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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비즈] '강남스타일' 싸이가 주식 시장도 흔들었다! 'B급 문화'의 대반란?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2-08-13 14:26 | 최종수정 2012-08-14 08:25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지구촌을 강타했다. 갑작스런 인기는 고스란히 주식시장으로까지 이어져 싸이 관련주들이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올 여름 가요계를 강타했다. 아니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 15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등록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26일 만인 지난 6일 조회수 2000만건을 돌파했다. 이는 소녀시대가 지난해 '더 보이즈'로 기록한 37일 만에 2000만건 돌파보다 11일이나 빨리 달성한 것.

이와 같은 '강남스타일'의 국내외 흥행에 힘입어 주식시장에서 싸이의 관련주들도 상승세다. 싸이가 몰고온 주식시장의 후폭풍과 인기 비결을 살펴봤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싸이 뜨자, 아빠 회사 주가가 날았다!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높아지면 싸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주가가 반응하는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의외의 회사가 '강남스타일' 효과로 주가를 끌어올려 관심을 끌었다. 바로 반도체 검사장비업체인 디아이. 디아이는 지난 1분기 매출 67억원에 영업손실 11억원을 기록했다. 더욱이 지난달 19일에는 173억원 공급계약이 92억원으로 줄었다는 공시까지 나오며 말그대로 악재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이 CNN에 소개된 직후인 지난 2일과 3일 각각 주가가 6.00%, 5.35% 오르며 1500원이던 주가가 1675원까지 급등했다. 이어 지난 10일에도 주가가 5.54% 오르며 1715원을 기록했다.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디아이의 주가가 오른 것은 바로 싸이의 아버지인 박원호 회장이 디아이의 대주주라는 사실 때문. '강남스타일'로 인한 수익이 디아이 실적과 무관하지만 투자자들은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디아이는 정운찬 전총리가 싸이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는 이유로 정운찬 관련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움직여온 종목이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싸이표 쓰레기'가 YG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메이킹 필름을 통해 스스로 'B급 문화'를 만들고 있음을 인정했다. "찍으면서도 허망해요. 한 장면 한 장면 찍을때 마다. 한심하고…"라고 웃으며 연신 비지땀을 흘린다. 심지어 "진짜 쓰레기들이야 ㅋㅋ"라며 상상을 뒤집는 허접한 장면에 만족감을 드러낸다.

'B급 문화'는 주류문화에서 벗어난 하위문화를 의미한다. 고상함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주류문화가 채울 수 없는 부분을 긁어줘 마니아층으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것. 그렇다고 'B급 문화'가 언제까지나 비주류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60년대 히피, 70년대 펑크는 B급에서 A급으로 승급된 대표적 케이스다.

지난 2001년 '새'로 데뷔한 이후 싸이가 줄곧 추구해 온 컨셉트가 이번에 제대로 터진 것이다.

그렇다면 '싸이표 쓰레기'는 소속사 YG의 주가를 어떻게 움직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뚜렷한 모멘텀 없이 버텨야 하는 시기로 여겨지는 8월에 싸이는 YG에 가뭄 끝에 내린 단비 이상의 효과를 낳았다.

당장 '강남스타일'의 대박으로 인한 YG의 추가 매출액은 2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교보증권의 정유석 연구원은 "싸이가 과거 콘서트 중심으로 연간 3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면 '강남스타일'로 인해 '20억원+α'의 추가 매출이 예상된다"며 "α는 해외에서의 성과에 따라 그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YG의 실적을 생각한다면 당장 싸이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빅뱅과 2NE1을 제외하면 해외에서 활동하는 가수가 없던 YG에게 싸이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콧대 높은 외국인 투자자도 싸이 말춤에 홀렸다?

강태규 문화평론가는 "싸이는 대중들에게 따라하고 흉내내고 싶게 만드는 본능적 기질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또 B급 문화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심하고 쓰레기 같은 컷들이 대중에게 어떤 반향을 불러 일으킬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음악 자체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리듬을 갖고 있다. 이 지구상에 살면 누구나 공감할 있다"며 "그동안 아이돌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K-POP을 전세계에 알리는 초석을 다져 놓았다면 싸이가 그 위에 제대로 올라타 말 그대로 대박을 터트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분위기는 일찍이 감지됐다. CNN, LA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반드시 봐야 할 비디오"로 꼽으며 싸이의 춤과 노래에 열광하고 있다. 또 티페인, 로비 윌리엄스, 조시 그로반 등 해외 유명 뮤지션들도 자신들의 SNS와 블로그를 통해 '강남스타일' 홍보에 일조했다.

이 덕분일까. 공교롭게 싸이의 글로벌 인기 상승과 비슷한 시기에 YG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YG의 외국인 지분율은 1.8%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30일 7.09%까지 급상승했다. 특히 최근 한달 간 지분율이 2% 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YG 측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전히 싸이 때문에 갑자기 지분율을 높였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싸이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며 YG에 대한 믿음이 더 생긴 것은 확실하다"며 "아직 싸이의 해외 진출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인만큼 이게 정해지면 주가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싸이는 오는 15일 LA로 건너가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는 동시에 관심을 보여온 저스틴 비버 소속사 측과 만남을 가진다. 소속사 관계자는 "일주일 정도 미국에 머물 예정인데 9월 일본 진출을 제외한 해외 활동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서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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