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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LTE급 '빠름' 에피소드 3가지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2-20 10:17 | 최종수정 2013-02-20 11:41



월화드라마 '야왕'의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학교 2013'이 종영한 이후, 시청률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야왕이 18일 방송된 11회를 통해,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하던 '마의'와의 격차를 0.8%차이로 추격한 상황이다. 과연 야왕이 언제쯤 마의를 누르고 1위 고지를 탈환할 수 있을지, 드라마 외적으로도 무척 흥미롭다.

그렇다면 드라마 야왕이 시청자를 빠르게 흡수하며 승승장구하게 된 비결을 무엇일까. 주인공 하류(권상우)가 억울하게 살해된 쌍둥이형 차재웅으로 변신하고, 엄삼도(성지루)의 도움속에 전처 주다해(수애)를 향한 복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악녀의 끝판왕 주다해의 내공까진 이르지 못한 모양새다.


그래서 더 시청자를 자극한다. 하류의 복수에 탄력을 받을수록, 주다해도 2배로 힘을 낸다. 주다해 악행의 꼬리는 잡힐 듯 쉽게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주다해는 냉정한 계산속에 악행의 횟수와 강도를 높여가며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는 식이다.

이렇듯 주인공간에 선악의 대립이 뚜렷하고,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팽팽한 신경전과 갈등 그리고 타개의 방법이 능수능란하게 펼쳐지면서, 긴장감과 재미는 상승한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 권상우-수애-김성령을 비롯한 배우들의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연기력이 받쳐주니, 캐릭터의 매력이 120%이상 발휘되고 시청의 몰입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라마 야왕이 자랑하는 속도감을 빼놓을 수 없다. 매회 LTE급의 속도로 극이 진행되다 보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반면 재미는 배가된다. 18일 방송된 야왕 11회에서도, 이러한 속도감, 강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1. 차재웅(권상우)-백도경(김성령)의 위장연애

백도경이 동생이자 아들 백도훈(정윤호)과 주다해의 결혼을 어쩔 수 없이 허락할 찰나, 하류(차재웅)가 이를 막아야 한다면서 도경에게 제안을 한다. 주다해의 실체를 밝혀낼 시간을 벌기 위해, 주변사람들(이덕화-차화연-수애-정윤호 등)에게 결혼을 약속한 애인처럼 위장연애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백도경은 당황스러운 제안에 고민하지만, 집에서 주다해를 만난 직후, 차재웅에게 전화를 걸고 다시 만나 위장연애 제안을 수락한다. 위장연애를 두고, 차재웅의 제안과 백도경이 고민 그리고 승낙까지 약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일반적인 드라마라면, 초반 차재웅의 제안, 이런 식은 아니라며 갈등하고 반대하던 백도경이 막판에 수락하는 코스로 이어지겠지만, 드라마 야왕은 '제안->오케이'수준의 속전속결 방식을 취한다.



2. 석수정(고준희)-조연은 이별에 슬퍼할 시간없다?

차재웅(권상우)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던 석수정이 그와의 결혼준비를 위해 아버지 석태일(정호빈)을 데리고 귀국했다. 하지만 차재웅은 수애의 양오빠 주양헌(이재윤)에 의해 살해되고 세상에 없다. 차재웅의 쌍둥이 동생 하류가 차재웅연기를 하며 주다해에게 복수의 칼을 뽑은 상황.


석수정과 상견례를 앞둔 하류는 미안한 마음에 고민하지만, 엄삼도(성지루)는 하류에게 주다해를 향한 복수가 먼저라며, 약혼자 석수정을 단칼에 내치라고 말한다. 결국 하류는 석수정에게 짧은 이별을 고하고, 그를 차재웅으로 믿고 있는 석수정은 갑작스런 이별에 이렇다 할 반발없이 눈물부터 쏟는다.

이 과정에서 석수정이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는 이별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제작진. 얼마나 급하게 진행했는지 BGM이 중간에 끊길 정도였다. 석수정(고준희)도 나름 '야왕'의 비중있는 조연이건만,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 청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별인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이별이 석수정의 눈물과 함께 순식간에 이뤄진다. 물론 12회 예고에서 차재웅-하류관련 석수정의 진실 파헤치기가 시작되지만, 차재웅-석수정의 이별도 LTE급이었다.


3. 2회 분량의 유전자 감식이 5분 만에 뚝딱.

출생의 비밀을 다룬 드라마가 반드시 거치는 코스가 유전자 감식이다. 드라마에서 유전자 감식은 유행이 됐다. 야왕에서도 출비가 있다. 바로 백도경의 아들이 백도훈이란 사실이다. 그 사실을 백도훈만 모르고 있다. 도경은 도훈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엄청난 충격을 받고 방황할 것을 염려해 쉬쉬해왔다. 그런데 주다해에게 딱 걸렸다. 주다해가 백도훈의 친부 강지혁의 죽음을 뒷조사했다.

주다해는 백도경을 찾아갔다. 백도훈이 백도경의 아들임을 알고 있다. 둘의 유전자 감식결과 99% 일치한다. 도훈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을테니, 더 이상 자신과 도훈의 결혼을 방해하지 말고, 나를 며느리로 받아들이라는 제안까지 일사천리. 백도경은 제대로 반발도 못한 채, 주다해의 통보에 분노와 아픔이 뒤섞인 눈물만 쏟았다.


사실 주다해는 백도경-백도훈의 유전자감식을 의뢰한 적이 없다. 대강 정황을 파악하고, 도경에게 미끼를 던졌고 도경이 덥썩 물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2회 분량은 넉넉하게 뽑고도 남을 유전자감식 에피소드를, 드라마 '야왕' 5분 만에 후딱 해치운다. 주다해의 요구사항까지 넣어서. 이러니 야왕의 속도감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드라마를 나누는 방법의 하나로, 일일드라마, 주말연속극, 미니시리즈 등으로도 분류하곤 한다. 방송횟수나 요일을 제외하곤, 내용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 지 간혹 헷갈릴 때도 많다. 그런데 월화드라마 '야왕'이 그 차이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미니시리즈는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 주인공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면서도, 진부하거나 불필요한 과정은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미니'시리즈의 강점을 살린다. 스피드를 높임으로서, 재미와 김장감을 살린 효과가 시청률로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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