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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이 MBC에 돌아온다.
첫 회 게스트는 전도연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듯 배수진을 친 제작진의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선 20일에 파일럿으로 방송된 후 정규편성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려가 적지 않다. 무슨 저주에라도 걸린 듯, MBC 목요일 심야 예능이 오랜 침체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방송에 돌아온 주병진도 끝내 백기투항할 수밖에 없었던 최악의 시간대다. 지난 해 12월 야심차게 출발한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줄곧 5%대 시청률에 머물다 방송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최종회 시청률은 고작 2.5%였다.
원래 MBC의 목요일 심야는 수년간 '뉴스 후'를 비롯한 시사 프로그램이 방송되던 시간대다. 예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 아래, 2010년 11월부터 예능 시간대로 개편됐다. 그때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던 '후 플러스'를 폐지하고 새롭게 만들어 넣은 프로그램이 '여우의 집사'였다. '여우의 집사'는 부진과 혹평 속에 방송 2개월 만에 폐지됐고, 그 뒤를 이은 '추억이 빛나는 밤에'도 방송 5개월 만에 마무리 인사도 없이 끝을 맺었다. 지금 MBC 목요일 심야 예능이 겪고 있는 부진의 연쇄고리는 이처럼 '역사'가 꽤 길고 질기다.
악조건 속에 MBC 목요일 예능 구하기의 임무를 맡게 된 신동엽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신동엽의 게스트 하우스'가 단발성으로 끝나고 만다면, 그의 명성과 자존심에도 해가 되는 일이다. 동시간대엔 10년 장수 프로그램 KBS2 '해피투게더'의 유재석과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의 김용만이 버티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다행인 건 신동엽이 최근 들어 제2, 제3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득세 이후 한때 '그의 시대는 갔다'는 얘기까지 들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반전됐다. 잠정 은퇴한 강호동의 뒤를 이어 투입된 SBS '강심장'을 자신만의 색깔로 채우면서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고,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도 꼴찌에서 1등으로 만들어 놓았다. '나는 가수다'의 아류라는 얘기까지 들었던 KBS2 '불후의 명곡2'를 '형보다 나은 아우'로 키워낸 것도 객석과 무대를 쥐락펴락하며 긴장과 웃음을 조율한 신동엽이었다. 최근엔 tvN 'SNL 코리아'의 크루로 합류해 19금 콩트를 선보이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는 중이다. SBS '동물농장' 같은 장수 프로그램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얼마 전 공개된 2011년 KBS 출연료 순위에서 신동엽은 1위(6억950만원)에 올랐다.
물이 오를대로 오른 신동엽이 프로그램을 안착시키고 MBC 목요일 예능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신동엽의 게스트 하우스'는 다시 그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증명하기 위한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