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남자친구는 연애경험이 많다. 그건 A도 마찬가지다. A는 잠자리했던 남자도 많고 죽고 못 살았던 남자도 많았다. 이래저래 별의별 연애를 다 해본 두 사람은 우연히 비슷한 시점에 솔로가 되었고, 그게 인연이 되어 서로 사귀게 되었다.
올 들어 남자친구의 심기가 상당히 이상해진 것을 감지한 A가 그에게 터놓고 물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문제야?" 그가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쉬듯이 말했다. "실은 말이야. 나 '백마'가 너무 타고 싶다…. 너랑 하는 것도 좋은데, 뭔가 좀 그래." A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쨌거나 그는 지금 그녀의 애인이 아닌가. 그런데 그는 대놓고 외도를 말하고 있다. 아니, 터무니없는 과거를 말하고 있다. 그는 A를 만나기 전에 몇 가지 유별난 전적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외국인 여자친구와 사귀었던 것이다. 크리스티나라는 이름의 세 살 연상의 백인 여자. 그녀에게 처음 동정을 바쳤고, 테크닉도 상당히 배웠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그는 한동안 외국인 출입업소를 찾아 다녔다. 우연한 기회로 접해본 외국 여자의 몸. 그건 흔한 기회도 아니었으며 확실히 색달랐다. 크리스티나와 헤어지고도 여전히 그는 그런 경험이 생각나 감질났다. A의 남친은 지금 그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낸 A는 탄식했다. A의 노력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백인여자처럼 하얗게 될 도리도 없고 가슴과 엉덩이가 커질 수도 없다. 노력으로 불가능한 노릇이다. 그는 예전에 사귀었던 크리스티나가 그리운 것도 아니고 다시 애정이 생긴 것도 아니고 다만 그때 느꼈던 감촉과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은 것뿐이다. 처음부터 몰랐다면 그리워하지도 않을 텐데, 한번 맛본 것은 담배처럼 끊기가 이토록 어려운 법이다. 남친이 야속할 뿐이다. 가끔 깊은 밤에 남친이 연락을 끊어버리면, 외국 여자와 뒹굴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