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중간점검]리얼 '개과천선'-극성(劇性) '트라이앵글'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5-16 10:29



MBC 월화극과 수목극은 정 반대다. 월화극 '트라이앵글'이 극성이 강한 드라마인 반면, 수목극 '개과천선'은 철저히 현실에 발을 붙인 드라마다.

'개과천선'은 괴물 같은 드라마다. 이제 막 도입부를 지나며 전체 몸통의 일부만 보여줬을 뿐인데도 현실을 감지하는 촉수가 얼마나 예민한지 놀라게 된다. 한마디로 '리얼리티의 끝판왕'이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꾸며낸 '허구'다. 허구에 등급이 있다면 '개과천선'은 아마 가장 낮은 급수가 매겨질 것이다. 그만큼 리얼리티를 살린 현실 밀착형 드라마다. '이게 말이 돼?'라며 고개를 갸웃할 만한 내용은 거대 로펌의 엘리트 변호사 김석주(김명민)가 불의의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사실 정도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김석주가 법률 지식과 탁월한 변론 감각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다소 의아하지만, 별에서 온 외계인과 사랑에 빠지고 딸을 살리기 위해서 14일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세상에선 딴지를 걸 만한 내용도 아니다.

실제로 '개과천선'은 현실에서 많은 재료를 가져왔다. 지난 8일 방송된 4회에서는 김석주가 담당한 태진건설 경영권 인수전이 긴박하게 그려졌다. 이는 2010년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H건설의 인수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에피소드다. 14일 방송된 5회에선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를 묘사한 '원유 유출 사고 어민 보상' 사건이 등장했다. 심지어 1회에 등장했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재판 장면에선 현실감을 위해 강제징용 피해자 할아버지 할머니 단역에 보조출연자가 아닌 일반인들을 섭외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시각도 현실을 꼭 닮았다. '정치 권력은 유한하지만 돈의 힘은 영원하다'는 드라마 속 악덕 기업의 논리는 안타깝지만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극중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재판에서 패하고, 성폭행을 저지른 재벌 기업 후계자는 교묘한 술수로 피해자와 합의해 풀려난다. 인맥을 동원해 재판에 영향력을 미치고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 약자를 짓밟는 차영우 로펌은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 분위기에 맞물려 '개과천선'은 사회고발이란 측면에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명확한 장점을 갖는다.

반면, MBC 월화극 '트라이앵글'은 비 현실적이다. 현실성이란 기준에서 '개과천선'과 반대의 길을 간다. 드라마의 핵심 요소인 극성(劇性)을 극대화하며 비장미를 선사한다. 현실에서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극단적 우연의 설정에서 출발한다. 탄광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뒤 뿔뿔이 흩어져 생사조차 모르고 살던 삼형제가 20년이 흐른 후 정선 카지노에 모여 각각 다른 관계로 얽힌다는 내용. 형사가 된 첫째 장동수(이범수)는 3류 건달로 살고 있는 둘째 허영달(김재중)을 정보원으로 두고, 재벌가로 입양된 셋째 윤양하(임시완)은 오정희(백진희)를 사이에 두고 허영달과 연적으로 만난다. 실제 일어나기 힘든 설정이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평범하고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극적인 스토리 속에 대리만족을 하고 싶은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어두운 돈과 권력에 의해 비틀어지는 세 형제의 관계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강렬한 캐릭터와 선 굵은 전개, 남성적인 색깔도 '트라이앵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드라마를 드라마답게 하는 '드라마의 끝판왕'. '트라이앵글'은 기본기가 탄탄하면 극의 힘이 얼마나 강해지는지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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