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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야해졌다. '19금(禁)' 코드를 소재로 다룬 토크와 콩트, 드라마 등이 봇물을 이루며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규제가 비교적 덜한 케이블 채널에서 더 활발하지만, 지상파에서도 '청소년 관람 불가 농담'에 차츰 눈을 돌리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메인 MC로 나선 하하도 19금 토크에 동참했다. 제목부터 19금을 명시한 '하하의 19TV 하극상'이다. MBC 뮤직 채널이 선보이는 신상 예능으로, '뭘 좀 아는 오빠들의 대책없는 리얼 19금 토크쇼'가 이 프로그램의 컨셉트다. 제작발표회에 나선 하하는 "우리 방송은 19금 주제를 다루지만 성 얘기를 깔깔대지 않고 밝고 재미있게 다룬다"며 청소년기 시절에 겪었던 성에 대한 에피소드를 공개해 현장을 초토화시키기도 했다.
드라마도 케이블에선 과감해진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로맨스가 필요해 2012'는 동갑내기 세 여자들의 성과 사랑을 솔직하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19금 수위를 가볍게 남나드는 성적인 대사와 농도 짙은 베드신과 키스신 등으로 화제몰이를 톡톡히 했다. 시즌 10까지 제작된 '막돼먹은 영애씨'를 비롯해 지난 해 채널CGV의 'TV 방자전'도 성인 시청층을 공략해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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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를 뒤흔드는 19금 코드에 대한 반응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이다. 금기에 대한 도전과 패러디가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며 차별화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사회가 경직될수록 금기를 깨뜨리는 소재와 파격적인 컨텐츠가 인기를 끈다. 경기 불황에 빨간 립스틱의 판매가 급증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방송가의 19금 컨텐츠는 탈출구 없는 현실생활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렵사리 19금의 물꼬를 튼 만큼 타깃 시청층을 공략하기 위한 케이블 방송사들의 생존 전략과 맞물려 19금 컨텐츠는 앞으로도 활발하게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는 법이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KBS 조이의 'XY그녀'는 13일 방송이 끝내 보류됐다. 국내 최초의 트랜스젠터 토크쇼를 포방한 이 프로그램은 남자의 삶도 알고 여자의 마음도 아는 트랜스젠더들이 남녀 사이의 시각차로 인해 생긴 다양한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다. 신동엽, 홍석천, 김영이 MC로 출연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일부 학부모단체의 반대에 좌초하고 말았다. 성 소수자와 성 담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높은 장벽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달 방송된 'SNL 코리아 시즌 2' 비하인드 방송에서 유성모 PD는 "실제로 편성팀이 방송심의위원회에 다녀왔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엄숙주의의 그물망 속에서 TV의 19금 컨텐츠가 어떻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는지 지켜보는 일도 '19금'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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