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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만 놓고 보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유혹'에서 차석훈(권상우)는 동업자로 인해 떠안은 10억 빚때문에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본인의 집은 물론 장인의 집까지 빚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석훈에게 남은 희망은 없다. 거기에 부인 홍주(박하선)는 돈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고, 석훈에게 큰 상처를 안긴다. 이처럼 절망적인 순간에 재벌녀 유세영(최지우)이 나타났다. 유세영은 3일 동안 시간을 내주면 10억원의 돈을 지불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석훈과 홍주 부부에게 갈등의 불씨를 만든다. 석훈은 고심 끝에 홍주와 상의없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고, 석훈은 10억원을 얻게 된다. 하지만 석훈에게 실망한 홍주와 골이 깊어지고, 회복할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
여기까지만 보면 석훈은 분명 '못난 놈'이다. 자존심 보다 돈을 택한 그의 선택에 상처받은 아내가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석훈은 자살까지 결심할 정도로 나약한 아내를 옆에 두고 이런 선택은 당위성을 부여한다. 여기에 권상우는 석훈의 고뇌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표현해내며 SBS '야망'에 이어 헌신하는 남편 역을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 덕분에 석훈은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뺏고 싶은 남자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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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의 강동석(이서진)은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사람이다. 사랑에 대한 표현도 서툴고, 부인 해원(김희선)이 애교를 떨어도 심드렁하다. 대가족과 사는 탓에 바람잘 날 없는 가족사 해결하기도 바쁜 인물이다. 하지만 동석을 볼 때 전형적인 가장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보다 가족을 더 배려하고, 과묵함 속에 담겨있는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화려한 매력은 없지만 왠지 기대고 싶은 남자. 그가 바로 이서진이 연기하는 동석이다. 주말 드라마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다. 화려한 양념은 없지만, 진한 사골같은 매력을 가진 남자. 마치 60~70년대 과거 멋진 남자 기준으로의 회귀 같지만 남자의 멋도 유행과 같은 법. 결국 돌고 돌아 옛 매력이 현재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