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건 폭풍전개, 전환점에서 멜로를 찾다
골묘 사건을 계기로 은오(이준기)는 최대감(김용건)과 본격적으로 맞부딪히기 시작했다. 밀양 사람들을 향한 순수한 마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랑(신민아)를 계기로 은오는 불의를 보면 그냥 무시해버렸던 성품을 개조해 나가는 중. 관복을 입기 시작하니 젊은 사또답게 일 처리도 매우 스피디하다. 한편 주왈(연우진)은 홍련(강문영)의 명령으로 아랑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하지만, 어째 슬슬 다른 마음이 몽글몽글 맺히려고 하는 중. 그런 주왈의 잦은 등장은 은오의 귀여운 질투심을 유발했고, 그때 아랑이 털어놓은 '남은 보름달 2개' 얘기는 은오의 마음을 철렁 내려앉게 하지만, 은오로 하여금 이미 마음에 품은 아랑과 다시 열심히 진실을 파헤쳐보기로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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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바람직했던 건 아니지만 좀 다시 예전의 <아랑사또전> 돌아온 느낌이었다. 전환점 같았다고 해야 할까. 그 동안 도돌이표마냥 같은 내용만 반복했던 앞의 몇 회차가 아깝지만 그래도 9회부터는 로맨스 떡밥도 열심히 뿌리고 주섬주섬 주워서 다른 장면도 만들어 내는 등 이야기를 재정비하고 진도를 나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은오와 아랑의 멜로 감정선이 중간에 확 널뛰기한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으나, 이름만큼이나 예쁜 '사랑커플' -은오사또+아랑- 의 모습이 보기 좋았으니 우선은 넘어가는 걸로.
다만 여전히 아쉽고 유감인 건, 이미 붕괴되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사건과 로맨스 간의 밸런스다. '아랑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가장한 천상계 영혼 단체 실종 사건'과 '은오-아랑-주왈의 삼각 러브 라인'이 제각각 따로 논다. 어째 사건에만 올인했다가, 다시 멜로에만 올인을 하고, 그러고 나서는 또 다시 사건에만 올인하는 느낌. 여전히 긴장감 내지는 임팩트가 부족한 것 같은 엔딩도 마찬가지다. 엔딩 타이밍이 계속 뭔가 어정쩡해서 다음 장면에 대해 기대할 여지를 많이 주지 못한다.
드라마의 큰 틀을 놓고 보면, 이미 절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전개가 거의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등장인물들의 속사포 독백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 씬들로 여태껏 뿌려진 실마리들이 어느 정도는 풀렸다. 그런데도 뭔가 개운한 기분이 안 드는 건, 이 실마리들을 주인공들이 직접 움직이면서 찾아내서 해결한 것이 아니라 그냥 말로 풀어졌기 때문이다.홍련과 천상계 사이에 있었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게다가 은오와 아랑의 현재 감정까지 배우들이 대사로 다 말해버리니(..)
자, 이제 정말 준비운동은 끝내고 달리기만 하면 된다. 지금 <아랑사또전>에서 가장 필요한 건 오로지 폭풍전개뿐. 초반부의 그 '활극'다웠던 경쾌한 페이스를 다시 찾아 나가면 된다. 만약 그 페이스를 찾아서 유지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남은 10회를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도, 아랑도, 그리고 은오도 이제 가지고 있는 시간이 정말 충분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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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호상제가 드디어 앞머리를! 계속 이런 스타일로만 해주세요(..)
1. 은오가 부채로 싸우는 이유가 있었다. 악귀랑 싸울 때 계속 챙챙 칼 소리가 나서 의아했는데 그 부채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니.
2. 돌쇠-방울 커플도, 삼방 트리오도, 여전히 따로 국밥이다(..) 감초 캐릭터들에게 감칠맛을 부여해주세요(..)
3. <아랑사또전>은 그냥 이준기-연우진씨만 믿고 가는 걸로. 드라마는 헤매고 있을지라도 이 훈훈한 두 배우를 지켜보는 건 즐겁다. 믿고 보는 이배우는 그렇다 치고 연우진씨는 정말 어메이징 그 자체! 2009년에 데뷔해서 영화 2편, 그리고 드라마는 이번 작품 포함 5편. 앞으로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기대치를 팍팍 키우고 계신다 요즘.
4 이배우는 이제 멜로까지 섭렵하려나 보다. 솔직히 멜로는 제대로 보기도 힘들었고, 출연작들 중에서 간간히 나왔어도 액션이나 다른 감정 연기에 비해 정말 좋다고 꺅 소리지를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은오사또 보면서는 광대가 발사되는 중. 이번 드라마에서 온갖 장르의 이배우 연기를 다 보게 되는 것 같다. 지켜보면 볼수록 참 흐뭇하게 만드는 배우. 거기다 OST까지 XD
5. 그나저나, 절반도 지났으니 이제 슬슬 다시 팩트 VS 픽션을 정리해볼까. 기약 없지만 커밍 순을 소심하게 외쳐 봅니다. <토오루 객원기자, 暎芽 (http://jolacandy.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