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의 난'이 벌어졌다.
|
|
사건의 시작은 김장훈의 SNS였다. 김장훈은 지난 달 자신의 미투데이에 "예전에 이승환이 자신의 공연을 도용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해 난리가 난 적 있었는데 내가 그 입장이 되니 너무 이해된다. 내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라는 글을 남겨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음을 암시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그 대상으로 싸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싸이는 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CY X PSY 콘서트 싸이랑 놀자'에서 "한국 사람이 무대에서 정말 잘 논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김장훈에게 배운 공연을 해외에 보여주고 오겠다"고 말해 불화설을 일축했다.
|
|
절정 : 싸이 '병문안의 난'
이에 싸이는 5일 부산행을 미루고 강원도 춘천 군부대 위문 공연을 마친 뒤 김장훈을 병문안 했다. 두 사람은 파닭까지 먹으며 8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관계가 회복된 듯했다.
하지만 6일 김장훈의 미투데이 글로 사건은 급물살을 탔다.
그는 "당분간 글도 안 올리고, 11일 앨범 발매까지 다 미루고. 당분간 마음 정리할 때까지 한국을 떠나려고 하는데 왜 자꾸 상황을 이렇게 언론 플레이로 가나. 이러려고 6개월 만에 찾아왔나"라며 "결국 진흙탕이 되나? 나름 국위선양한답시고, 더 이상 일이 불거지지 않게 조용히 해주마라고. 내가 정리하고 이번 앨범 활동만 마치면 바로 떠날 테니 걱정 말고, 다시 돌아갈 길은 없다고 했는데 이게 뭔가. 왜 자꾸 사람을 몰아가나"라고 글을 올렸다. 루머로 떠돌던 불화설의 실체가 확인된 것.
이에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과거 발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3년 김장훈이 싸이의 단독 콘서트 연출을 맡으면서부터다. 공연은 '대박'이 났고, 싸이는 김장훈에게 배운 것을 토대로 자신이 직접 콘서트 연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콘서트 경쟁이 붙으면서 반목이 시작됐다.
싸이가 2004년 공연에서 김장훈 콘서트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차용하자 김장훈은 표절 논란을 제기했고, 싸이는 "선배에게 배운 것은 표절이 아니다"고 맞섰다. 이후 반목하던 두 사람은 2007년 재입대 등으로 싸이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김장훈이 멘토 역할을 하면서 우정을 다졌다. 그리고 2009년에는 공연기획사 공연세상을 설립, 명콤비로서 합동 콘서트 '완타치' 전국투어를 진행했다.
하지만 김장훈은 지난해 "박수칠 때 떠난다"며 '완타치' 공연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5월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서 "싸이와 공연 표절 시비 끝에 난투극까지 벌였다"고 말해 불화설이 불거졌다.
|
관계자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지난해부터 김장훈과 싸이 사이에 이상 기류가 포착됐다는 것.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공연'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김장훈과 싸이 모두 공연에 대한 욕심이 상당하다. 그래서 '완타치' 공연을 함께하면서, 각자의 단독 콘서트에 대한 미련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연 기획이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바가 달라 '완타치' 공연을 할 때 언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장훈의 창작에 대한 집착을 거론했다. 이 관계자는 "김장훈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굉장히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어디에서도,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하는 무언가를 개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며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빌리거나 응용하는 일을 무척 싫어한다. 싸이가 김장훈과 공연을 같이 하면서, 그의 멘트나 노하우 등을 응용하게 되고 또 그것이 인기를 끌면서 심기가 불편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싸이 역시 지난해 '완타치' 공연에서 "김장훈이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해 남이 차용하는 것을 싫어한다. 내 공연에 와서 싸웠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말도 안 하고 지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관계자는 시기성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김장훈과 싸이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래서 '완타치' 공연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올 초부터 교류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대박을 내고 나서야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니 김장훈으로서는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술자리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나친 관심이 부담감을 더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인간관계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인데, 싸이와의 불화설이 알려진 뒤 또 다른 루머가 파생되고 네티즌들이 '김장훈파' '싸이파'로 갈려 갑론을박을 하는 상황이 불편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