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맑은 수채화같은 뮤지컬 'New 사랑은 비를 타고'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3-06-23 16:30 | 최종수정 2013-06-23 16:30


[공연 리뷰] 뮤지컬 'New 사랑은 비를 타고'


◇형제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뮤지컬 'New 사랑은 비를 타고'. 사진제공=팍스컬처
세차게 소나기가 내린 뒤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

수채화처럼 투명한 창작 뮤지컬 한 편이 대학로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SH 아트홀에서 지난 14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New 사랑은 비를 타고'.

지난 1995년 초연돼 17년 간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누적 관객 10만명을 돌파한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새 버전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남경주 남경읍 최정원 등 베테랑 배우들을 시작으로 무수한 톱스타들이 거쳐간 창작뮤지컬의 전설이다.

'New 사랑은 비를 타고'는 '사랑은 비를 타고'와 비슷하게 형제 간의 갈등과 화해라는 훈훈한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내용은 완전히 바뀌었다. 여주인공의 역할도 바뀌었다.

26살의 청년 수현. 스무살 때 비 오던 여름날 집을 나와 하나뿐인 가족인 형 강현과 연락을 끊고 지낸 지 6년 째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이강현 결혼'이라고 쓰여있는 청첩장이 하나 배달된다. 청첩장을 들고 형이 운영하는 카페를 찾은 수현. 하지만 형 강현은 수현을 거의 투명인간 취급한다. 결혼의 분위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이때 카페에서 일하는 아가씨 선우가 등장해 분위기를 바꿔 놓는다.

'New 사랑은 비를 타고'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형제의 오해와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이 입양된 아이로 알고 있던 동생은 형에게 피해의식이 있었지만 카페에 놓여있는 앨범을 보면서 자신이 아닌 형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울러 형의 어색한 동작을 보면서 시력을 상실했음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명랑, 쾌활한 아가씨 선우이다. 두 형제가 어린 시절 주워다 길렀던 고양이의 환생이었다. 형제에게 은혜를 입은 고양이가 인간으로 태어나 형제의 갈등을 풀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는 발상을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여냈다. 코믹하고 밝은 캐릭터 또한 형제 사이의 무거움을 완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동화적인 세트도 극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화려한 블록버스터 뮤지컬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만날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뮤지컬이다. 형제가 오해와 갈등에서 벗어나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김철호, 여운, 주환, 유리아, 최혜란 등 젊은 배우들이 나선다. 연출 박정근. 팍스컬처 제작. (02)3141-3025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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