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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특수'를 맞이한 극장가 '표심'은 어디로 향했을까.
'완득이'의 상영관수는 13일 기준 525개, 반면 '너는 펫'은 363개, '티끌모아 로맨스'는 305개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완득이'가 극장가에서 독주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관객층이 폭넓다는 데 있다. '티끌모아 로맨스'와 '너는 펫'이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여성 관객을 공략한다면, '완득이'는 반항아 고교생 완득이의 성장담을 기본으로 스승과 제자의 멘토링, 가족 이야기 등을 다양하게 버무렸기 때문에 훨씬 더 다양한 관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요소를 갖췄다. 성인층을 비롯해 중고교생들이 동시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인 것도 관객층을 아래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티끌모아 로맨스'의 송중기-한예슬 커플, '너는 펫'의 장근석-김하늘 커플 모두 연상연하 관계라, 별도의 개성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비슷비슷한 이미지로 비춰진 것도 역으로 '완득이'에 도움이 됐다. '너는 펫'은 아예 연하남을 '펫'으로 두는 설정이고, '티끌모아 로맨스'도 두 사람의 동업 관계를 기반으로 청년실업과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를 배치한 것이라 현실성보다는 판타지에 기댄 측면이 크다. 반면 '완득이'의 유아인은 김윤석이라는 '큰 산'의 뒷받침을 받으며 유일한 남남 커플을 이뤘다. 또한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주변 인물로 배치하고 다문화가정 이야기 등 사회적 맥락을 극에 녹여내면서도 무거운 주제로 흐르지 않도록 노련한 연출력으로 갈무리해 현실감이 살아났고,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커플간 호흡에서도 관객들은 유아인-김윤석의 손을 들어줬다. 영화 평점도 '완득이'는 9.02점, '티끌모아 로맨스'는 7.88점, '너는 펫'은 7.11점(네이버 기준) 순이다. '완득이'가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에서 앞섰다는 의미다.
'완득이'는 개봉한지 한달 가까이 됐음에도 불구, 좀처럼 흥행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완득이'와 유아인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