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폭력의 병폐 다룬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5월 공연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2-03-19 10:28 | 최종수정 2012-03-19 10:29


◇손숙(첫째줄 왼쪽에서 세번째), 박명성대표(첫째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등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출연진과 스태프.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일본 공연 장면.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요즘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게 학원폭력이다.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혹시, 연극 한 편이 모든 사람을 각성시키는 기적을 일으킬 수는 없을까?

오는 5월 18일 디큐브아트센터 스페이스신도림에서 개막하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일본 작가 하타사와 세이고의 원작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했다. 일본 역시 학원폭력을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 연극 역시 실제 벌어진 이지메 사건이 모티브다.

이지메로 한 학생이 자살하고,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4명의 부모들이 모인다. 이들은 밖에서는 각각 훌륭한 사회인이지만 '가해학생의 부모'라는 한 그룹으로 모이자 무서운 집단 이기주의를 발휘한다.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며 진실을 외면하고,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편지마저 불태워버린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내가 만약 저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끔 한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요즘 우리 현실과 너무 똑같아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학원폭력이 없어지는 날까지 장기공연하고 싶다"며 "한 편의 연극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광보 연출도 "대본을 처음 읽고 박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하면 할수록 좋은 작품'이라고 했다"며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손숙을 비롯해 박용수 이대연 박지일 길해연 서이숙 장영남 서은경 등 일급 배우들이 몽땅 모였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 모이기 힘든 스타들이다. 모두들 작품의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출연결정을 내렸다. 손숙은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학교강당을 돌며 투어 공연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박지일은 "연극의 사회적 사명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1월말 이미 낭독공연을 가져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박용수 이대연 등은 "낭독을 마치자 눈물을 줄줄 흘렀다. 가슴이 먹먹해져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학교교사이기도 한 원작자 하타사와는 "2006년 후쿠오카 현에서 이지메를 당한 중학교 2학년생이 자살했는데 가해학생들이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어떤 학생은 '아아, 뒈져버렸군. 주물럭거릴 녀석이 없어져서 심심하네" 라고 말했다고 하며, 또 어떤 학생은 조문을 가서 관 속을 들여다보며 웃었다고 한다. 이 사실에 굉장히 충격을 받아 이 작품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지메란 단어가 한국에 널리 쓰여 놀랐다"며 "이 작품을 통해 한국에서도 학원폭력 문제가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재미있는' 연극이다. 희화화된 설정을 적절히 가미해 연극적 재미와 묵직한 주제의식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다. 7월22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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