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그로 인해 우울증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오던 남편까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는 충격은 없었다. 인기리에 방영된 SBS '천일의 약속'이 알츠하이머를 앓던 주인공 서연(수애)의 죽음을 나타내는 결말로 2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드라마가 담고자하는 주제와 스토리, 캐릭터에 따라 어울리는 결말의 미학이 존재하는 법이다. 올 한 해 인기 드라마 가운데 유난히 결말에 큰 관심이 쏟아졌던 작품을 통해 '끝의 재미'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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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에 확실한 증거를 남김으로써 정의를 구현하고자 한 천재 법의학자의 몸부림에 시청자들은 전율을 느꼈고, 또 한편으론 찜찜함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예상하기 힘든, 배신에 가까운 '싸인'의 파격적 결말은 범죄에 숨겨진 사인을 밝혀내는 드라마의 독특한 소재와 맞물려 논란을 잠재우는 효과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윤지훈의 죽음이 갖는 의미를 곱씹으며 이 드라마가 남기고자 한 메시지를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싸인'의 결말은 '놀랍지만 수용가능한' 사례로 평가받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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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결말 '시크릿 가든'
배우 현빈의 인기를 최고로 끌어올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해피엔딩을 보여주고도 후폭풍을 몰고 온 드문 예로 남아있다.
시청자의 염원대로 주인공 김주원(현빈)과 길라임(하지원)이 결혼 후 세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졌지만 의문의 엔딩신이 갖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킨 것. '시크릿 가든'은 주원이 자신을 구하다 순직한 라임의 아버지 빈소를 찾아가 울다 지쳐 잠이 든 라임 옆에 조심스럽게 누워 흐느끼는 그녀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준 뒤 함께 잠든 모습을 마지막 장면으로 내보냈다.
이 때문에 김은숙 작가가 "처음부터 마음먹은대로 해피엔딩이다"고 못 박았음에도 일부 시청자들은 "마지막에 손이 툭 떨어지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결국 모든 게 주인공의 꿈이었다"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개인마다 받아들이기 나름인 엔딩은 판타지 멜로라는 장르와도 교묘히 맞아 떨어져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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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후, 문채원 주연의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결말을 두고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빼앗기 위해 좌의정 김종서 등을 살해한 사건인 계유정난(癸酉靖難)을 배경으로 했지만 김종서의 막내아들 김승유(박시후)와 수양대군의 장녀 세령(문채원)의 금기의 사랑은 조선시대 야사 금계필담(金溪筆談)에서 모티브를 따오면서 허구가 가미돼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던 것. 원수 가문의 남녀가 가슴 절절한 사랑 끝에 어떤 운명을 맞게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공주의 남자''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논란없는 최선의 결말'을 선보였다. '비극을 위한 비극'은 없었다. 세령의 어머니 윤씨부인(김서라)이 두 사람을 수양대군(김영철) 몰래 도망가게 했고 훗날 백발의 노인이 된 수양대군이 회한 어린 눈물과 미소로 딸 세령을 지켜보는 모습으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승유의 눈을 멀게 했지만 "눈을 잃었으나 마음을 되찾았고 복수를 잃었으나 그대를 얻었소"라는 그의 대사를 통해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하나를 얻었으나 다른 하나를 잃게 한 결말로 시청자들의 동요를 막은 셈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