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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⑫]대한항공 황연정 기장, 여자라 차별은 없다(1)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3-10-23 09:44 | 최종수정 2013-10-23 09:44


스포츠조선이 대한민국의 엄마들을 응원하는 '엄마도 꿈이 있단다'(이하 엄마 꿈) 캠페인 인터뷰를 합니다. '엄마 꿈' 캠페인은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엄마들에게 작은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기획됐습니다.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방송인으로서 자신의 꿈을 사회에서 당당히 펼치고 있는 박경림씨가 우리의 엄마들을 대표해 사회 각계각층의 스타 엄마들을 직접 찾아가 만납니다.

정리=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박경림은 '엄마 비행사' 황연정 기장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제공=몽락 스튜디오
그동안 '엄마꿈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엄마 스타들을 만났다. 자신의 분야에서 대단한 활약과 함께 엄마로서 당당한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이었다. 그러다 문득 '엄마 파일럿이 있을까?'란 단순한 호기심이 생겼고 무작정 찾아 나섰다. 그리고 한참의 수소문 끝에 대한항공의 여성 기장이자 엄마인 황연정 씨를 만났다. 초등학교 3학년 쌍둥이 남매를 두고 있는 황연정 기장은 동료 파일럿과 결혼한 엄마 파일럿이다. 그리고 대한항공에 있는 3명의 여성 기장 중 유일하게 에어버스 330을 운항하는 엄마이다.

박경림(이하 박)-제복이 정말 멋지세요.

황연정(이하 황)-다들 공항 연예인이라고 해요. 공항에서 제복을 입고 있을 때만 사람들이 다 쳐다보거든요. 제복을 벗으면 사람들이 모르죠.

박-그럼 공항패션이네요. 저도 방송 생활 오래했지만, 여성 파일럿과는 처음 인터뷰를 해봐요.

황-대한항공에 여자 기장이 3명 있고요. 다른 항공사에 몇 명 있고, 다 합해서 10명이 안돼요.


박-이력이 굉장히 독특하세요. 입사를 승무원으로 하셨어요?

황-대학 4학년 때 승무원 시험을 보고 합격을 해서, 방학에 인턴으로 비행기를 탔어요. 그때 조종실을 처음 구경 했는데, '아 이게 정말 새로운 세계다'라고 가슴에 느낌이 오는 거예요. 그렇게 방학 끝나고 우연히 신문을 봤는데, 대한항공 조종훈련생 모집 광고가 보여서 '이걸 해야겠다'란 생각에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을 했어요.

박-원래 꿈이 승무원이나 파일럿이었나요?

황-실은 고등학교 때 친구한테 '나는 공군사관학교를 가야겠다. 모든 조건이 맞는다'라고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친구가 '넌 모든 조건이 맞는데, 딱 하나가 안 맞는다. 여자를 안 뽑는다'라고 하더라고요.

박-그럼 고등학생 때 공사에서 '여자를 안 뽑는다'했을 때 좌절 했나요?

황-좌절보다 '다른 건 뭐가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고요. '나는 어떤 꿈을 꿔야 하지?' 그게 제일 고민이었어요.

박-그렇게 고민을 하셨는데, 생물학과를 가셨어요.

황-고등학교 때 다 그렇잖아요.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과목을 찾아 간 거죠. 그런데 대학 시험을 잘 못 봤어요. 그때 굉장히 좌절을 많이 했어요. 저한텐 가장 큰 시기였던 거 같아요. 대학 4년 내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한번도 고민 없이 살아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내가 이걸 계속 공부할 것인가?'라고 아무리 생각을 해도, 계속 공부할 거 같진 않았어요. 굉장히 다양한 거를 알아봤어요. 그래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제가 처한 상황에서 한번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진 않았어요. 그때 뭐든지 제일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박-그래서 대학 4학년 때 승무원 시험을?

황-친구가 승무원 시험을 본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하게 됐는데요. '내 일이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만나면 어떤 느낌이 오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 느낌이 안 왔어요. 그러다 조종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이거다! 난 이걸 꼭 해야겠다'란 생각을 했어요. 그때 또 기장님이 '너 이거 하면 굉장히 잘할 거 같다'란 얘기를 하셨어요.

