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에 의한 신하균의 드라마 '브레인'의 선과 악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2-01-18 10:04 | 최종수정 2012-01-18 16:22


'브레인'은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메디컬 드라마였다.

김명민 주연의 '하얀거탑' 이후 병원 내부의 권력 다툼을 이처럼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가슴 떨리는 러브라인도 양념처럼 집어넣었다. 조연배우들의 감초 연기도 볼만했다. 하지만 배우 신하균을 빼고 드라마 '브레인'을 말하긴 어려울 듯하다. 시청률 '대박'은 없었지만 '브요일'('브레인' 방영하는 요일)을 기다리게 만든 '브레인'만의 매력은 있었다.


'브레인' 방송화면 캡처
신하균을 위한 드라마

'브레인'은 '충무로 연기파 배우'라는 이미지로만 각인돼 온 신하균의 숨은 매력을 한껏 뽑아냈다. 제작사의 캐스팅 번복 등 난항 끝에 주연을 꿰찬 신하균은 놀랄만한 연기 내공을 펼치며 근래 보기 드문 배우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균앓이'에 빠진 시청자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극중 의상과 말투, 심지어 휴대폰 통화 모습까지 매력 찾기에 열을 올렸다. 신하균의 카멜레온 같은 변화무쌍한 모습은 '브레인'의 인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의학 드라마 불패신화

'브레인'은 안방극장 의학 드라마 흥행불패 신화 잇기에 성공했다. 1994년 방영된 '종합병원'을 시작으로 '해바라기' '의가형제'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 등 의학드라마들이 연달아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전문직 이야기로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음에도 의학드라마가 화제몰이에 성공하는 이유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며 휴머니즘을 일깨우고 또 자체 분화를 거듭하며 다양성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브레인' 역시 뇌를 소재로 신경외과 전문의들의 이야기를 다뤄 차별화에 성공한 셈이다.


사진제공=CJ E&M
일반적인 선악 구도 탈피

'브레인'은 성공에 대한 열의에 불타는 의사 이강훈(신하균)의 성장 과정을 그렸다. 교만한 속물으로 보이는 그가 인술을 펼치는 진정한 의사로 거듭난다는 다분히 상투적인 설정이지만 하나의 절대적 잣대 속에 선과 악을 구분하는 틀에서 벗어나 있다. 이강훈과 엄청난 상극이었던 김상철(정진영) 교수를 통해 인간 본성을 투영해낸 것은 누가 누구를 가르친다는 차원에서 탈피해 내면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꼬집은 측면이 크다. 이강훈과 라이벌 서준석(조동혁)과의 관계 또한 극한 대결구도로만 몰고가지 않은 것은 '브레인'이 가진 특색이 아닐 수 없다.


과유불급의 아쉬움

시청률에 비해 체감 인기가 더 높았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브레인'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 신하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면서 다른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또 병원내 권력 다툼과 이강훈-김상철의 인간적 고뇌, 남녀주인공의 러브라인, 조연들간의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면서 정작 어느 것 하나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마무리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모든 것을 담아내면서도 드라마가 산으로 가지 않은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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