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임성한-문영남-김순옥 작가, 잇따른 흥행 부진. 막장의 약발이 다했나?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1-10-14 14:21


사진제공=SBS

사진제공=KBS

'드라마에 대한 불쾌지수가 높을 수록 시청률이 상승한다'는 논리가 이제는 불문율처럼 여겨진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짜증나는 드라마'라는 비난에도 시청률은 오히려 수직상승하는 드라마들이 숱하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장' 논란을 자주 일으켰던 문영남 작가의 신작 SBS '폼나게 살거야'가 초반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는 현상은 막장드라마가 가진 딜레마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폼나게 살거야' 제작발표회에서 출연배우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막장' 해명에 나서야 했다. '막장'에 대한 우려를 품고 있지만 흥행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명쾌한' 답변은 문 작가의 작품에서 늘 반복되는 래퍼토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9일까지 8회분이 방송된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이 8.5%(AGB닐슨 기준, 이하 동일)에 그치고 있다. 문 작가의 명성을 생각할 때 기대에 못미치는 '폼 안 나는 성적'인 셈. 일부에서는 그 원인을 '문영남식 막장'의 강도가 예전보다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결국 안방극장에서 '막장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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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의 고리, '막장의 덫'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등장한 이후 막장이란 용어의 사용이 일반화됐다. 여주인공 장서희가 얼굴에 점 하나를 찍었을 뿐인데 전혀 새로운 인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가 계속됐지만 드라마는 연일 자체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우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시청률 50%를 돌파하며 '국민드라마'로 등극한 '제빵왕 김탁구' 역시 종국에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겼지만 그 과정에서 불륜과 패륜, 납치, 폭행, 방화 등 '막장'의 요소를 심심찮게 활용한 바 있다.

'막장'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기 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임성한 작가의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등도 황당한 전개와 지나친 방송 연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주목할 점은 '막장드라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임성한, 문영남, 김순옥 작가의 최근작들이 예전만못한 흥행기록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종영한 임성한 작가의 '신기생뎐'은 평균시청률 17.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6년 방영된 '하늘이시여'의 24.2%와 분명 차이를 보인다. 문영남 작가의 '폼나게 살거야' 역시 2010년 방영된 '수상한 삼형제'(31.9%)에 비해 실망스러운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 초 종영한 김순옥 작가의 '웃어요 엄마'(13.4%)도 김 작가의 공전의 히트작 '아내의 유혹'(26.9%)과는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다.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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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면서도 보니...'결국 막장이 해결책?'

잘 뜯어보면 이 같은 현상에는 서로 모순된 두 가지 원인이 존재한다.

하나는 막장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일종의 피로감이고, 또 하나는 한풀 꺾인 막장의 기운이다. 막장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의 작품이라는 선입견이 생겨 작품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현상과 어차피 '막장'이라면 좀 더 자극적으로 그려져야 눈길을 돌리게 된다는, 상충되는 시선이 공존한다는 것.

실제로 '웃어요 엄마' '신기생뎐' '폼나게 살거야' 등은 작가들의 전작들에 비해 '막장'의 냄새가 강하지 않았다. '신기생뎐'의 경우 다소 엽기적인 스토리가 가미돼 후반부로 가면서 논란이 야기됐지만 소재가 독특한 점을 제외하면 임성한 작가의 과거 작품과 비교해 막장 코드가 약하게 들어갔다. 특히 '아현동 마님'(18.9%) 이후 임 작가의 작품에서 자극성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막장드라마는 결국 시청률 무한경쟁에서 벌어지는 악순환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막장드라마가 대개 일일극이나 주말극 등 연속물에서 탄생한다는 것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한 설정을 추가하는식의 제작환경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막장의 대가'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들 작가들이 '더 센' 막장을 보여줘야 시청률이 오르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문영남 작가가 시청률 경쟁이 지금처럼 치열하지 않았던 과거 일일극 '바람은 불어도'(1996)와 미니시리즈 '장밋빛 인생'(2005) 등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집필하기도 했다. 임성한 작가 역시 MBC '베스트극장' 등 단막극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건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이 같은 사실이 씁쓸함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임동호 한국방송작가협회 사무국장은 "소위 '막장드라마'라고 비판 받는 작품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은 어느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다.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못한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나친 시청률 지상주의와 '욕하면서도 보는' 시청자들의 이중적인 심리도 막장드라마의 악순환을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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