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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 VS 웃픈 남자' 연예가 대세는 판가름 났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3-07-04 15:13 | 최종수정 2013-07-05 07:40


사진제공=QTV

몇해전까지만 해도 '나쁜 남자 전성시대'였다. 때문에 무심하고 시크한 '바람둥이' 캐릭터들이 방송가에도 많이 등장했다. '나쁜 남자'라는 제목의 드라마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올해 들어 '확' 바꼈다.

웃픈 남자 VS 나쁜 여자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예능에서는 대부분 '웃픈 남자'를 전방에 내세우고 있다. '웃픈'이란 '웃기면서도 슬픈'이라는 인터넷 신조어다. 정말 열심히 하지만 어딘가 2% 부족해보이는 남자들을 내세웠다는 의미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함께 사회생활을 잘하지만 아빠로서는 부족한 이들이 등장해 에피소드를 만들어 간다. '일밤-진짜 사나이'는 샘 해밍턴이라는 '웃픈' 남자계의 독보적인 스타가 등장해 시청률을 휘어잡고 있다.

MBC '나혼자 산다'는 노총각 기러기 아빠 등 혼자사는 남자들의 어설픈 생활을 엿보는 컨셉트이고 KBS2 '인간의 조건'은 남자 개그맨들이 문명의 이기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연예가의 '웃픈' 남자 열풍은 방송계가 이끌었다면 '나쁜 여자'열풍은 가요계가 이끌고 있다. 걸그룹 레이디스코드가 '나쁜 여자'를 들고 나오더니 이효리가 '배드 걸', 씨엘이 '나쁜 기집애'를 내놨다. 걸스데이 역시 강한 여성성을 강조한 '여자 대통령'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송가에도 나쁜 여자는 있다. tvN 'SNL코리아'의 대표 스타는 '욕쟁이'로 꼽히는 김슬기와 정명옥이다. MBC 수목극 '여왕의 교실'에서 마여진(고현정)은 연약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괴롭히는 '나쁜' 담임 선생님이다. SBS 수목극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장혜성(이보영) 역시 기존 드라마 주인공들과 다르게 외골수인데다가 어딘지 모르게 꼬였다.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KBS2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에는 나쁜 여자들 투성이다. 이유신(유인나) 송미령(이미숙) 신이정(배그린) 최연아(김윤서) 등이 모두 착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캐릭터다.


권위적인男-수동적인女는 가라!

이같이 나쁜 여자들이 활약하고 있는 것에는 '나쁜'의 함축된 의미가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요즘 연예가에서 '나쁜 여자'라는 단어는 '나쁘다'는 본 의미보다 '강한 여자'라는 의미처럼 쓰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여권이 신장된 것을 방증한다는 식상한 설명 말고도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보다는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여자'가 당당해지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로 섹시나 청순을 컨셉트로 하던 가수들이 강한 여성이라는 컨셉트에 부가적으로 섹시나 순수를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반면 남성들은 허술함을 웃음의 주요 코드로 삼고 있다. '고문관'형 캐릭터가 인기를 모으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권위적인 남성상은 더이상 여성들에게 인정 받기 힘든 세상이 됐다. 차라리 뭔가 부족한 듯한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더 호응을 얻는다"며 "최근 소비의 주체는 대부분 여성이다. 이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으려면 여성은 더 강해져야 하고 남성은 더 허술해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연예가도 이제 권위적인 남성과 수동적인 여성들에게 '웃픈' 세상이 된 것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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