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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속 그날 '정유역변', 실제로는 어땠을까?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4-05-13 08:31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역린'은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정조에 대해 잘 아는 이들도 정유역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정조의 서고이자 침전이었던 존현각의 지붕까지 암살자가 침입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만큼 정조는 '좋은 왕'이기도 했지만 '불안에 떨었던 왕'이기도 했다.

극중 정순왕후(한지민)의 사주를 받은 노론들은 정조를 암살할 목적으로 살수를 존현각에 투입한다. 이에 앞서 정조 주위의 측근들까지 모두 노론의 스파이였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김성령)는 정순왕후를 독살하려다 실패하기도 한다.

실제 역사에서도 정조는 그의 왕위계승을 반대하는 세력들에 의해 늘 도전을 받았다. 정후겸 등은 정조를 비방하는 투서를 쓰고 존현각에 괴한을 투입시키고 늘 염탐을 하기도 했다. 정조가 대리청정을 할 때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작은 아버지인 홍인한조차 "동궁께서는 노론과 소론을 알 필요가 없으며, 이조 판서와 병조 판서를 알 필요가 없습니다. 조정의 일에 이르러서는 더욱 알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이른바 삼불필지설(三不必知說)을 제기하며 세손의 권위에 흠집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정조 즉위 1년인 1777년 7월28일 벌어진 정조 암살 미수사건이 바로 '정유역변'이다. 실록에 따르며 이날 오후 11시 정조는 존현각 툇마루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때 지붕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기왓장이 깨지는 소리까지 들렸다. 놀란 정조가 급히 사람들을 불러 조사를 시켰고 존현각 지붕의 기와가 깨져 흩어져 있었다.

이같은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것이 바로 '역린'이다. '역린'에서는 온 궁궐이 들썩할 정도로 많은 살수들이 정조를 향해 밀고 들어왔지만 실제 역사에서 '정유역변'은 꽤 조용히 진행됐다.


게다가 '역린'에서 '정유역변'의 최종 '컨펌'자인 정순왕후는 실제 '정유역변'에서는 엮여 있지 않다. 물론 이후 정조 독살시도 등에 연루됐다는 설은 있지만 '정유역변'이 일어난 정조 1년에는 드러내놓고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연히 영화 속 혜경궁 홍씨가 정순왕후를 독살하려던 시도도 상상력의 산물이다.

정유역변의 범인은 홍상범으로 알려져 있다. 홍상범의 아버지가 정조의 즉위를 반대하다 귀양을 가자 이에 앙심을 품고 '정유역변'을 꾀한 것이라는 설이다. 정유역변은 궁성 호위무관과 나인까지 포섭해 진행됐지만 실패했고 홍상범은 8월 11일 다시 범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때 투입된 살수가 잡히면서 '정유역변'까지 연루된 홍상범은 거리에 묶어놓고 창으로 찔러 죽이는 책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정유역변은 정조의 자작극이라는 설도 있다. 실제 반대파가 진행했다면 그렇게 허술하게 실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자작극 설의 이유다. 반대로 정조가 반대파를 제거하려는 구실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낸 사건이라는 것이다. 왕 암살 음모는 엄청난 역모이기 때문에 이같은 주장도 전혀 무시할만한 설을 아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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