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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엄마로 산다는 것? 죽기살기로 사는 것이죠."
유- 사실 남편이 한량 스타일이죠. 인생을 즐기는 스타일인데요. 어려서부터 만화책보며 즐기고 놀았는데, 어느 날은 어머니가 '엄마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계속 놀면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식칼을 들고 오셨다네요. 저희 어머니가 전라도 분인데 한 성격 하시거든요. 그 뒤로 남편이 도망가서 죽기살기로 공부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유- 하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제가 남의 자식이니까 그렇게 안했지만, 얼마나 미웠을까요. 그리고 남편이랑 나와서 사는데 바로 임신이 됐어요. 그때 어머니랑 시누이분들이 다 고소해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쌍둥이를 가졌다니깐, '이제 일을 그만두겠지'라고 생각하셨죠.
박- 쌍둥이를 키우셨잖아요. 쌍둥이는 하나 키우는 것보다 2배가 아니라 4~5배는 더 힘들다고 하던데요.
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보면 쌍둥이 키우는 이휘재씨가 나오잖아요. 200% 공감해요. 키워보지 않으면 그 힘듦은 몰라요. 저희 친정 어머니는 아버지가 몸이 안좋으시니 봐줄 수 없고, 제 동생도 급할 때나 올 수 있지. 봐줄 수 없는 형편이었어요. 주변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죠. 쌍둥이는 아기 봐주는 분에게 돈도 2배로 내야하고요.
박- 시어머니가 도와주지 않으셨군요.
유-처음에는 그랬죠. 어머니가 제가 지금쯤이면 힘들어하겠다고 생각하고 새벽에 전화해보면 남편이 받아서 힘들어하고, 그랬더니 더 화가 나셨어요. 다음날 저한테 전화와서 '애 보내라'라고 하시더라고요.
박- 좋았겠네요.
유- 네. 너무 좋아서 '2명 다 보시려면 힘들텐데요'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아니 애비를 보내라'라고요. 우리 아기가 아니라 어머니 아기였죠.
박- 반전이네요. '내 자식 보내라'.
유- 신랑이 귀하게 컸고, 전공도 소아과라 하루종일 아기들 보는데 집에서까지 아기를 보면 힘들다는 거죠. 신랑한테 말했더니 이미 짐을 다 쌓아놨더라고요. 그렇게 나가서 안들어왔어요.
박- 힘들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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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버틴 게 신기할 정도네요. 대단하세요.
유- 결과가 좋으면 다 잊혀지죠.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매주 시어머니가 쌍둥이를 보고 싶어해서 청담동에 갔는데요. 쌍둥이가 1박2일을 보내려면 라면 박스 4개 분량의 짐이 생겨요. 그것을 다 챙기고, 다녀오는데 정말 고된 일정이었죠. 그렇게 살다보니까 저도 지치고, 아기들도 탈이 났어요. 사흘 밤낮으로 애들이 자지도 않고, 보채고 하니까 결국 기진맥진하게 됐어요. 아침에 방송하려고 준비한 게 안보일 정도로 정신이 없고, 누군가한테 두들겨 맞은 것 같이 아프더라고요. 일하는 아주머니가 와서는 '애 엄마 일 그만두라. 나도 그만둘테니'라고 말할 정도였거든요. 2달동안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죠. 결국 남편에게 전화해서 "애 데려가. 강씨잖아요. 유씨 아니잖아'라고 말했었죠.
박- 극단적인 경우까지 생각한거죠.
유- 그쵸. 시어머니가 원하는 이혼, 해드리자는 거였죠,. 눈물이 펑펑 나더라고요. 그리고 방송을 갔는데, 선배가 제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셨죠. 그날 방송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그리고는 이혼 준비를 해야하는데 뭘 해야할지, 짐을 챙겨둬야 하나. 생각하면서 집에 왔었죠. 그러면서도 이 직업때문에 이혼을 하는 게 맞을까. 시어머니는 좋아하겠지만 우리 엄마, 아빠한테는 뭐라고 말해야하나. 그동안 직업을 갖기위해 노력해 온 시간들을 반추하면서 왔죠. 집에 왔더니 남편이 와있더라고요. 그리고 짐도 가져왔더라고요.자기 엄마한테 전화하라고 해서 했더니 시어머니가 "나는 보다보다 너같이 독한 애는 처음 봤다. 나도 우리 쌍둥이가 예쁘지. 보고 싶지. 난 니가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하기를 바래서 그런건데, 이혼하자는 말까지 할 정도니, 정말 독하다. 이제 더는 일을 그만두라고 하지 않겠지만, 대신 내 자식이나 내 손자가 잘못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죠. 그 말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박- '엄마꿈' 인터뷰에서 갑자기 호러 느낌이 나네요. 오싹하네요.
유-그래서 죽기살기로 일과 가정을 돌봤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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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