박-여러 인턴 승무원들이 있었을 텐데, 황연정 기장님한테만?

황-그래서 '그 기장님은 늘 승무원들한테 얘기를 하시나 보다'라고 생각했죠. 막상 입사하고 한참 미국, 제주 훈련 거쳐서 2년의 시간이 지났어요. 한 기장님과 같이 비행을 하는데 기장님이 저한테 '혹시 승무원 같은 거 한 적 없냐?'고 물으시는 거예요. '인턴으로 한 적 있어요' 그러니까, 기장님이 '혹시 내가 너 이거 굉장히 잘 할 거 같다라고 얘기하지 않았냐'고 하시는데, 그때 그 기장님의 모습이 확 떠올랐어요. 그 전까지는 그 말씀을 하신 분이란 걸 몰랐어요. 그 기장님이 딱 3명한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중에 한명이 저여서 기억에 남으셨다고 하더라고요.

박-'난 공군사관학교를 가겠어'라고 말했던 황연정 학생이 드디어 파일럿이 되는 순간인데, 아무리 그래도 쉽게 되는 건 아니었을 거예요.

황-인생에서 딱 3번의 기회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 중의 한 번이었던 거 같아요. 일단 지원서 내고 필기시험 보고, 그리고 적성시험을 봤는데 어떤 시험인지도 잘 몰랐어요. 그래서 귀동냥으로 듣고 했죠. 최종에 가면, 실제 비행기와 같은 시뮬레이터로 입사 시험을 봐요. 난생 처음 보는 거잖아요. 전 오락 한번을 안 했거든요. 갤러그도 안 했어요. 제주도에서 시험을 보는데 거기에서 훈련을 받고 있던 학생들이 있었어요. 여자가 시험을 보러 왔다고 난리가 난 거예요.

박-처음으로 여자 파일럿을 뽑을 때 인거죠?

황-그렇죠. 여자들이 10명을 넘게 지원을 했었는데, 제가 제주 시험장에 처음 간 거였어요. 거기 있던 조종 훈련생들이 전부 구경을 나왔어요. 그중 몇 명이 '가르쳐 주겠다'고 직접 그림을 그려가면서 친절하게 가르쳐줘서, 아무것도 몰랐는데 덕분에 남들보다 조금 편하게 입사시험을 봤던 거 같아요.

박-대국민 오디션이었네요.(웃음)

박-항공사에 기장님이 몇 분이세요?

황-3000명이 넘어요.

박-그럼 3000명 중에 여자가 3명?

황-조종사 3000명 중에 여자 기장이 3명이고요. 계속 여자 부기장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박-3000명 중에 3명이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굉장히 예의주시해서 볼 거 같아요.

황-그렇죠. 그래서 항상 여자 후배들한테 '중간만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중간보다 잘 해야지 중간이 되고, 잘 해야지 중간 이상으로 보일 뿐이다'라고 해요. 여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쟤가 잘 할 수 있을까?'란 시선으로 보거든요, 그래서 더 자신감 있는 척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박-남자의 영역이었잖아요. 그런 곳을 여자 3명이서 일 하려면 힘든 점이 많았을 거 같아요. 뭐가 제일 힘드셨어요?

황-제일 힘든 거는 조금만 잘못해도 크게 부각되는 건데요. 소수 쪽에는 그런 게 많아요. 그리고 여자 3명이기 때문에 '일할 때 차별받지 않느냐?'라고 많이 얘기하시는데, 저희가 전문직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는 건 없어요. 대신 같이 비행을 할 때 '여자라서 싫어하는 구나'란 느낌이 들기도 해요. 그러면 저는 '여자라서 마이너스가 생긴다면 여자라서 받는 이점을 챙겨서 똑같이 만들면 된다'라고 늘 얘기해요. 여자이기 때문에 더 많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려는 기장님들이 계세요. 조종은 기술이잖아요. 하나라도 남의 기술을 얻어가는 게 최고거든요. 딸같이 생각해주시는 기장님들은 더 잘해주세요. 그렇게 더 열심히 여쭤보고 하면서 기장 될 때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대한항공 황연정 기장은 에어버스330을 운항하는 당당한 엄마 파일럿이다.
사진제공=몽락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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