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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왕가네식구들'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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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동안 '왕가네식구들'에게 따라붙은 꼬리표는 '신개념 막장 드라마'다. 그 선봉에 선 것은 왕수박과 이앙금(김해숙). 혼전동거남과의 불륜 사실을 들켜 이혼했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아이들을 앞세워 전 남편 고민중에게 재결합을 요구하고 새로운 사랑 오순정에게 패악을 부리는 왕수박, 속물 근성으로 똘똘 뭉쳐 폭언을 일삼는 이양금의 차원이 다른 이기주의는 시청자를 경악하게 했다. 불륜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허세달(오만석)과 그의 가족들, 그런 남편의 마음을 확인하겠다며 자작 납치극을 벌이는 왕호박(이태란), 며느리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며느리 오디션을 개최하는 최대세(이병준), 자신이 버린 아들이 성공했다는 걸 알고 찾아와 사기 행각을 도모하는 오만정(이상숙) 등 비상식적인 캐릭터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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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엽기적이고 과장된 설정은 분명 황당함을 안겼다. 그러나 웬수같은 남편 혹은 자식이라도 정 때문에 사랑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가는 중장년층 여성들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원동력이 됐다. 결국 '왕가네식구들'은 소치 동계올림픽 중계에 발목을 잡혀 시청률 50% 돌파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회 시청률 47.3%(닐슨모리아, 전국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 48.3%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악명 높은 문영남식 화법이 또 한 번 먹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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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재발견
배우들의 연기력은 빛났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진면목을 재발견하고, 새 얼굴을 찾아내는 계기가 됐다. 고민중 역의 조성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해내 중년 남성층의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사치스러운 아내 왕수박과 이혼한 뒤 첫사랑 오순정을 만나 곡절 많은 중년 로맨스까지 펼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철없는 남편 허세달을 연기한 오만석은 리얼하게 망가졌다. 불륜 여파로 이혼 당할 위기에 처하자 정신을 차리고 아내 왕호박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전업주부로 변신, 실소를 유발하게 하는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미리미리 미춰버리겠네"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고 뮤지컬 스타답게 노래와 댄스로 극 분위기를 업시키기도 했다. 셋째 사위 최상남 캐릭터를 맡은 한주완은 어머니 오만정으로 인한 상처를 간직한 까칠남으로 보였으나, 왕광박과의 알콩달콩 로맨스로 또다른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윤지 역시 개 소리로 아이를 재우는 독특한 캐릭터 왕광박을 사랑스럽게 소화하며 호평받았다. 최대철은 철없는 백수였지만 내 여자 허영달(강예빈)에 대한 로맨스만큼은 간직한 뜨거운 남자 왕돈 역을 맡아 관심 받았다.
한편 '왕가네식구들' 후속으로는 김희선 이서진 주연의 '참 좋은 시절'이 방송된다. '참 좋은 시절'은 가난한 소년이었던 남자가 검사로 성공한 뒤 1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22일 오후 7시 55분 첫 방송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