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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은 교차상영의 폐해를 거론하면서 영화 '도둑들'을 직접 언급했다. "좌석 점유율이 15% 미만인데도 1000만의 기록을 내기 위해서 영화가 안 내려가고 계속 있는 그게 바로 도둑들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돈이 다가 아니진 않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피에타'의 스크린수는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 대폭 늘었다. 9일 171개였던 것이 10일 238개가 됐다. 하지만 '도둑들'의 스크린수엔 여전히 못 미쳤다. 10일 기준으로 '도둑들'의 스크린수는 300개였다.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피에타'는 흥행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7위로 시작했던 '피에타'는 12일엔 2위까지 뛰어올랐다. '도둑들'(302개)엔 조금 못 미치지만, 스크린수가 290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대형 배급사인 CJ E&M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개봉을 1주일이나 앞당기면서 '피에타'는 흥행에 적신호가 켜질 위기에 처했다. 오는 20일 개봉 예정이었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일을 앞당겨 13일에 개봉했다.
12일 기준으로 '피에타'의 좌석점유율은 27.3%다. '도둑들'은 10.3%. '피에타'는 지난 9일 개봉 후 최고 좌석점유율 기록했다. 42.6%였다. 당시 '도둑들'의 좌석점유율이 30%였다.
예매율에서도 '피에타'가 앞선다. 13일 현재 '피에타'는 9%의 예매율을 기록 중이다. '도둑들'은 1.1%에 불과하다. 김기덕 감독은 좌석점유율과 예매율에서 크게 뒤지는 '도둑들'이 흥행 기록을 위해 더 많은 개봉관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12일까지 1288만 4860명의 관객을 동원한 '도둑들'은 역대 흥행 1위 '괴물'(1302만명)을 추격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이 교차상영에 대해 일침을 가한 뒤 '피에타'의 상영 여건은 훨씬 좋아졌다. 상영 회차가 늘어났다. 하지만 일부 영화관에선 여전히 교차상영되고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하자마자 압도적인 스크린수를 차지하면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서울 A극장의 경우, 13일 기준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5개관에서 22회 상영됐다. '피에타'는 1개관에서 6회 상영됐다.
물론 관객들에게 특정 영화를 꼭 보라고 강요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관객들이 보고싶은 영화를 골라볼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