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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은 선택이 아니다. 주어지는 것이다. 배우자나 친구는 다르다. 선택하는 것이다.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은 '관계'에서 나온다. 누구나 소망한다. 평생을 살면서 좋은 친구, 좋은 배우자를 만나길…. 하지만 본인이 먼저 좋은 친구, 좋은 배우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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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현태 캐릭터는 답답할 정도로 절제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부분을 놓고 봤을 때 이같은 답답함은 필요한 요소다. 연기하면서도 스스로 답답하고, 더 발산하는 연기를 하고 싶기도 했지만, 분명 영화적 캐릭터는 연기된 현태의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사실 배우에게 있어서 '발산'은 '절제'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목도 받는다. 조용히 제 할 일 하는 아이보다 떼 쓰고 우는 아이가 눈에 띄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지성은 작품의 조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걸까. 그는 영화 촬영을 마친뒤 지분률에 대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 영화를 통해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좋은친구들'에 있어서 튀지 않더라도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지성 영화네'라는 이런 이야기를 바라지 않는다. 배우들끼리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 그런 연기를 원했다. 하하. 그런 측면에서 적당히 잘했다고 본다. 내 포지션에 내에서…."
"'좋은친구들'을 선택한 이유는 뻔한 느와르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 영화라면 으레 막 싸우고, 찌르고, 죽이고, 급박한 상황으로 몰아가지 않나. 그런 부분보다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그리곤 영화 '대부'를 보고 난 뒤 감동을 예를 들었다. "그런 영화 있지않나. 흥행도 중요하겠지만, 어느 날 있다보면 문득 보고 싶은 영화, 인생이 담긴 영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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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내 이보영은 이 영화를 좋아할 지 궁금했다. "전혀." 단호하다. "내 와이프는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고, 행복한 영화, 애니매이션 같은 장르를 좋아한다." 그래서 '좋은친구들'의 VIP 시사회에도 안불렀단다.
장르물인 '신의 선물-14일'에 출연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보는 작품과 출연하는 작품은 다를 수 있지 않나. 배우니까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있다고 해서 출연작을 가릴 이유는 없다. 와이프나 나나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 있다면 충분히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가'라고 질문이 가장 어렵다. 난 다 하고 싶다. 굳이 특정 역할을 가릴 필요가 있을까. 배우인데…"라며 재기있게 답했다.
이제 결혼 생활 1년도 안된 시점. 어쩜 저리 '와이프'란 말이 입에 착착 붙을 수 있을까. "하하, 와이프란 말 좋아한다. 오래 연애를 해서 그런가. 결혼을 하고 달라진 게 없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크게 다른 것은 없다. 결혼해서 싸운다는 말들 하는데, 결혼 전에도 싸웠다. 연애할 때 많이 싸워봐서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는 게 좀 많아진 것 같다."
달콤한 신혼 생활이 좋긴 한가보다. 시종일관 아내 이보영의 이야기에 싱글벙글이다. 지난해 연말 두 사람은 각각 KBS '비밀'과 SBS'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큰 상을 받았다. "그때 어머니가 와이프 상 받는 곳에 갔었다. 대상이라는 게 평생 한 번 받을까말까 한 큰 상인데, 모든 가족이 아내를 축하해주길 바랐다. 나도 없는데…." 지성의 배려가 느껴진다.
인터뷰를 마치고, 지성의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내 꿈은 좋은 배우다. '좋은'이란 말이 언젠가부터 너무 평범하게 들리는 것 같지만, 사실 '좋은'이란 말처럼 좋은 말이 또 있을까. 난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이 생각할 때 '좋은 배우'로 남고 싶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