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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면 살아남는다"…다시 뜨고 있는 장수 예능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10-31 07:11


'살아남으려면 변하라.'

나날이 치열해지는 시청률 경쟁 속에 예능 프로그램의 생명력이 짧아지고 있다. 한때 예능계를 호령했던 MBC '무릎팍도사'와 '놀러와'마저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철퇴를 맞았다. MBC '스토리쇼 화수분'과 KBS2 '달빛 프린스'처럼 몇 번 방송되지도 못하고 간판을 내린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KBS2 '해피투게더'가 목욕탕 토크에 시들해질 무렵 '야간매점' 코너를 신설해 반등에 성공했듯,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위기에서 벗어나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존폐의 기로에서 과감한 변화로 살아남은 장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생존의 법칙'을 살펴봤다.


사진제공=MBC

사진제공=MBC
'우결', 출연진 교체 통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2008년 3월부터 벌써 6년째 방송 중이다. 그 사이 조권-가인, 김용준-황정음, 정용화-서현처럼 화제의 커플도 여럿 배출했지만, 몇몇 출연자들이 방송 출연 중에 다른 연예인과 열애설에 휘말리며 때때로 진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또 아이돌 스타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가상 결혼'이라는 주제가 퇴색됐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우결'은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시청률은 6~8% 정도로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과 엇비슷하지만 화제성은 크게 앞선다. 역시 일등공신은 출연진이다. 제작진 교체와 함께 새롭게 투입된 정준영-정유미 커플과 이소연-윤한 커플이 '우결'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특히 '4차원' 매력으로 파트너를 들었다 놨다 하는 정준영과 그런 정준영에게 은근슬쩍 넘어가주는 정유미의 '밀당' 로맨스는 시청자들이 다시 '우결'을 보는 이유가 되고 있다. 게임 하면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드링킹 헬멧, 암실 같은 게임방, 맥주가 쌓여 있는 집안 등 정준영의 독특한 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반면 이소연과 윤한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30대 커플의 현실적인 로맨스로 지지를 받고 있다. 상대방의 가족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하면서 각자 꿈꿔온 결혼 생활에 대해 공유하는 모습은 '우결'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출연진 교체가 '우결'에는 '신의 한수'로 작용한 셈이다.


사진제공=MBC

사진제공=MBC
'세바퀴', MC 빼고 다 바꿨다

MBC '세바퀴'는 출범 당시 솔직하고 화끈한 '아줌마 수다'로 인기를 끌었지만, 정체된 포맷과 다소 수위가 높은 토크로 도마에 오르며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고정 시청층은 탄탄한 편이지만 '세바퀴'만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식상해졌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세바퀴'의 성공 이후 집단토크쇼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것도 '세바퀴'만의 차별성을 약화시키는 요소가 됐다.

폐지 외에는 별다른 해법 없어 보였던 '세바퀴'는 살아남기 위해 이휘재와 박미선 두 MC만 빼고 모든 걸 바꿨다. 게스트들을 '아메리카노 세대', '자판기 세대', '숭늉 세대'로 나누어 3세대가 퀴즈를 풀어가는 포맷으로 전면 새 단장 했고, 퀴즈의 주제는 세대 차이에 관한 것으로 한정지었다. 덕분에 집단토크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토크 주제가 더욱 선명해졌고 시청자들과의 공감대도 넓어졌다. 퀴즈를 풀면서 느껴지는 세대 차이와 소통의 어려움은 상대를 이해하는 공감의 요소이면서 동시에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가 된다. 중구난방식의 토크로 산만해지기 일쑤였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의 '세바퀴'는 확실히 체계가 잡힌 분위기다.


지난 25일 녹화부터 김구라가 MC로 합류해 더욱 기대가 크다. 김구라는 막말 논란으로 하차한지 1년 6개월만에 다시 MC 자리로 돌아왔다. 세 MC의 찰떡 호흡도 '세바퀴'를 봐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사진=KBS
'1박2일', 초심으로 돌아간다

국민 예능으로 군림했던 KBS2 '1박 2일'은 요즘 옛 명성을 잃고 고전 중이다. 동시간대 MBC '진짜 사나이'와 SBS '런닝맨'에 밀리며 폐지설까지 대두됐다.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았던 강호동이 하차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복불복 게임으로만 웃음을 유발하려 한 것도 진부하다는 비판을 자초한 이유였다.

그러던 '1박 2일'이 '초심'에서 답을 찾았다. 여행이라는 본래 목적으로 돌아가자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지난 8월 방송된 강릉 바우길 편이 그랬다. 멤버들은 두 명씩 짝을 이뤄 바우길을 걸었다. 웃음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자 진솔한 대화가 그 빈 자리를 채우며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화면에 담긴 여행지의 수려한 풍경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따라갔다. 또 멤버들은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어울리고 게임을 펼쳤다. 최근 방송된 '캠퍼스 24시 특집'이나 '여심따라 가을여행 특집'은 복불복 같은 독한 설정이나 몸개그를 내세우지 않고도 소탈한 웃음을 유발하며 시청자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결국엔 부진 탈출의 해법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 주원이 하차한 빈 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현재 '1박 2일'은 새로운 제작진과 함께 또 다른 변화를 준비 중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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