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⑬]유난희 "쌍둥이 엄마로 산다는 것? 회식 한 번 못갔어요"(3)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3-10-30 10:35


쇼호스트 유난희가 박경림과 함께 '엄마꿈(엄마도 꿈이 있단다)' 캠페인을 응원했다.

"쌍둥이 엄마로 산다는 것? 죽기살기로 사는 것이죠."

유- 사실 남편이 한량 스타일이죠. 인생을 즐기는 스타일인데요. 어려서부터 만화책보며 즐기고 놀았는데, 어느 날은 어머니가 '엄마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계속 놀면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식칼을 들고 오셨다네요. 저희 어머니가 전라도 분인데 한 성격 하시거든요. 그 뒤로 남편이 도망가서 죽기살기로 공부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박- 전라도 분이면 저도 전라도 친구들이 많아서 아는데, '죽여부릴라' 이렇게 말씀도 강하셨겠다.

유- 하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제가 남의 자식이니까 그렇게 안했지만, 얼마나 미웠을까요. 그리고 남편이랑 나와서 사는데 바로 임신이 됐어요. 그때 어머니랑 시누이분들이 다 고소해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쌍둥이를 가졌다니깐, '이제 일을 그만두겠지'라고 생각하셨죠.

박- 쌍둥이를 키우셨잖아요. 쌍둥이는 하나 키우는 것보다 2배가 아니라 4~5배는 더 힘들다고 하던데요.

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보면 쌍둥이 키우는 이휘재씨가 나오잖아요. 200% 공감해요. 키워보지 않으면 그 힘듦은 몰라요. 저희 친정 어머니는 아버지가 몸이 안좋으시니 봐줄 수 없고, 제 동생도 급할 때나 올 수 있지. 봐줄 수 없는 형편이었어요. 주변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죠. 쌍둥이는 아기 봐주는 분에게 돈도 2배로 내야하고요.

박- 시어머니가 도와주지 않으셨군요.

유-처음에는 그랬죠. 어머니가 제가 지금쯤이면 힘들어하겠다고 생각하고 새벽에 전화해보면 남편이 받아서 힘들어하고, 그랬더니 더 화가 나셨어요. 다음날 저한테 전화와서 '애 보내라'라고 하시더라고요.


박- 좋았겠네요.

유- 네. 너무 좋아서 '2명 다 보시려면 힘들텐데요'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아니 애비를 보내라'라고요. 우리 아기가 아니라 어머니 아기였죠.

박- 반전이네요. '내 자식 보내라'.

유- 신랑이 귀하게 컸고, 전공도 소아과라 하루종일 아기들 보는데 집에서까지 아기를 보면 힘들다는 거죠. 신랑한테 말했더니 이미 짐을 다 쌓아놨더라고요. 그렇게 나가서 안들어왔어요.

박- 힘들었을텐데요.


쇼호스트 유난희가 '박경림의 엄마꿈(엄마도 꿈이 있단다)' 인터뷰를 통해 쌍둥이 엄마이자, 의사의 아내,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살면서 겪었던 애환을 털어놨다.
유- 처음에 한 달은 버틸만 했죠. 상주 아주머니를 쓰고 싶지만 버는 돈이 뻔하잖아요. 그래서 출퇴근 아주머니를 쓰고, 밤에는 제가 퇴근해서 쌍둥이를 봤어요. 혹시 내가 늦으면 밤에는 돈을 2배로 드린다고 했거든요. 아주머니는 밤에 일하면 잠도 제대로 못주무시니까요.

박- 버틴 게 신기할 정도네요. 대단하세요.

유- 결과가 좋으면 다 잊혀지죠.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매주 시어머니가 쌍둥이를 보고 싶어해서 청담동에 갔는데요. 쌍둥이가 1박2일을 보내려면 라면 박스 4개 분량의 짐이 생겨요. 그것을 다 챙기고, 다녀오는데 정말 고된 일정이었죠. 그렇게 살다보니까 저도 지치고, 아기들도 탈이 났어요. 사흘 밤낮으로 애들이 자지도 않고, 보채고 하니까 결국 기진맥진하게 됐어요. 아침에 방송하려고 준비한 게 안보일 정도로 정신이 없고, 누군가한테 두들겨 맞은 것 같이 아프더라고요. 일하는 아주머니가 와서는 '애 엄마 일 그만두라. 나도 그만둘테니'라고 말할 정도였거든요. 2달동안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죠. 결국 남편에게 전화해서 "애 데려가. 강씨잖아요. 유씨 아니잖아'라고 말했었죠.

박- 극단적인 경우까지 생각한거죠.

유- 그쵸. 시어머니가 원하는 이혼, 해드리자는 거였죠,. 눈물이 펑펑 나더라고요. 그리고 방송을 갔는데, 선배가 제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셨죠. 그날 방송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그리고는 이혼 준비를 해야하는데 뭘 해야할지, 짐을 챙겨둬야 하나. 생각하면서 집에 왔었죠. 그러면서도 이 직업때문에 이혼을 하는 게 맞을까. 시어머니는 좋아하겠지만 우리 엄마, 아빠한테는 뭐라고 말해야하나. 그동안 직업을 갖기위해 노력해 온 시간들을 반추하면서 왔죠. 집에 왔더니 남편이 와있더라고요. 그리고 짐도 가져왔더라고요.자기 엄마한테 전화하라고 해서 했더니 시어머니가 "나는 보다보다 너같이 독한 애는 처음 봤다. 나도 우리 쌍둥이가 예쁘지. 보고 싶지. 난 니가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하기를 바래서 그런건데, 이혼하자는 말까지 할 정도니, 정말 독하다. 이제 더는 일을 그만두라고 하지 않겠지만, 대신 내 자식이나 내 손자가 잘못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죠. 그 말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박- '엄마꿈' 인터뷰에서 갑자기 호러 느낌이 나네요. 오싹하네요.

유-그래서 죽기살기로 일과 가정을 돌봤던 것 같아요.


22번의 낙방, 늦은 나이에 어렵게 방송 진출의 꿈을 이룬 유난희가 '박경림의 엄마꿈(엄마도 꿈이 있단다)' 캠페인을 응원했다.

정리=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4편에 계속)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