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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⑩]최윤영, 육아로 퇴사를 고민하는 엄마들에게(1)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3-10-02 09:17


박경림과 최윤영이 '엄마도 꿈이 있단다' 캠페인을 통해 다시 만났다.
사진제공=스튜디오 몽락, 장소협조=cafe4m

"엄마가 된 후 엄마들 카페에 많이 가입했거든요. 제가 그 카페에서 꼭 댓글을 남기는 사연이 있어요. 누군가 저처럼 육아로 고민하며, 퇴사를 해야할 지 고민하는 글을 보면 '절대 퇴사하지 말라'고 달아요. 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거든요."

서울대학교 출신 미모를 겸비한 MBC 간판 아나운서 최윤영, 그녀의 말이다. 중학교 때부터 줄곧 꿈꿔왔던 아나운서 자리를 박차고, 사표를 쓰고 나올 때도 후회는 없었다. 그러나 2013년 퇴사한 뒤 다시 일을 찾고나니 '일', 그리고 '꿈'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확신이 든단다. "엄마가 숨 쉴 구멍이 있어야 아이에게 관대해질 수 있어요. 엄마도 꿈이 있어요." 그녀를 만났다.

정리=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최윤영 아나운서는 EBS 프로그램 '부모' 진행을 맡으면서 엄마로서 더 성장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튜디오 몽락, 장소협조=cafe4m


박경림 (이하 박)-여대생들의 롤모델이자, MBC 간판 아나운서였던 최윤영씨 반갑습니다. 우리 아이랑 (윤영씨 아이랑) 하루 차이로 태어났는데, 그래서 더 같한 인연이 있는 분이에요.

최윤영 (이하 최)-그러게요. 그때 우리 아이랑 하루 차이였죠. 제가 아기 낳고 전화했었죠. 하하. 사실 제 이야기를 한 적은 처음이라서 무척 긴장도 되네요. 심장이 두 근반 세 근반인에요. '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라서 믿고 왔어요.

박-편안하게 임하세요. 긴 시간동안 아침 방송을 통해 봤는데, 못보니까 서운하네요. 락최-MBC 입사하면서 처음 맡은 프로그램이 '아주 특별한 아침'이라는 아침 방송인데, 애 낳으러 갈 때까지 했으니까 오래했죠.


박-아침 방송을 하기 적합한 신뢰감 있는 아나운서 이미지를 가지고 계세요. 사실 MBC 간판 아나운서가 퇴사한다고 했을 때 놀랐어요.

최-전 아기낳고 출산 휴가를 쓰고 바로 복귀했어요. 근데 저희 아기가 기질적으로 예민한 편이라 엄마를 많이 찾더라고요. 그러다보니 회사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어요. 아침마다 아기가 울고 난리였죠. 방송할 때까지도 계속 생각나고 맴돌더라고요. 그러다 1년 육아휴직을 썼는데, 마법처럼 좋아지더라고요. 그렇게 1년 휴직 기간 동안 24시간 붙어있었어요. 그러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했죠. 그 때 아이 입장에서 충격이 컸나봐요. 그 걸 생각 못했어요. 아기가 밝아져서 이제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때가 또 MBC 파업 기간이라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도 않았고요. 그러다보니 아이 옆에 있는 시간이 불규칙해지고,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어른이 우울해하는 것도 보기 힘들잖아요. 아기가 우울해하는 표정은 정말 볼 수가 없었어요.

박-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최-네. 그런데 육아휴직 때와는 또 다르더라고요. 그 때는 바로 아이가 아주 건강해지고 변화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3, 4개월이 지나도 울고, 짜증내고, 엄마한테 떠나질 못하고, 바뀌지 않더라고요. 이게 뭐지. '내가 나쁜 엄마인가?'라며 별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그리고 후회했죠. 눈 딱 감고 친정 엄마한테 맡기고, 출근을 했어야 하는건데.

박-친정 어머니가 희생적이신 분인가봐요?

최-저희 어머니는 정말 모든 것을 다 해주신 분이세요. 새벽 4시에 매일 아침 일어나, 교회에 가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세요. 엄마의 사랑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셨던 것 같아요. '맹모삼천지교'라고 좋은 학교로 저희를 보내기 위해서 아빠가 수원에 직장이 있으셨는데도 불구하고, 저와 동생은 서울로 유학을 왔죠. 사실 출산휴가하고 바로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 덕분이었죠. 그런데 어머니가 저희 아기 봐주는 1년 동안 10년은 늙어버린 것 같아서 너무 속상했어요. 어머니 정말 미인이시거든요. 환갑이 가까운 나이인데, 환갑을 훨씬 넘은 외모로 변하시더라고요. 정말 못 견디겠더라고요.

박-저도 가끔 어머니가 늙어보일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오더라고요. 그래도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여유가 좀 있지 않나요? '꿈의 직장'으로 불리잖아요.

최-그렇게 오해하는 분들도 많은데, 아나운서도 직장인이죠. 회사 일이 있으면 출근 하고요. 야근도 있고, 당직도 있고요. 그래서 도우미분들을 써봤는데, 저희 딸과는 안맞았어요. 아침 방송 때문에 새벽 5시에 출근하다보면 아기가 저 나가는 걸 보고 깨서 울거든요. 그러면 도우미분이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시는 거예요. 피곤하실테니 이해는 되지만, 고사리같은 손으로 얼굴보다 큰 핸드폰을 보면서 누워 있는 아기가 내내 마음이 쓰였어요. 그건 엄마들이라면 다 알거예요.

박-그렇지만 퇴사하고 후회도 있었을텐데요.


최윤영 아나운서가 '엄마도 꿈이 있단다' 캠페인을 통해 대한민국 엄마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튜디오 몽락, 장소협조=cafe4m
최-한 달만에 후회가 밀려왔어요. 아이랑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박-퇴사를 결정하기 전에 근무 여건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지 않았나요.

최-단축근무제도 알아보고, 그랬어요. 하지만 시행된 사례가 없다고 담당자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본 적 없는 제도인거죠. 그래서 퇴직을 결정했어요.

박-EBS '부모' MC로 돌아온 기간이 생갭다 짧아 오해도 있었을 텐데요?

최-잘 알죠. 육아 때문에 나간다더니, MC를 다시 하니까요. 제가 돈벌려고 퇴사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MC 제안이 들어오고 3번 거절했어요. 괜히 남들한테 오해받고, 아이와의 시간이 줄어들까봐 걱정됐죠. 하지만 아이가 계기가 됐죠. 아이가 예민한 편이라 상담을 받고 싶은 유명한 선생님이 있었는데, 진료를 받기가 힘들더라고요. 방문해도 거의 몇 달은 걸린다고 하고, 그런 와중에 '부모'에 그 선생님이 전문가 패널로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MC를 맡기로 했죠.

박-아이 때문에 육아 휴직을 했는데, 아이로 인해 육아 프로그램 MC를 맡았네요.

최-그게 저의 출구가 됐어요. 육아휴직하고 너무 힘든데 방송을 하면서 출구가 생기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그래. 나는 육아도 육아지만 방송을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구나. 또 육아방송을 통해서 제가 나쁜 엄마가 아니란 것도 알게 됐어요. 정말 고마운 프로그램이죠. 제가 직접 겪었던 경험을 '부모'를 보는 시청자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최윤영이 자필로 '엄마도 꿈이 있단다'의 응원의 메세지를 남겼다.
사진제공=스튜디오 몽락, 장소협조=cafe4m

정리=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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