5.6% 시청률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기대감?
결국 남자 주인공의 매력도가 관건이다. '내그녀'와 동시간대 드라마인 '내 생애 봄날'과 '아이언맨'이 각각 정통 멜로와 판타지 멜로라는 무늬는 다르지만, 모두 멜로를 기반에 뒀다. 여성 시청자들이 주요 타킷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서 '내그녀'의 현욱은 매력적인 남자다. 마음만 먹으면 수백 억도 벌 수 있는 능력자이면서도 사랑했던 여자를 잊지못하고 반항하는 순정파 남자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여느 멜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과 똑같다. 나머지는 정지훈의 몫이다. 캐릭터의 7할은 작가와 PD가 창조하지만, 3할은 배우의 몫이다. '내 생애 봄날'에서 감우성은 20살 차이가 나는 수영과의 호흡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을만큼 캐릭터를 자기화했다. 하지만 '아이언맨'의 이동욱은 독특한 캐릭터때문일까. 아직 자신의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100%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정지훈의 매력을 첫방만 놓고 평가하기는 무리다. 첫방에는 빠른 전개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이 분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핏얼핏 보이는 그의 연기에서 '상두야, 학교가자', '풀하우스', '이 죽을 놈의 사랑'으로 대표되는 멜로 연기와 또 다른 측면이 엿보인다. 힘을 주기보다 오히려 빼서 상대방을 돋보이게 하는 연기가 눈에 띈다. 하지만 정수정은 베테랑 이 아니다. 아직 이를 다 받아주기는 부족하다. 정지훈이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물론 첫회밖에 지나지 않았다.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이와함께 손 발이 오그라드는 분위기와 대사는 장점으로 승화시키면 된다. 역대 히트 멜로 드라마는 모두 그래왔다. 마지막으로 에피소드가 관건이다. 이제는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에만 집중해서는 시청자들을 붙잡아 놓을 수 없다. 가요계 이야기를 병풍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더 리얼하게 보여준다면 다양한 시청층의 관심을 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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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