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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한 최우수 작품상에서 '노예 12년'의 감독 스티브 맥퀸과 함께 배우 브래드 피트가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흔들었다. '노예 12년'에서 특별출연 정도로 짧은 장면에 출연했던 그가 말이다. 바로 피트가 '노예 12년'의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할리우드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이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유지태도 배우 뿐만 아니라 감독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의 영화 '마이 라띠마'는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돼 수상을 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작 연출 뿐만 아니라 투자 수입에도 나선 배우가 있다. 소지섭은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에 수입 투자자로 참여했다. 특히 자신이 만든 소속사인 51K가 아닌 개인의 자금으로 직접 투자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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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태 감독과 '마이 라띠마'를 통해 함께한 배우 박지수는 배우 출신 감독의 좋은 점을 역설했다. 박지수는 "나는 신인이었기 때문에 스킬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럴 때 감독님이 콕콕 집어서 그런 부분을 메워주니 너무 좋았다"며 "처음 촬영할 때도 '연기를 하려고 하지 말고 대화를 하려고 하라'는 조언에 대사가 더 쉬워졌던 것 같다. 배우 생활을 하신 분이라 배우의 마음을 더 잘아주시니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지난 24일 기자와 만나 자신이 제작자로 나선 '나를 잊지 말아요'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신인 감독과 함께하지만 내가 제작자로서 이래라 저래라하는 부분은 없다. 제작자는 큰 길을 제시해주는 역할일 뿐 세부적인 사항은 감독이 할 부분이다"라며 "제작자가 큰 소리를 내는 순간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흔들릴 수 있다"고 명확히 말했다. 이어 정우성은 "'신의 한수'처럼 내가 배우로 나설 때는 감독의 역할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해야하지 않나'라고 생각한 적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감독의 요청이 있을 때 도움을 주는 것을 있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월권이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영역을 확장에 나선 배우들은 그만큼 욕심이 있어서다. 게다가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은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우성의 영화 사랑은 주위 동료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다. 정우성의 권유로 '신의 한수'에 함께 출연하게된 국민배우 안성기는 "정우성의 가장 좋은 점은 영화를 너무 사랑한다는 것이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배우들의 영역확장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리고 이같은 확장이 한국 영화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꽤 높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